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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베 Nov 29. 2017

2016년 미식 트렌드

몇 가지 키워드로 짚어보는 미식 트렌드

서울의 레스토랑 수준이 올라갔음을 증명하는 요소가 하나 있다.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을 표하는 레스토랑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지에 오른 요리는 쇼도 속임수도 아니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대부분 엄청난 조리법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어떻게 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느냐에 집중한다.


재료를 다루는 것보다 더욱 신경을 쓰는 게 재료의 수급이다. 최상의 식재료를 언제든 수급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야말로 레스토랑이 자랑할 만한 부분이다. 소금을 얼마나 화려하게 뿌리고 팬에 불을 붙여 멋있게 돌리느냐는 TV 화면에서나 실컷 즐기길 바란다.


<미쉐린 가이드>의 한식 사랑과는 무관하지만 2016년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식재료에 집중하는 경향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재료는 당연히 한식 재료이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실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도사 바이 백승욱, 주옥, 곳간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곳간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 이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서도 2스타를 유지했고, 도사 바이 백승욱, 주옥은 새롭게 1스타를 받았다.)


한국은 무엇이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다. 레스토랑 문화도 마찬가지다. 속도에 비례해 수없이 많은 시도와 실험이 동시에 일어난다. 일례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오픈하는 지역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강남(정확히는 청담동과 도산공원 인근 지역)에 밀집되어 있었는데 사대문 안 도심 지역, 이태원, 한남동, 여의도, 홍대를 중심으로 하는 일명 ‘서쪽 지역’ 등에도 속속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단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사대문 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서쪽 지역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태원과 한남동에는 새로운 레스토랑이 오픈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여의도는 여전히 실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 전역으로 퍼질 것 같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결국엔 강남인 것인가. 청담동과 도산공원 일대로 다시 몰리는 추세다. 원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밀집된 곳인데 새로운 업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반대로 강남에서 오래도록 영업하던 트라토리아 몰토가 상암으로 이전했다.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나 선구자일지도 모른다. 그 성패는 내년 연말 정도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미시적으로 접근하면 크게 세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일본식 라멘의 수준 향상이다.

드디어 한국 땅에서도 흉내 내기 수준을 뛰어넘는 훌륭한 라멘을 맛볼 수 있는 라멘집이 여럿 등장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중 라멘 베라보는 억지로라도 끌고 가서 맛보게 해주고 싶을 정도로 잘한다.


다음은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변신한 파스타의 분전이다.

한국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외식 메뉴가 파스타다. 남녀노소가 즐기고 나름의 취향도 확고하다. 맛 좀 안다 싶어지니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이 강세를 보였다. 알단테로 면을 익힌 뻑뻑한 카르보나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이후에는 ‘이탈리아 가정식’ 느낌을 표방한 업장이 선전했다. 정통 타령과 수준 미달의 가정식 파스타가 넘쳐나자 트렌드에 조금 앞선 사람들은 아예 개성 넘치는 스타일의 파스타로 눈을 돌렸다. 가장 성공한 도우룸과 가티는 이어지는 레스토랑 소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갓포 요릿집의 성공을 올해 중요한 판도로 볼 수 있다.

갓포는 쉽게 이야기하면 고급 일본식 정식 코스인 가이세키보다는 캐주얼하고, 부담 없이 즐기는 이자카야보다는 수준 높은 요리를 내는 비교적 고급 선술집이다.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괜찮은 갓포 요릿집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문화는 (너무 고가의 비용이 드는 것을 제외하고) 결국 서울 전역으로 퍼지게 돼 있다. 서울에서 유행하는 것은 전국의 트렌드가 된다. 갓포가 몇 년 안에 전국적으로 유행할 것이라 장담한다. 이자카야는 이제 별 감흥이 없으니까.



자세한 레스토랑 소개는 아래를 참고하세요.




*<에스콰이어> 2016년 12월호에 실린 본인의 기사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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