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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Jan 30. 2020

노노(老老)케어 길라잡이
논산시 성동어르신들

- 대한노인회 성동분회 탐방

노인회 선거철이다. 분회에 따라서는 대한노인회 논산지회처럼 이번 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곳이 있다. 논산시지회 선거는 3월 13일로 결정이 되었고, 성동분회장 선거는 3월 20일 치룰 예정이다. 본지가 노인회 분회를 취재할 때는 분회 이야기 절반, 분회장 이야기 절반 정도로 배분하였다. 이런 흐름을 이야기하자 조명구 분회장은 펄쩍 뛴다. 선거를 앞둔 즈음, 누가 출마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비이락(烏飛梨落), 오해 같은 건 받기 싫다며..... 인터뷰를 계속 한다면 분회 자체로만 국한해야 OK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이번 탐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성동면에는 31개의 경로당이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 성동분회는 성동면사무소에서 강경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우측으로 쭉 내려가서 분지에 있다. 휙 지나치면서 우측을 보니 2~3층 규모의 건물이 눈에 들어와 황급히 U-턴, 되돌아왔다. 노인회관 건물치고는 규모가 제법 크다. 부지 230평에 건평은 1층 57평, 2층은 27평과 베란다 같은 옥상, 3층은 일반 옥상이다. 신축 건물이다. 어떻게 이리도 번듯한 건물을 지었는지 비결을 물어보니,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대답이다. 




노인회관 신축되기까지 


노인회관 신축은 15개 읍면동이 연차별로 배당이 되는데, 성동면에게도 순서가 왔다. 건축비 2억5천 지급 조건은, 부지를 자체 확보해야 한다는 것. 조 분회장이 취임한 때가 지금부터 4년 전인 2013년 4월 13일인데, 전임인 윤택중 분회장때 맞교환이 이루어졌다. 예전 회관 부지가 71평이었는데, 현재 노인회관 부지의 지주였던 조재응 사무장이 그 땅과 교환에 흔쾌히 응해준 것이다. 대지 교환 등기가 순조롭게 이루어져서 건축이 시작되었고, 2015년 5월 18일 역사적인 준공식이 거행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 세부 사항은 노인회관 진입구에 세워져 있는 건립기념비에 기록되어 있다. 똑같은 글씨가 쌍둥이처럼 양립해 있는데 빛바랜 것이 예전 기념비이다.  1986년 4월 2일 삼산리에 세워졌을 당시의 기록이다. 1980년 수리사업으로 금강물을 끌어들이게 됨에 따라 야산이 농지로 바뀌어 가고 농업이 풍요로워지던 시절, 500여 노인을 위하여 성동면 노인회관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비 2천만원에다가 성금 215만원이 합해져 대지 71평에 건평 24평의 회관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30년 가까이 되자 감지덕지했던 구 회관이 이제는 비좁고 누수까지 생기자 새 회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숙원사업이던 노인의 전당을 3년 전 비로소 여기에 건축한 것이다. 


새 회관이 세워지면서 이곳은 인근 각지에서 몰려오는 놀이터가 되었다. 농번기때에도 20여명, 요즘 같은 농한기에는 40여명이 점심을 먹고 나서 출근하다시피하는 상황이다. 조분회장은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65일 출근을 한단다.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행복경로당은 화요일 11시부터이다. 오전에는 요가를 하는데, 이때는 할머니들 40여 명이 참가한다. 주로 인근의 삼산리 1~2구와 월성3구 경로당 회원들이 모여든다. 점심은 4명이 함께 먹는 상을 10여개 펴니까 40여 명 안팎의 공동 식사이다. 식후에는 한글, 한문, 습자 공부들을 한다. 이처럼 공부하는 데에 할아버지들은 동참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는 열공할머니, 놀기는 봉사할아버지 


2층 회의실에 올라가 보니 사진들이 몇 걸려 있다. 왼쪽에는 “성동면 한석봉은 누구?”라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오른쪽에는 종이접기와 공예하는 장면 사진들이 크게 세 판으로 하여서 총 60여장 장식되어 있다. 지금도 지속하는 프로그램인지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재미있게들 하였으나, 도중에 중단되었어요. 담당 강사가 서운했던지 내게 찾아와서 묻더라고요, 그간의 활동장면사진들 전시해도 되겠느냐고요! 자비로 출력하여서 장식까지 멋지게 한 다음, 이렇게 걸어놓은 겁니다.”


