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산 품마을학교 삼세대 어울림 잔치
축제 대상층은 대부분 어른이다. 청소년페스티발도 성장추세 같아도, 여전히 약보합세이다. 놀자판에서는 나이를 가리는 편이지만, 세대차를 뛰어넘어서 오히려 하나로 쩜매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삼세대 어울림 잔치” 연산 품마을학교가 들고 나온, 세대차가 더 벌어져가는듯한 시대가 요구하는 동네잔치이다. 올해는 그 두 번째로, 22일 오후 1~5시, 작년처럼 연산백중놀이전수관 앞에서 활짝 열렸다. 연산대추축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허했던 지역민의 공백을 일순에 메워주기라도 하듯, 동네꼬마녀석들 떠들썩 함성이 연산 황산벌로 퍼져나갔다.
이 대회를 총괄하는 문화예술 품마을학교 김의현 대표의 말부터 들어본다. “삼세대 어울림은 마을 공동체 회복입니다. 그간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서 재미나게 동고동락하였지요. 엄마들은 어머니회나 마을에서 마실 다니며 잘 지내왔고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들만의 무대에서 뛰놀았잖아요? 그렇게 잘 지내는 그들이 이제는 한데 모여서 어울어져 놀고 더불어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는 연산지역 초‧중‧고생, 연산 품마을학교, 마을지역 단체, 학부모 및 마을 주민 모두가 총집결하였다. 외부 지원도 만만치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산계룡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과 품마을학교가 주관하였다. 논산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벌개’도 협력의 한 주체였다.
제일 먼저 선보인 순서는 이 행사의 취지를 부각시키는 합작품이었다. 김누리외 사랑지역아동센터 오케스트라(15명)+주민+학생+연산품마을학교가 협업하였다. 비발디의 사계 ‘Spring’ 1악장에서부터 ‘내 나이가 어때서’까지 총 6곡이 공연 또는 연주나 합창으로 울려퍼졌다. 이 중에서 삼세대 오카리나는 마을 어미새, 아기새, 할마새이다. 연산품마을학교 마을주민과 학부모들이 오카리나로 연주한 곡은 ‘유어마이션샤인’과 ‘풍선’이었다.
[연산품마을학교]의 순서는 이어졌다. 정복순어르신 외 9명과 연산초 6학년 세 명이 나와서 “연산마을 할미새 인형극”을 20여분간 펼쳤다. 93세 할머니까지 합세하여 직접 제작한 손인형극은, 연산마을의 도토리와 상수리 그리고 연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연과 함께 진행된 부스 속에서의 체험은 ‘마을학교 마을교사와 함께 하는 공예체험’였으며, 마을학교 동아리 작품전시도 열렸다.
연산면주민자치회에서는 얼마 전에 실행한 연 만들기를 이번에는 ‘주민과 학생이 함께 연날리기 행사’로 확대하여 판을 크게 벌였다. 3세대 잔치에 주민자치 노래교실이 빠질 리가 없다. 마을에서 제일 먼저 공연한 팀은, 주민자치 노래교실 할머니들이었다. 허금화 할머니 외 19명이 나와서 열창하였다. 이날 모든 공연의 피날레는 연산 사물놀이인 백중놀이였다. 염화섭외 19명이 ‘노름마치’로 등판하여 백중 연산 하늘을 한창 드높였다.
이후 공연은 연산초, 연산중학교 동아리들에 이어 양지서당 시간이 되었다. [양지서당] 학동들은 연산초, 연산중에도 다니면서 한학을 공부하고 있다. 박민혁 외 20명 학동들이 잔치집에 들고 나온 것은 소학제사(小學題辭)였다. 소학제사는 소학의 머리말로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자가 직접 집필한 것이다. 단체 경전 강경에서 강경은 講외울강, 經글경, 즉 경전글 외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밖 교육으로 열공중인 [만복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연산중학교와 기타 협연을 하였다.
기타와 비슷한 현악기인 우쿨렐레를 들고 나온 아이들은 [연산초등학교] 2학년 박준영 외 9명이었다. ‘쥐가 한 마리’와 ‘상어가족’을 연주하였다. 오카리나는 3학년 김민정 외 10명으로서 ‘학교가는 길’과 ‘젓가락행진곡’으로 씩씩하게 행진하였다. 연산초등학교는 환경사랑 에코 텀블러 체험부스를 운영하였다. 이날 환경운동의 일환인 도토리 아나바다 장터도 펼쳐졌는데, 에코가방 꾸미기는 [충남인터넷고]에서 체험으로 진행하였다.
[연산중학교]는 마을 자원 활용으로 ‘압화 꾸미기’ 체험부스를 운영하였다. 동아리 활동으로 댄스공연으로는 송지혜 외 5명이 ‘세뇨리따’ 외 1곡, 관악부 공연은 박서현 외 7명이 ‘숲속의 폴카’와 ‘하이킹’, 밴드 공연은 김현빈 외 5명이 나와서 장재인=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혁오=위잉위잉, 정은지=하늘바라기를 연주하였다.
“학교에 맡겨둔 아이들을 마을에서도 함께 키우고, 아이들도 마을 일원이 되어 함께 사는 신나는 마을로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학교도 마을에 손을 내밀고, 마을도 학교와 함께 고민하겠다는 작은 손짓들입니다.” 김의현 대표 설명대로 이 행사는 나이별 연대만 아니라 기관별 연대, 지역별 연대까지 씨줄과 날줄이 촘촘한, 어느덧 교육공동체 잔치 한마당이다.
[글] 이지녕
위 글은 『놀뫼신문』 2019-10-23일자에도 실렸습니다.
https://nmn.ff.or.kr/21/?idx=2575839&bmod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