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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Oct 23. 2019

강경젓은, 유구한 금강의 젖줄

- 강경젓갈축제 취소와 후속책

강경젓갈축제 현수막이 휘날리는가 싶더니 어느날 갑자기 “취소”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원래대로 진행됐더라면 16일에서 20일까지, 이렇게 5일간 강경시내 일원은 북새통을 이루며 ‘시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보다 활기찼을 것이다. 기자가 둘러본 18일 강경시내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평상시보다 더 썰렁해 보였다. 


취소가 결정된 것은 10월 7일 긴급 열린 2019강경젓갈축제 제4차추진위원회에서였다. 논산은 연무대를 비롯, 대규모 양돈농가가 많다. 지역 대규모 축제가 자칫 돼지열병을 몰고 올지 모르는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대추축제도 함께 침몰하였다. 


올해 강경축제의 경우 9억 4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5개 분야 59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여이~땅’만 하면 되는 D-데이 9일전, 급브레이크를 밟게 된 상황이다. 



시청에서 마련한 후속대책 몇


수원수구 상황에서 후속대책이 논의되고, 보고서로 만들어졌다. 축제 취소에 따른 강경지역 상인들의 상실감 및 경제적 손실에 대한 대응책을 긴급 마련해본 것이다. 


첫째는 강경젓갈 판로 확대 방안이다. 전국 시도 시군구 대상으로 젓갈 판매 협조 공문을 보냈다. 충남강경전통맛깔젓사업협동조합 명의로 발송된 이 협조문의 골자는 “강경젓갈 특별 할인판매”이다. 우선 공문을 보내놓고 시장과 공무원들이 개별 연락도 하여서 지자체별 일괄 접수를 받는 방식이다. 시군에서 개인별로 주문 받은 내용을 통합하여 강경협회에 보내주면, 젓갈협회에서는 주문자들에게 직접 택배 발송하는 형식이다. 소비자와 젓갈협회 간 직거래로 이루어지는 특가할인표는 다음과 같다. 

새우젓  추젓(상) 2kg = 35,000원 → 28,000원

액젓 멸치/까나리 5kg = 20,000원 → 15,000원

양념젓갈 낙지젓 500g = 13,000원 → 10,000원

이 외의 다른 젓갈들은 축제 기간과 동일한 15~20%로 할인 판매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놓았다.  


이런 판매전략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11월말까지 가봐야 알 거 같다. 그래서 더불어 벌이는 운동이 “내고향 젓갈 사기”이다. 논산시청부터 솔선수범하여 강경젓갈을 구매하고, 관내 주요 기관·단체에게도 협조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강경젓갈 홍보전이다. 지난 11일에는 젓갈전시관에서 광고제작 실무자 영상제작 회의가 열렸다. 영상홍보팀, 광고 외주업체, 공연축제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홍보영상 제작 콘셉 및 일정 등을 협의하였다. 제작된 영상은 kbs mbc sbs 등 전국방송 TV 광고로 송출 예정이다. 축제 방문객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강경젓갈이 대한민국 최고의 맛젓갈”임을 각인시켜서 지속적인 판매로 연결되게끔 하겠다는 전략이다. 영상뿐 아니라 현수막을 활용한 인근지역 홍보도 강화중이다. “강경젓갈, 축제기간과 동일한 15~20% 할인중”이라는 안내현수막을 논산시 관내는 물론 충남, 전북 주요 고속도로 진출입로에 걸어놓았다. 이밖에도 타 지역축제 연계한 판로 확대를 적극 지원중이다. 취소되지 않은 타 지자체 축제에 강경젓갈 판매부스가 참여할 수 있도록 관 주도의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지원책이다. 



이웃들이 나서주어야 할 때 


이런 전방위 전략은, 일단은 시청 주도로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러다 보니 맹점(盲點)도 존재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그래도 생명력을 지속하는 동인은, 민 주도의 자발성이다. 현재 논산지역 SNS에 강경젓갈축제 취소에 따른 안타까움이나 대비책을 고민해보자는 내용은 거의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취소 상황이나 그로 인한 당사자들의 폐해, 후유증 자체를 감지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시청은 시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 인지 작업부터 서둘러야 할 거 같다. 최충식 젓갈축제추진위원장의 한숨소리도 깊다. 체험행사로는 젓갈김치담그기 등 11개 행사를 준비했다. 공식 문화행사로 준비한 만선배맞이는 퍼포먼스로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협회 저온창고는 물론 회원들도 각자 창고를 만선배처럼 꽉꽉 채워놓은 상황이다. 대목 보려고 들여놓은 과잉 재고들, 이제 어찌할 것인가?


최위원장은 이번 축제에 몇 가지 파격을 시도하려 했다. 축제에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정치인들 축사시간이나 맨앞 좌석을 없애버림으로써 관중들의 성원에 보답하려 했다. 체험도 의례 해보는 김치담그기뿐 아니라 굴젓이나 낙지젓, 황서기젓 등을 직접 담아보는 ‘젓갈만들기체험’도 준비했는데 무용지물이 된 거 같아 속상해한다. 이런 시도는 축제 기간에만 이루어질 필요가 없다. 이제 김장철에 도착할 김장열차 고객이나 강경근대화 거리를 포함한 팸투어를 확대하여, 그 프로그램 속에서 의지를 살려나가야 할 거 같다. 


스토리 끼워파는 페스티발과 협회


김장철에 스토리를 끼워서 팔면 강경의 유명세가 한층 더 치솟을 거 같다. 새우젓 이야기는 푸짐하다. 육젓은 kg에 8~9만원이다. 오젓은 6~7만원, 추젓은 2만원대이다. 순대집 같은 데 나오는 것은 대개 수입품이며, 김장때 대량으로 쓰는 건 대때기라고 하는 보리새우로 1~1.5만원대이다. 같은 새우젓이라도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강경은 왜 새우젓으로 개도 입에다 돈 물고 다닐 만큼 흥청거리는 거리가 되었는지? 강경젓갈의 원조이자 노포(老鋪)인 신진상회, 함열상회, 형제상회 같은 곳의 대물림 이야기....


김종민 의원도 11월 5~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도록 이동판매장 자리를 주선하였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지속가능하게, 줄기차게 이루어지면야 금상첨화겠지만, 대부분 그 한계가 드러나고 만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경젓갈상들의 자구책이다. 현재 강경에는 140여 업소가 있고, 협회에는 82업소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 중 축제에 나오는 업소는 25집 정도이며 대부분 큰 업소가 아니라고 한다. 어느 업소도 영세업체에 속하지만, 선물용으로 젓갈 용기는 유리로만 고집하고 있다. 연산에는 항아리만 고집하는 업체가 있다. 어떻게든 소비자의 호평을 얻고 지속하려면 개인의 노하우도 있겠지만, 동시에 공생의 길로도 합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산양리에 완공돼 있는 가공공장과 유통공장도 속히 오픈하여서 강경젓갈의 깔끔한 이미지도 한껏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면 좋겠다.


[글·사진] 이지녕


위 글은 『놀뫼신문』 2019-10-23일자에도 실렸습니다. 

https://nmn.ff.or.kr/21/?idx=2572570&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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