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마케팅] 황금어장 지척지간에 있건만....
상시 장터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5일장이었다. 이제는 상설시장이 즐비하여 오일장이 퇴색해가지만, 추억어린 풍물도 남아 있어 명맥은 유지되는 편이다. 7080을 비롯한 추억이 상품도 되는 즈음에 상품은 확장 일로이다. 여행상품, 강의상품.... 이중, 로컬 상품은 내가 사는 지역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에 상품 가치가 올라간다. 인위적이고 전시적인 상품보다는 자연발생적인 아이템이 더 진가를 발휘한다. 채운2리, 연무대훈련소가 그러한 곳이다.
제5회 콩밭열무축제가 (2017년) 8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충청도와 전라도 경계인 채운리에서 열렸다. 첫날은 700여명, 둘쨋날에는 500여명이 찾아와 무료로 제공한 열무보리밥용 쌀 80kg을 더 들여놔야 했다.
여름철 무더위, 떨어진 입맛을 되살리게 하는 열무김치는 사실상 귀한 작물은 아니다. 채운리 동네도 비경이 있다든지 전설이나 얘깃거리가 많아서 유명한 동네가 아니다. 동네입구에 들어서면 채운2리 황금빛 마을이라는 입간판이 반겨준다. 대한민국에서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 아닌 곳이 어디 있겠는가....
이 동네 김시환 이장은 쌀전업농이다. 400여마지기 농사를 지으니 대농이고 분주하다. 새마을지도자였던 그가 5년 전인 2012년 동네선거를 통하여 이장이 되고부터, 그 동안 생각한 바가 있어서 동네일에 온 힘을 기울였다. 축 져저 있던 동네에 꿈과 희망, 생기를 불어넣고자 생각해낸 것 중의 하나가 콩밭열무축제였다. 독자적인 생각만은 아니었다. 마침 그때는 3농혁신과 희망마을만들기가 시작하는 타이밍이었고, 이런 흐름에 맞추어 뜻있는 동네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브레인스토밍하던 중 어머니시절 시장에 내다 팔던 열무에 꽂힌 것이다.
열무는 그늘과 함께 있어야 억세지지도 않고 무성히 자라므로, 옆 고랑에는 콩을 심었다. 그 콩은 나중에 두부로 변신하게 되는데.... 그래서 열무축제가 아닌 콩밭열무축제이다. 한여름 콩은 뜨거운 햇빛을 막아줘 열무가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열무는 콩밭 골칫거리인 잡초를 막아주어서 윈윈이 되는 상징성이 스토리텔링에 제격이었다. 그에 못지않은 것은, 콩밭 + 열무가 동네사람 상호간에 윈윈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어 준 것이다.
마을회관 열쇠는 대개 이장이 갖고 있다. 동네는 어찌 보면 이장 맘이고, 이장이 그야말로 키맨(Key Man)이다. 많은 동네의 회관은 지금도 닫혀 있다. 인심 좋은 시골이라고 해서 열려 있거나 반색 분위기만은 아니다. 채운리 역시 그러하였다. 곳곳에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고 흉가도 간간 있어서 언제부터인가 도회지에 사는 자손들이 휴가철 고향을 찾지 않았고, 점점 더 적막강산이 되어갔다. 교통정체와 북적대는 해수욕장이 싫어진 사람들은 해외로 빠져 나가는 트렌드이다.
찾아오고 싶은 고향마을을 만들자면 환경정리가 급선무였다. 2012년 희망마을에 적극성을 띈 결과 2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2013년에는 1억5천만원 건강장수마을로 지정을 받았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가 구체적인 소득사업계획서를 써보았다. 그것을 가지고 노인회장과 함께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더니, 채운리처럼 동네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페이퍼로까지 작성해온 경우는 처음이라며 흔쾌히 OK 싸인을 해주었다고 한다. 행복마을콘테스트에서는 2014년 충남에서 2등을 하였다. 다음해 2015년에는 충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연말에 그것이 중앙으로 올라가 국무총리상을 거머쥐었다. 환경부문에서 전국 2등을 먹은 쾌거다. 2016년에는 창조적 마을로 선정되어서 올해부터 마을사업에 5억을 집행하게 된다. 주마가편, 승승장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 뒤에는 소박한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열정 내지 희생이 지대하게 마련이다. 열무축제 제1회때는 동네사람들이 십시일반 600만원을 모았다. 그걸로 판을 벌여 1500만원을 마련하였다. 얼핏 흑자 같지만 여기에 그 동안의 시설투자나 인건비 등은 몽땅 뺀 단순 셈법이다. 손님을 맞으려면 일단 동네가 깔끔해야 하는데, 그게 다 돈이다. 이번 축제를 하기 위해 김이장은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동네분들도 5시 반이 되면 마을회관으로 30여명씩 나와 꽃밭도 매고 열무밭도 손을 본다. 한사람이 투입될 경우 연인원 500명이 할 일을 나누어서 한 셈이다. 이 인건비만 환산하여도 축제에서 열무 팔아 남은 수익금으로 충당될 리 만무하다. 직장이나 일 나가는 사람들은 새벽에만 일하지만, 어떤 분은 하루 종일 이것저것 찾아서 일해 나간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지속 가능하겠는가, 일당도 안 주는데 말이다.
김이장 자신이 동네에서 인정받는 데 3년쯤 걸렸다고 한다. 이장이라고 하면 돈을 만지니까 떡고물로 떼어먹는다는 인식은 어느 동네나 여전하다. 김이장은 이장이 되면서부터 봉사직만 유지한 채 농협대의원 등 이권 관련 직책은 몽땅 내려놓았다. 유야무야된 청년회를 재건하고, 노인회장 찾아가 간곡히 청하고, 부녀회장에게 “형수”하면서 도움을 청하고.... 세 축을 형성해놓기는 했지만, 진정성과 열정을 인정받는 데 최소 시간 3년이 걸렸고, 그 결과 이장 재선이 되었다.
