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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Mar 22. 2019

김수환추기경 영화 『저 산 너머』 논산에서 크랭크인

- 김수환추기경 선종10주기 기념영화 이야기

(표지사진 = 김수환추기경 영화 '저산너머'의 주촬영지로 선정된 숙진리 황토밭)


지난 3월 3일, 조용하기만 한 시골 숙진리 황토 고구마밭에 일군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숙진리 윤석헌 씨의 12,000평 밭이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루는 영화 『저 산 너머』의 세트장으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3월 20일 딸기축제장에서는, 이 영화 촬영 소식을 알리면서 촬영지가 김수환 추기경 아버지 살던 연산면 표정리의 옆동네라는 사실도 공표한다. 


지난 2월 13일에는 명동성당에서는 몇 가지 행사가 열렸다.  명동대성당 갤러리1898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추모전 「그립습니다 고맙습니다」’가 펼쳐졌다. 꼬스트홀에서는 『저 산 너머』 출판 기념회·영화 제작 보고회가 동시에 열렸다.


김수환추기경 생가에서 남상원 회장(좌)과 최종태 감독(우)

이 자리에는 논산출신 두 명이 VIP로 참석하였다. 김홍신 작가는 이날 진행을 맡은 임수민 아나운서와 대담 도중 각별하게 지냈던 김수환 추기경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김홍신 작가는 김추기경의 유품, 영상도 간직하고 있다. 정채봉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 추기경은 “살아 생전에는 책으로 출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였다. 2009년 2월 선종 이후에야 「바보별님」이란 제목의 책이 빛을 보았다. 그 책이 절판되었다가 10년 만에 리온북스의 개정판 『저 산 너머』로 부활하는 출판기념의 자리에서였다. 


김홍신 작가의 지인이기도 한 백장현 교수(한신대)가 논산출신 기업가 남상원 회장에게 이 영화 투자를 권했다는 후문이다. 남상원 아이디&플래닝 그룹 회장은 논산사랑이 유다른 출향인이다. 남 회장의 30억 투자로 시작한 건양대학교 옆 김홍신작가 문학관은 당초 예상액 두 배를 넘기면서 이제 4월 개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영화투자액은 22억이다. 논산을 위한 기업가의 문화 투자가 봄을 맞아 논산의 영화로 피어나는 중이다.  


이 영화는 내년도 김수환추기경 선종 11주기를 기념하여 내년 2월 개봉 예정으로, 투자자가 결정되었기에 곧바로 크랭크인 예정이다. 주요촬영지는 논산이고, 대구 계산성당, 군위, 구례 등에서도 일부 촬영이 진행된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가는 경북 군위에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촬영지가 논산으로 잡혔을까? 


선샤인랜드에서 담소하는 김형도 의원(중앙)과 남상원 회장(우)

근대사(近代史)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논산땅


김수환  추기경의 할아버지 김보현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다. 김보현이 1868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 붙잡힌 곳이 연산이다. 김보현은 해미로 끌려갔다가 다시 한양으로 압송되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숙진리는 김보현이 체포되었던 연산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 곳에 영화의 주요 장면인 어린 시절 생가세트장을 구성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아버지 김영석은 논산에서 태어났다. 김보현의 아내, 즉 추기경의 할머니 강말손은 병인박해 당시 관아에 함께 끌려갔다. 그러나 ‘임신한 사람은 처형하지 않는다’는 국법에 따라 풀려나 논산에서 김영석을 낳는다. 김영석 나이 55세때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순교자 집안의 늦둥이! 저잣거리에서 엄마와 국화빵을 팔며 하느님을 알아갔던 소년 김수환! 그 소년의 이야기가 120분짜리 영화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 동안 김수환 추기경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방송과 영화를 통해서 여러 편 소개되었다. 제대로 모양새를 갖춘 극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시나리오 초고를 쓴 지 7년 만에 영화를 제작하게 된 최종태 감독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이제 이 영화를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아 이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준비하는 동안 저 자신이 변하고, 이성호 대표를 비롯해서 주변이 변하고, 하늘에서 천사 같은 분들이 또 와주셔서 도와주시고.... 안 그러면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최감독과 제작진은 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김홍신 문학관에 내려와 있는 상황이다. 천사 같은 분들이 논산에서 와주었고, 그래서 주촬영지를 확정하고 내려와 있는데, 이래저래 논산은 ‘천사들의 낙토(樂土)’ 이미지가 덧입혀질 거 같다. 


