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책 써볼 생각 없어요?

결정에서 실행까지

by Giagraphy




“혹시 책 써볼 생각 없어요?”


상해마라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나는 반농담으로 스스로를 ‘러닝유튜버’라고 소개했다.

물론, 그 자리에 공교롭게도 공중파 방송국 PD님과 19만 테크 유튜버가 계셨다는 사실을 나는 전혀 몰랐다.

그분들은 내게 구독자가 500명인데 수익은 나냐고 물었다.

당연히 없다.

나는 웃었고 옆 자리의 지인이 대신 내 얘기를 해주었다.

"지혜는 원래 중동에서 승무원 하다가 지금은 프론트엔드 개발자예요~"

그때 나는 중국어로 양꼬치를 추가 주문하고 있었다.

해외까지 마라톤을 하러 온, 중국어를 하는, 전직 승무원 출신 개발자.

어디를 가도 다들 내게 묻는 공통적인 질문이 따라 나왔다.

"어쩌다?"

"어쩌다 보니…"


다들 궁금해하는 걸 보니, 내 이야기를 유튜브로 풀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질 때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디님과 19만 유튜버는 나의 커리어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강의를 다니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분명 내가 생각했던 방향인데, 지름길이라고 느껴졌다.

이거 되겠는데?

다음 날부터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을 찾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 친구는 어쩜 그렇게 바로 실행에 옮겼냐고 했다.

그러게..? 왜 나는 이렇게 빠르게 ‘된다’고 느끼고 움직였을까?

나는 생각하고 고민하는 단계에서 결정을 내리고 목표를 세우고 행동에 옮기기까지가 유난히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환경에 자주 던져졌다.

초등학교 때만 2번 전학을 했고, 초중고는 모두 다른 지역에서 나왔다.

심지어 대학은 중국으로 갔다.

대학 시절엔 여러 활동에 뛰어들었고,

졸업 후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일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던져져 그곳에서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의 반복이었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어렵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어려워도 해야 했으니까.

게다가 시도의 근육이 발달하다 보니, 나중엔 새로운 도전이 딱히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낯선 환경의 반복 속에서 나는 ‘적응력‘이 남달리 뛰어날 수밖에 없었고,

그 환경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내가 서야 할 최선의 위치를 빠르게 잡아야 했다.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패턴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의 결정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 도전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전학 가서 친구 사귀기에 실패했다고 해서 남은 학기 내내 혼자 보낼 수는 없었으니까.

친구 B에게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 보고, 친구 C에게 다른 이야기로 말을 걸어야 했다.

계속 시도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시도의 근육은,

내가 이미 잡아둔 방향성에 외부 신호가 들어왔을 때 즉각 반응한다.

전문가의 제안일 수도 있고, 우연히 만난 책의 한 구절일 수도 있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발견한 블로그일 수도 있다.


기회는 비눗방울처럼 주변에 수없이 떠다닌다.

하지만 준비된 마음이 있어야 그 방울이 보이고,

손을 뻗을 용기가 있어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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