결국은 돈 문제로 귀착될 때가 많다. 인근 원남1구는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추진위원장인 박명철 씨(75세)는 매년 본인이 지은 쌀 20kg들이 7포대를 분회에 기증한다. 100세 행복과에서 지원하는 행복경로당 점심 식사비용으로는 부족함이 따르기도 해서이다. 개척1구에 사는 전직이발사 조병립 씨는 이발봉사를 한다. 기록이 치밀한 분회장의 수첩 2018년 1월 4일의 기록을 보니 <봉사받은 사람 1. 삼산2리 김용주.... 원봉3리 신각철... 9. 화정2리 김명순> 이렇게 9명의 명단이 순번대로 기록되어 있다. 노인회에서 “재능기부”를 권장하지만 딱히 내놓을 재능이 없다면서 거개가 금연캠페인 등으로 획일화되어 있는 편이다. 그 재능기부에는 수당도 지급된다. 그러나 조병립 씨(73세)의 경우는 자신의 주특기를 무료로 펼쳐나가는 노노케어의 전형이다. 


경상북도는 1월 3일 경북 지역에 있는 ‘노포’(老鋪·대를 이어 영업을 계속하는 점포)를 소재로 <노포, 사람을 그리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이발소를 포함해 1930년부터 1985년까지 설립된 사진관, 미용실, 병의원, 한약방, 안경점, 서점 등 노포 20곳의 사연과 창업주의 삶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청년 등으로 구성된 경북 노포기업지원단이 그 장인들의 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가는 사업이다. 과거와 현재의 새로운 접점이다. 


건립기념비에는 공자의 말씀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이 새겨져 있다  이 중에서 少者懷之(소자회지)는 “젊은이들은 그들로 하여금 나를 따르게 하다. 즉, 아랫사람에게는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이다. 이 말을 기념비에서는 “청소년에게는 사랑을 베풀자” “우리 노인들은 미래에 지역사회와 국가의 동량이 될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을 선도하자”라고 해석하여 놓았다. 노노케어뿐 아니라 3대, 4대에 걸친 노소간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극정성 떠받들 때 비로소 안방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은 듯하다. 정정해 보이는 조분회장의 연세를 여쭈니 39년생으로 8순이 코앞이라신다. 8순잔치 얘기를 꺼내니, ‘도회지 나가 있으면서 자식교육에들 힘들텐데 잔치는 무슨 잔치냐’면서 말머리를 돌린다. 8순 건강비결에 대해서는 ‘하루 한시간씩 걷기’! 처음에는 클럽을 형성하여 가까이는 노성산부터 계룡산, 대둔산, 미륵산 등을 산행했는데, 이제는 나홀로등산이라고 술회한다. 회관에는 안마기가 한 대 있다. 계속 누워서 안마하는 분이 있어 여쭤보니 20~30분 정도 즐긴단다. 아래층에는 방이 서너칸 있는데 회장실에는 상노인들(분회장의 표현임)이 육백을 치는 중이었다. 93세된 노익장도 계셔서 사진찍기를 청하니 흔쾌히 응해주시는 포즈가 인생연륜과 인자함 자체랄까..... 탁자에는 소주병과 안주로 간고등어와 깍두기가 놓여 있어서, 매일 이걸 어디에서 조달하는지 물어보았다. “주로 내가 집에서 해오고, 오시는 분들이 챙겨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경로당을 내 집 안방 같이” 이런 구호가 현실이 되려면 누군가 정성을 들여야 한다. 삼산2구 경로당이 그런 경우이다. 김용주 회장의 부인은 그 동네 부녀회장이기도 한데, 두 부부가 경로당을 본인 집처럼 정성껏 돌본단다. 동네 사랑방처럼 편하려면 우선 경로당이나 분회관이 깔끔해야 한다. 노인회관에는 일자리창출 차원에서 한 사람이 배정되어 일주일에 한번씩 들러서 청소를 한다. 그러나 동네분들이 매일 놀러와 장기 바둑 즐기고, 소주도 한 잔씩 걸치면서 화투도 치고 하기 때문에 주변청소는 주로 임원진 몫일 수밖에 없다. 청소는 회관청소로 끝나지 않는다. 동네 청소도 솔선수범할 어르신들의 몫이다. 


성동면분회에는 무료자원봉사단이 15명 결성되어 있다. 분회장 꼼꼼노트 속에는 “8월 25일 14인 면사무소앞 청소.... 10월 20일 성동초등학교, 성동제일공원 청소했음.” 그런데 아차차차... 불참인이 3명이나 되는 날, 그날따라 봉사대장인 이발사 조병립 씨 이름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같은 종씨라 하더라도 전혀 봐주지 않는 조명구 분회장은 거듭 강조한다. “나는 분명한 게 좋아요!” 회장실에서 6백 치던 상노인들이 호출한다. “조회장, 얘기 언제까지 하는겨?” 단체사진 황급히 찍고 돌아나오는 길에 스치는 생각 하나. “만약 이 건물이 없었더라면.....” 동고동락을 칭찬하는 소리가 도처인 이유를 알 듯, 모를 듯했다.


[글·사진] 이지녕

위 글은  『놀뫼신문』  2018-01-17일자 2면에 실렸습니다. 

[대한노인회 성동분회 탐방] 노노(老老)케어 길라잡이 성동어르신들

https://nmn.ff.or.kr/21/?idx=515520&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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