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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Jan 31. 2019

버스대절, 화지시장서
설날 장본 법제처직원들

- 법제처장 논산화지시장 방문기

1월 29일(화) 오후 2시, 논산화지중앙시장이 왁자지껄하였다. 버스 한 대가 3주차장쪽에 서더니 40여명의 외지인들이 우루루 내렸다. 설 명절을 앞두고 법제처 직원들이 장을 보러 온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현금으로 통용되는 온누리 상품권과 함께 하는 명절장보기행사는 지난번에는 군산중앙시장, 이번에는 논산 화지시장으로 번갈아 가면서 하는 모양이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별도 승용차로 도착하였다. 시장 상인 격려 및 물가동향 점검차 나오는 관공서 행사는 대개 수장급이 관계수행원만 대동, 사진 찍은 후 조금 있다가 자리를 뜨는 게 트렌드요 풍속도였다. 요즘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도착한 직후 제2주차장 시장 입구에서 상당수가 함께 모여서 인증샷한 것까지는 전과 동이다. 그런데 촬영 후에는 자유시간이다. 각자 본격적인 시장보기다, 하상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가 3시쯤 올라올 때까지는....


혹간은 미리 와서 시장 국밥을 사먹는 직원도 있었고, 장볼 거리가 많은 직원은 버스 출발 후에도 남았다. 일정에 따라 동선이 정해진 팀은 법제처장과 수행원뿐이었다. 논산시청에서 사람들 나오면 번거로우니 조용 다녀가게 해달라는 사전 부탁은 적정선에서 조율되었다. 그 시간 황명선 시장과 전민호 국장은 출타중이었고, 황인혁 국장과 사회적경제과 한정기 팀장 등이 나와서 최소 인사만 나누었다. 재래시장 가이드로는 박형래 논산화지중앙시장 상인회장이 나섰다. 


재래시장 둘러보기 동선은 떡집, 청과상, 제수용품 가게 등이었다. 현장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떡, 과일, 명절 제수용품들을 구입하였다. 연산대추로 유명한 논산이지만, 청과상에는 보은대추도 나란하였다. 


논산화지시장 청년상인거리

 

‘다락’이라는 청년상인거리가 있다고 하자 관심을 보이는 법제처장은 10구역으로 이동하였다. 새콤달콤 과일모찌 파는 ‘오모찌’에도 들르고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떡볶이 반제품을 판매하는 ‘만닭이’를 지나 바느질하는 ‘꼼지락’ 앞에 섰다. 젊은 엄마들의 아지트로 바느질, 뜨개질 등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곳이지만, 때마침 학부모인 주인장이 학교 파한 애기 픽업하러 나갔고ㅠㅡ 


과일모찌 파는 ‘오모찌’


다음집은 ‘담초공방’이었다. 일전 『놀뫼신문』에 화지시장 마을학교 기사와 함께 상세히 소개가 된 가게였다. 논산딸기 모형으로 제작된 캔들 향을 맡고 있는데, 공방으로 장애우들이 찾아오는 시간이었다. 그들과 인증샷에 예정 시간이 오버되었다. 예정됐던 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최종 마무리한 곳은 ‘옛살비카페’였다. 


시장 상인들과 함께한 카페에서 김외숙 법제처장은 지역 물가동향과 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노고와 수고로움에 감사를 표했다. “전통시장은 고향 떠난 이들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곳이기도 하지만, 현재 여기서 일하는 분들의 생활 터전이 되는 소중한 삶의 현장”이라고 운을 떼면서  “법제처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꽃피는 봄 화지(花枝)시장


재래시장은 큰 변화가 없다. 꽃의 가지를 뜻하는 아름다운 이름 화지(花枝)시장도 대동소이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전통재래시장 중 내로라 하는 곳이 논산화지중앙시장이다. 홈플러스가 들어온 도시이지만, 화지시장은 큰 요동 없이 현상 유지는 해가는 흐름이다. 시장이 한적할 때도 있지만, 오일장 외에도 종종 북적일 때가 있다. 토/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장통을 메워서 외국인거리로 착각이 든다. 가끔 마을학교 아이들이 찾아와 이리저리 떼지어 다닐 때도 활기가 돈다. 작년 봄에서 여름까지 진행됐던 시장통 야시장 “옛살비(‘고향’  의미)”, 매주 열리는 날밤은 야행축제처럼 시장에 젊은피가 다소 수혈되기는 하였지만, 가을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다만 옛살비카페는 상시 운영중이다. 


기자는 한동안 “화지시장 사람들”을 심층 취재, 인터뷰해왔다. 그러나 지방지 기자가 개인적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현재로서는 개점휴업중이다. 놀뫼신문에 방출했던 기사 중 청년 상인 거리는 여타 심층 기사에 비하여 수박겉핥기였던 감이다. 그러다가 일전 청년상인 중 하나가 이 일을 거들어주었다. [논산화지중앙시장 청년10구역 ‘다락’ 이야기] 누군가는 ‘나’ 아닌 ‘우리’의 즐거움 위하여 https://nmn.ff.or.kr/23/?idx=1536344&bmode=view



이 기사는, 마침 그 가게를 들른 법제처장의 손으로도 건네졌다. 일개 지방신문과 그 기사가 중앙부처의 업무에 참고가 되고 직결되리라고까지는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떤 고위직 공무원이 재래시장을 다녀가도 설날에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다. 물방울 하나하나 모여서 큰강~망망대해 이루는 것처럼, 나라살림이 크다고 하지만 그 최소단위는 가정살림, 동네가게에서 출발한다는 점! 거시경제학도 중요하겠지만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현장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나누는 생생 대화야말로 문자 그대로 민생(民生) 행보이다. 지난 해 논산을 다녀간 농림부장관과 국무총리도 그러한 동선였기에, 논산땅과 대한민국에 떠오르는 기해년(己亥年) 새해 햇살은 화지시장 옛살비처럼, 연무대 썬샤인처럼 조도가 쎄어질 것 같다. 


[글] 이진영 기자

[사진] 법제처 대변인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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