근래 들어 논산땅에 부쩍 각인(刻印) 중인 이미지는  ‘근대사(近代史)’이다. 실제 강경 근대화 거리가 그러하고, 가상 미스터션샤인(미·션) 선샤인랜드가 대한민국 근대사의 아이콘으로 부상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저 산 너머>가 김 추기경의 뿌리인 논산에서 촬영되고 나면 근대사 이미지에서 논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월등 솟구칠 전망이다. 이 영화는 선샤인랜드 스튜디오에서도 촬영될 것인바, 대하 드라마 『미·션·』을 통하여 근대사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선샤인랜드와 함께 근대사의 명소로서는 물론, 천주교인들에게는 또하나의 성지 탄생 예고편이다. 


“논산 상월 숙진리에서 영화 한 편 찍는대더라”가 다가 아니다. 강경 김대건 신부의 유허지처럼 논산 일대를 거쳐간 역사속 인물들의 발자욱들이 오늘도 엄연한 현실로 걸어나오는 것이다. 


<저 산 너머> 예고편을 좀더 엿보기해보자. 총괄하는 리온엔터, 제작 리온픽쳐스, 감독 최종태 호로 출항하는 이 영화의 배우 캐스팅을 보면, 어린 김수환은 공개 오디션 중이다. 확정된 배역은 안내상이 김 추기경 아버지역을 맡고, 배우 이항나 씨가 어머니역, 강신일과 문성근이 특별 출연한다. 


불자가 투자하는 카톨릭 종교영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청년 김수환의 사제서품 신이다. 최근 정국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난항이 예상되지만,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등을 통하여 평양 장충성당에서 촬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민족화해는 사상, 이념, 종교간의 벽도 뛰어넘는다. 지난 2월 13일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에 동시대를 살았던 명진 스님과 이해동 목사도 자리해 김 추기경을 추억하며 영화 제작을 축하했다. 최종태 감독의 세례명은 베드로인데, 이 영화의 투자자인 남상원 회장의 종교는 무엇일까? 그날 투자자로서 마이크를 잡은 남회장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제가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은 불과 20일 전, 강원도에서였습니다. 여기 계신 김홍신 작가님과 저와는 오랜 지인이자 벗님입니다. 논산에서 저와 함께 짓기 시작한 김홍신 문학관은 이제 4월 27일 개관을 합니다. 그날 김작가님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백장현 교수님 전화를 받았어요. ‘여기 오시면 김수환 추기경 영화 감독과 제작진들 한번 만나보시죠.’ 처음에는 뜨악하더라고요. ‘저, 영화하고는 상관 없습니다. 더구나 저는 불자입니다’라고 잘라 답했지만, 그래도 주선한 자리라 하니 약속 식당에는 나갔죠. 얘길 듣고 책을 ‘저 산 너머’라는 책도 챙겨왔습니다. 


다음날 일요일 날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들쳐보았지요. 읽다보니 시대의 획을 그으신 큰 어르신이면서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한 분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오면서, 이 인연을 뿌리치면 평생 후회할 거 같더라구요. 감전(感電)이라도 된 느낌에 휩싸이면서, 다음날 바로 오라 해서 결정을 했습니다. 내년 2월에 상영되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줘야 잘 되지 않겠나, 그런 판단 하에 즉시 결정했고, 영화에 문외한인 제가 영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요즘 주변을 보면 희망이나 낙 없이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더군요. 모쪼록 이 생명의 영화가 탄탄하게 만들어져서 우리 온 국민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고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잔잔한 행복의 꽃으로 피어난다면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의 애용어를 저도 써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이지녕
[사진] 리온픽쳐스 

이 글은 『놀뫼신문』 2019-03-20일자 1~2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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