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1년 후에도 행복할까요?

내가 토스를 그만둔 이유

by Giagraphy




“개발 말고 운영은 어때요?”


누구나 들으면 아는 유명 핀테크 유니콘 기업.

운 좋게도 내가 들어간 스타트업이 그 회사로 인수되었고,

나는 예상치 못하게 유수한 개발자들이 가고 싶어 하는

그 회사의 개발자가 되었다.


그리고, 단 6개월 만에 나는 개발이 아닌 운영을 맡게 되었다.


나는 갈피를 잃었다.

개발을 못 한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잘하던 승무원을 그만두고,

생뚱맞게 개발자로 전향한 게 고작 3년 전이었다.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시작한 나는

3년 동안 나름 잘 해내왔다고 생각했다.

늦게 시작했어도 연차 대비 이해력도 습득력도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곳의 개발자들과 실력 차이가 나도

내가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다른 일을 해보다 보면 더 재능 있는 분야가 있지 않겠냐는 말이,

다른 직무를 제안하는 그 말이,

자존심의 끝을 건드렸다.

뭘 보고, 뭘 안다고..?


개발 못 한다는 말에,

이거라도 할거 아니면 나가라는 뉘앙스에,

내가 져버리는 기분이 싫었다.


하고 싶었던 개발을 하지 못하는 속상함과

그동안 받아온 멸시를 보란 듯이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라는 타이틀.

나는 그 속에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그렇게 운영 담당으로 6개월을 더 일했다.

아니, 버텼다.

나는 당신의 생각만큼 무능력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뭐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원하는 걸 하지도 못 했고,

운영을 하면서도 개발자들과의 실력이나 지식 차이가 느껴졌다.

운영에서라도 대체할 수 없는 인력이 되고 싶은 마음과

열정, 동기부여가 다 사라진 쭉정이 같은 마음이 공존했다.


“이건 지혜님 밖에 못하겠네요”

지하철이 다 끊겨 매일 택시를 타고 퇴근했고,

결국 이 말을 들었지만, 크게 기쁘진 않았다.

원하는 업무도 아니었고, 만족하지 못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그 인정은 내게 큰 위로나 보상이 되지 않았다.

지지 않으려 애쓰고 버텼지만

나는 이미 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이제 퇴근하는 거예요? 일이 그렇게 재밌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재미?

분명 전 회사까지는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 회사에서 재밌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나?

나는 뭘 위해 이렇게 버티고 있지?


결국 나는 1년 만에 그 회사를 나왔다.

내가 내려놓지 못한 건 그 회사의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내 자존심이었다.

그걸 지키기 위해 버틴 1년 동안

나는 내 인생에서 더 중요한 긍정과 여유와 웃음을 잃었다.


애니 듀크의 '큇 Quit'에서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둘지 고민 중인 세라에게 저자는 두 가지 질문을 한다.

"지금부터 1년 후에도 현재 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지금부터 1년 후에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세라의 대답은 나의 대답과 같았다.

첫 번째 대답은 100%, 두 번째는 50:50이었다.


나는 무엇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버티는 것보다 내려놓을 용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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