나를 100% 이해해줄 사람은 없지만, 나만큼은 예외로 하기로
“서운했어” 한마디에 “그랬구나”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원했다.
왜 내 감정은 설명되지 못한 채, 늘 미뤄져야 했을까?
성인이 되고 나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한 동료가 있었다.
처음엔 사고방식이 비슷하다고 느꼈고,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갈등이 자주 생기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상황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어긋남.
서로를 이해하고자 대화를 이어갔지만, 종종 감정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나는 내 감정을 먼저 알아주길 바랐다.
그녀는 상황과 이유를 설명하며 오해를 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설명은 때로 나에게 변명처럼 들렸다.
“너의 입장도 이해해. 하지만 나는 그냥, 서운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말끝마다, 감정이 설명되지 못한 채 묻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기대한 방식과는 조금 달랐을 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우리는 ‘비슷하지만 달랐던’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자꾸 누군가의 공감을 기대할까?’
그 질문을 시작으로 내 감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왜 서운했는지, 왜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꼈는지.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내 감정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는 없다.
그래서 더더욱, 그 감정을 제일 잘 아는 내가
스스로 들여다보고 돌보는 연습이 필요했다.
나는 지금, 감정을 다루는 법을 천천히 익혀가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그동안 읽은 책들, 지나온 경험들 속에서 정리한
내 감정을 돌보는 몇 가지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1.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화? 서운함? 외로움?
감정은 단일하지 않다. 겹겹이 쌓인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정리된다.
2. 이 감정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상대의 말 때문일까, 아니면 그 말에 내가 덧붙인 해석 때문일까?
감정의 뿌리를 찾는 일은, 감정의 크기를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3. 이 감정을 내가 인정해줄 수 있을까?
이런 감정을 느낀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해줄 수 있다.
4. 지금 이 감정에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을까?
“괜찮아. 충분히 이해돼.”
그 말을 나 자신에게 들려준다.
글로 쓰거나, 말로 꺼내보면 마음의 압력도 조금씩 줄어든다.
5. 이 감정을 이제 놓아도 괜찮을까?
계속 쥐고 있는 것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더 가벼워져도 괜찮지 않을까?
감정을 흘려보내는 일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질문은 감정을 억누르기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천천히 꺼내어 바라보며,
‘지금 이 감정을 느끼는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연습이다.
내 감정을 공감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하지만 괜찮다.
나만이라도 나를 공감해줄 수 있다면.
그 힘만 있어도, 나는 훨씬 단단해질 수 있다.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나를 돌보는 감정의 언어가 생긴다.
그리고 그 언어는,
관계 속에서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