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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녕 쌩글삶글 Jun 23. 2019

논산타운홀미팅과 ‘김제동’의 사람특강

- 시민=시장 꿈꾸는 원탁 타운홀미팅의 이상과 한계

아직도 김제동 이야기로 시끌벅적합니다. 나 역시 그의 강연료가 마뜩찮습니다. 그러나 전두환이 했던 볼멘 소리 “왜 나만 갖고 그래?”가 이 상황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듭니다.  아래는 『놀뫼신문』  2017-09-26에 실었던 김제동 관련 글(시민=시장 꿈꾸는 원탁 타운홀미팅의 이상과 한계)입니다. 순서가 1부에서 2부로 넘어가야 하지만, 여기서는 맞바꾼 편집입니다. 



(2017년) 9월 20일 오후 2~5시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논산시 타운홀미팅이 열렸다. 나머지 1시간 반은 김제동이 진행하는 ‘사람이 사람에게’ 특강으로 채워졌다. 타운홀미팅은 올해 두 번째로서, 연무관에는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한 1200여명이 참석하였다. 설문조사를 통해 제시된 의견을 분석해 의제로 내놓고, 그것에 대하여 시민들이 직접 정책토론과 전자투표에 참여하였다. 이 여론은 실제 2018년 논산 시정의 방향과 정책 결정 반영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제 상황인 자리였다.



[2부 사람특강]   이젠 평범한 삶 살고 싶다는 김제동


 부착형 마이크를 장착한 채 전반 설명도 하고 개별 답변도 하느라 전천후인 황명선 시장은 연무대 KTX가 정부 차원에서 진행중인 상황까지 상세히 보고하였다. 아울러 기업유치 상황이,  군사도시 논산 계룡의 특성상 방위산업 단지가 조만간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을 청사진으로 제시하여 응원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타운홀미팅은 지역주민들을 초대해 시의 주요정책,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서 반영까지 하는 참여민주주의형 원탁회의이다. 최소한의 직접민주주의에 근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논산시는 2012년 최초 도입하였고, 작년에는 3차례를 거듭하였다. 24년 만에 논산을 다시 찾았다는 김현욱 아나운서는 전국을 돌아다녀봤지만 논산과 같은 대규모미팅 사례는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이 미팅은 돌출발언이라는 시한폭탄을 감수하겠다는, 그 자체 위험성이 있다. 나아가 미팅날뿐 아니라 365일 내내 시민 하나하나가 시장이라는 생각을 염두(念頭)에 두지 않는다면 감행하기 힘든 생활형 정치이기도 하다. 다방면에 걸친 전문지식, 웬만한 배짱과 정치철학 없이는 흉내조차 쉽잖은 측면이 있는데, 바로 이런 점에서는 2부 진행자도 대동소이하였다. 



후반전 2부 마이크는 방송인 김제동에게로 넘어갔다. 강사는 시에서 선정한 게 아니라 2016년 여성타운홀미팅에서 요청받은 강사를 모셔온 것이다. 1시간 남짓 특강과 20여분의 대화시간 내내 방송인 특유의 입담이 시계를 보지 못하게 하였다.  “나보고 좌파니 우파니 하는데 나는 기분파입니다..... 종북이라고도 하는데, 난 경북이거든요!” 그러나 참석한 관중을 쥐락펴락한 것은, 인간 김제동의 솔직함과 고뇌, 그리고 들을 귀가 쫑긋한 용감발언에 굶주려왔던 청중들의 기대치였던 거 같다. 흙수저의 애환을 자탄하기 전에, 돈 같은 걸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흙의 소중함, 생명성 등 얘기깜을 거창한 데보다는 일상 주변에서  찾아내 들려주었다, 그것도 뒤집어보기로 리얼하게..... 우신예찬의 풍자 못지않게 뱃속편한 서민들의 삶을 예찬하였고, 44 나이 장가 못가고 사는 외로움도 토로하였다. 네 명 정도의 질문과 요청마다에 대한 그의 응대는 순발력 차원이 아닌 듯싶었다. 아파하는 사람과 고뇌의 삶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고, 그랬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져진 내공과 진정성, 그것의 표출에  다름 아닌 듯 보였다. 