동네에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敎育)이라고 봤다. 400마지기 벼농사 농번기때는 눈코뜰 새가 없지만, 그래도 교육이 있다 하면 모심는 기계 논 한가운데 세워둔 채 교육장으로 향했다. 하던 일은, 교육 마치고 밤에 돌아와 원대복귀하여서 마저 했다. 어느 날은 돌아와보니, 누군가가 자기 기계인양 운전하고 다니면서 다 심어 놓았다. Education(교육)의 어원은 ‘속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자발성이다. 자발성은 동네 벽화 그리는 화가의 천재성을, 빨래다디미로 표현되는 난타의 음악성을, 지금까지 묻어두었던 각양각색의 보물들을 이제는 스스로 끌어내어 세상에 펼쳐보이는 황금기이다. 채운리 이야기는 황금벌판처럼 끝이 없지만, 하나의 키워드로 축약한다면 신명나는 자발성이다. 지역 축제 한다 하면 정부지원금은 기본이고 그래서 더 흥청망청인 현실에서 채운리사람들은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NH농협 논산시지부는 11일 강경읍 채운2리 황금빛마을을 찾았다. 논산시내 주부 40명을 대상으로 하는 식사랑농사랑 주부농산물체험구매단을 운영한 것이다. 2016년부터 농협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것이 ‘또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인데, 결연을 체결한 황금빛마을 콩밭열무축제 기간에 맞추었다.
참가자들은 콩밭열무로 김치를 직접 담그고, 우리콩으로 두부만들기 체험을 한 후 직접 구매하였다. 이날 행사에 동참한 권용근 지부장은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을 위해서는 농촌의 농외소득 창출이 중요한데, 도시민들이 우리 농산물 애용하는 계기를 자주 만들어가자.”며 응원하였다. 채운리는 국무총리상을 받은 이후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축제 참여자가 1200여 명으로 집계됐는데, 김이장은 천안 아줌마들이 차 몰고 오면서 길 묻는 데 헤매느라 1시간여 답을 해주었노라고 한다. 충북에서 온 분도 있었는데, 그 숫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유별난 아이템을 앞장세운 것도 아닌 소박한 동네축제가 전국적 명성을 얻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 어디서나 도긴개긴인 판박이형 축제에 식상한 사람들은 참신하고 진정성 있는 동네잔치를 원한다는 데서 일단의 답이 나올 것 같다.
한국기독실업인회(이하 한국CBMC)가 8월 14일부터 2박 3일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제44차 CBMC 한국대회’를 개최했다.
국내외 기독실업인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재서 육군훈련소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성공적 대회 개최를 축하했다. 국제CBMC 짐펀스탈 회장이 내한했으며, ‘미래와 희망으로 새 역사를 만들자’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 준비와 기획은 김영구 ㈜엘림비엠에스 대표와 세라박 총괄부회장이 맡았다. 대회를 총괄한 세라박 총괄부회장은 "한국CBMC는 이번 한국대회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다음세대를 열심히 섬기고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장환 목사(FEBC극동방송 이사장),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강용규 목사(한신교회) 등 거물급 교계지도자들이 강사로 나섰으며, 4차 산업혁명, 통일, 동성애 등 교계 및 사회의 민감한 이슈들이 특강 시간에 다루어졌다.
대회 둘째날인 15일 구재서 소장은 “8월 광복절을 맞아 나라를 되찾은 감격을 되새기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이자 기독실업인으로서 국가 안보에 더욱 관심을 갖고 기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표하였다. 두상달 중앙회장은 “매년 12만 5천명의 청년이 입영하여 그 중 8만 여 명이 세례를 받는 복음의 황금어장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한국대회를 열게 되어 영광”이라고 표현하였다.
“황금어장”은 그 역도 성립한다. CBMC는 크리스찬 경영인 및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Christian Business에서 보다시피, 비지니스를 하는 기업인, 사업가들의 모임이다. 경실련이 일반기업인들의 연합체라면, CBMC는 특정 종교인들의 경실련인 셈이다.
그러므로 이번 개최된 CBMC 한국대회는 종교행사를 넘어 기업인들과 전문인들간 네트워킹 한마당이기도 하다. CBMC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조직이기에 육군훈련소와 충청남도가 공들여 유치한 쾌거이다. 논산으로서는 『Buy the NonSan』 절호의 기회였다.
논산시는 CBMC 한국대회에서 ‘논산관광 알림이 홍보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대회에 참여한 기독 실업인들에게 논산관광가이드북 등 홍보책자를 전달하며, 논산의 문화 유적지와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를 소개하였다.참가자들 중에는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계백장군유적지와 탑정호 수변데크길을 둘러보기도 하였다. 논산관광마케팅은 나름 실효를 거두었다 하겠다.
아쉬운 것은 관광 중에서도 지척지간인 연무대만의 특장을 여실히 살렸으면 하는 점이다. 일반관광에 식상해 있을 사업가들 눈에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밀리터리파크 병영체험 쪽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주최측은 대회 참가자들 대상으로 국가안보교육과 제식훈련을 따로 마련하기는 하였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는 기업가로서 지역특색을 찾아내는 바이어의 눈이 기본이다. 서비스로 제공하는 음료 하나에도 일반 제품이 아니라, 논산브랜드가 당당하게 박힌 것으로 준비해놓는 애향심이 아쉽다.
[글·사진] 이지녕
위 글은 『놀뫼신문』 2017-08-15일자에 실렸습니다.
[블루오션마케팅] 황금어장 지척지간에 있건만....
https://nmn.ff.or.kr/23/?idx=514489&bmod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