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요리한다

흑백요리사가 알려준 것

by Giagraphy



흑백요리사의 삐딱한 천재 이찬양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요리가 좋은 이유가 내가 생각했던 걸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인 게 되게 좋거든요”


사실 블라인드 대결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다.

글감이란 것은 재료이고, 같은 재료도 신선도에 따라 다르며,

어떤 요리법으로 요리하는지에 따라 그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글이 되기도 하고

다양한 맛들과 조화를 이루는 화려한 글이 되기도 한다.


나의 글감 재료 창고는 누구보다 방대하다.

남들보다 특별한 재료들이 유난히 많은데,

중동에서 많이 쓰는 향신료인 사프란이라던가,

요즘 두바이 쫀득 쿠키로 품귀현상이 일어난 카다이프,

혹은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상해 민물게 따쟈씨에 같은 구하기 힘든 재료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쌀이나 콩나물 같은 일상적인 글감들도 잘 찾아내는 편이다.

아무래도 인스타와 여러 유튜브 채널을 꽤나 오래 운영해오다 보니

무엇을 콘텐츠화 할 건지를 항상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서인지

누군가는 그저 스쳐지날 일상도 나는 이게 요리가 될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내가 처음 책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나의 다양한 재료를 알아봐 준 사람들이 내게 요리를 만들어보라고 권해서였다.

전혀 해보지 않아서 선뜻 마음이 움직여지진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가진 이 재료들을 그냥 썩히기 아깝다는 마음도 들었다.

다들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구나.

내 이야기를 다들 궁금해하는구나.

그래, 나는 요리할 줄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요리 한 그릇을 내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풍부한 재료로 뭐든 만들어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뭔가를 만드려고 하니,

테이블 위에 수많은 재료를 꺼내두긴 했는데

다 쓰고 싶은 재료들이라 뭘 골라야 할지부터 고민이었다.

일단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애를 손에 들면,

그다음은 또 어떻게 만들지가 고민이었다.

나는 요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보니

재료 본연의 맛을 생생하게 살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심플하게 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뭔가를 더하거나 이러면 느껴진다. 불안하니까 뭘 더 넣고…”

안성재 셰프가 심사 중에 이런 말을 했는데 이것도 내 얘기였다.

본연의 맛을 잘 살린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속 욕심이 나서 이 재료도 넣어보고 저 재료도 넣어보게 되더라.

불안하니까,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하고 자꾸만 첨가를 한다.

그러다 보면 이맛도 저 맛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남겨야 하는 걸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요리하고, 어떤 방법으로 요리하는지가 아니었다.

선재스님은 먹는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고 하셨다.

어떻게 하면 예쁘고 맛있는 요리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먹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요리를 하신단다.


후배들이나 동생들의 고민상담을 해줄 때가 떠올랐다.

나는 늘 후회하지 않을 선택, 네가 더 행복할 선택을 하라고 말한다.

그 친구들이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도 요리도 결국 똑같은 것이 아닐까?

쌩뚱맞게도 흑백요리사를 보며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을 돌아보았다.


선재스님처럼, 그리고 친구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나는 독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내 글을 읽는 분들이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 더 행복한 삶을 주체적으로 갖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은 1년 후에도 행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