[외부] 인삼엑스포 김제동과 주민들


김제동은 21일 오후 6시, 금산 인삼엑스포광장에서 공식 개막식의 진행도 맡았다. 주제 “생명의 뿌리, 인삼” 부제 ‘과학과 문화로 세계를 날다’인  「2017금산세계인삼엑스포」가  32일간의 대향연에 들어가는 이 개막식은 국빈급 규모였다. 각국 외교관과 장성들, 국내에서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허승욱 정무부지사, 김종민 국회의원,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 박동철 금산군수 외 이동필 조직위원장 등 국내 인사와 인삼업계 관계자, 금산군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논산에서는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의장 외에도 지역유지들이 초청을 받아서 자리를 함께 하였다. 공직신분 윤석근 한국농어촌공사 지사장, 여병춘 국민건강보험지사장 외에 민간인신분으로는 박형래 충남상인연합회회장, 김진규 논산화지중앙시장상인회 상무, 이계한 논산시 이·통장연합회장, 오정근 새마을논산시협의회장 등이 자리하였다. 이날 VIP 다도 의전은 강경에 있는 세계차문화원 김희정 원장이 집전하였다.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이어진 토크콘서트는 생명의 뿌리 인삼의 무한 가능성,  세계를 향한 금산인삼에 이어  해외 초청인사의 즉석 인터뷰 순으로 진행됐다. 중간중간 가수 알리와 피아니스트 진보라, 팝페라 가수 이사벨의 축하 공연으로 세계 축제다운 개막식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개막식에 앞서 오전 9시 세계인삼도시연맹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삼제가 진행됐었다. 남이면 성곡리 일원의 개삼제는 인삼을 처음 심은 개삼터에서, 인삼을 재배하게 해준 진악산 산신령과 강처사에 감사를 표하며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이다. 


김제동은 장관, 도지사 등의 의전에 신경을 쓰면서도 인삼농부를 최우선 예우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본보다는 현장 분위기에 충실하는 파격도 시도되었다. 기존의 개막식과는 달리 라운드테이블에 인삼 관련 다과를 차려놓고 격식을 타파하는 가든파티 형식으로 준비했다는 게 조직위측의 설명이다. 초대장이 없어 파티장 출입 제한을 받던 군민들에게는, 나중에 테이블 빈 자리로 알아서 앉도록 안내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깥 관중석을 지키는 군민들이 상당수였다. 김제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위고하 막론하고서 한데 어울어지는 자리가 말처럼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그가 연무대에서 읽어내리던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民主) 특히 직접민주주의는 만만치 않은 명제임을 실감해보는 자리였다. 





[1부]   논산타운홀미팅


 맨먼저 2016년 타운홀미팅 리뷰가 이루어졌다. 


2016무엇이 달라졌나?

1) 영화관 신설 → 17%

2) 글로벌인재 해외연수 → 16%

3) 공연문화 확대 → 22%

4) 경제활성화 → 11%

5) 안전도시 만들기 → 7%

6) 시민공원관리 → 28% 

즉석에서 집계된 이 통계 수치 %는, 소수점이하는 반올림한 것이다. 참여한 시민들은, 여섯번째 맨 마지막으로 요구했던 시민공원관리가 그 중 제일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하였다. 


다음으로, 2017년 타운홀미팅 의제는 그 동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하여 설정된 4건의 의제별 개인토론과 전체투표로 이어졌다. 


논산 미래 관광경제를 위해 집중 투자할 콘텐츠는?

1) 탑정호 → 40% 
 2) 근대역사문화거리 → 23% 

3) 병영체험장 → 19% 

4) 충청유교문화 → 18% 

시민들에게 발언권을 주자 이구동성으로 탑정호 주변의 정리정돈을 거론하였다. 이런 지적은 탑정호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상황인데, 시 책임이기도 하지만 시민 스스로의 책임이기도 하여서 관광산업의 의표를 찌르는 보다 본질적인 토론이나 내용이 아쉬웠다. 


살기 좋은 논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1) 마을공원 확대 → 24% 

2) 버스이용 편의성 증대 → 19% 

3) 쾌적한 주차환경 → 31% 

4) 구도심 생활환경 개선 → 26%


따뜻한 공동체 동고동락을 위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1) 찾아가는 문화공연 → 15% 

2) 젊은 농업인 자녀돌봄 → 21% 

3) 한글대학 심화학습 → 15% 

4) 더욱 세심한 건강관리 → 24% 

5) 공동생활관련 지원확대 → 25% 

집계 결과 노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세하였다. 이 투표 결과 발표 후 한글대학에 대한 영상이 방영되었다. 물경 100살 동안 까막눈으로 지낸 할머니의 이야기도 눈물겨웠지만 작년 22개에서 올해 110여개 기하급수 증가한 수치도 놀라움이었다. 내년 신청은 두 배라는 얘기를 들으며, 문해교사 자신도 이렇게 많으리라 짐작도 못했다는 얘기를 현장 기자에게 귀띔해 준다. 



논산시 미래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 소규모 농가 지원 → 27% 

2) 전통시장 활성화 → 17% 

3) KTX 신설 → 18% 

4) 기업유치로 일자리 확대 → 38%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은 농촌마을만들기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KTX라 본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관중석에서 듣고 있던 한 시민은, 차제에 논산역과 강경역이 KTX역으로 통합되어야 세 역이 한꺼번에 살아날 수 있다는 의견을 옆사람과 주고받았다. 



[글·사진] 이지녕

위 글은  『놀뫼신문』  2017-09-26에 실었던 김제동 관련 글입니다. 

https://nmn.ff.or.kr/19/?idx=511593&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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