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all life goes on
첫장.
3월 11일 수요일.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글로벌 팬더믹을 선언했다.
연달아 트럼프 대통령의 State of Emergency
국가 비상사태 돌입 선포와
주가 폭락, 뉴욕 모든 학교 휴교명령,
결국 각 상점및 레스토랑 문을 닫고
외출금지까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뉴스를
2월 초부터 연일 접하고 있던 나로써는
이 모든것이 정말 새삼스럽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뭔가 대중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위 '강대국' 이자 '선진국' 인 미국에게
적잖은 기대감이 있었나 보다.
이렇게 전염력이 강한데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쓸려들어오고 나가는
국제 도시, 세계의 수도 라고 까지 말하는
뉴욕에 이 바이러스가
아직까지 안 들어왔을리 없다고 강력히 믿었다.
먼저 터진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차이나 타운
한인타운에 가득한 자국에서 방문한 사람들,
북적북적한 지옥철,
여기저기 가득한 관광객,
사람 물결에 밀려서 걸어다니는 타임스퀘어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분명 존재해 보였다.
하지만 유투브에서 보듯
픽픽 쓰러지는 사람도 분명히 없었고
나도 아는걸 다른 사람들이 모를리 없으니
미국은 미국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겠지. 라고..
하지만 나의 순진한 기대감은
펜더믹 발표 전부터 시작된 각종 생필품 사재기 및
곳곳에서 일어나는 아시안 혐오범죄,
마스크및 개인 보호 장비 구매 불가능등으로 인해
거센 파도처럼 밀려드는 패닉과 불안감들 밑으로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 평생 국가비상사태를 접하게 되다니.
그것도 미국에서.
어린딸을 데리고.
여태껏 본 전쟁영화나 재난영화들이 떠올랐다.
앞이 암담했다.
신기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우리 가족 목숨만 걱정될 것 같았는데
다른것들이 먼저 내 머리를 때렸다.
당장 남편 회사가 영향을 받으면 어떡하지?
혹시 정리해고라도 당하면
가진돈으로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당장 이달 말인 이번 책 마감은 어쩌지?
냉동실에 있는 음식들이 뭐가 있더라,
당장 다음주 예약된 여행 숙소 취소를 해주려나..
이런 저런 걱정풍선들을
머리 위에 동글 동글 얹은채로
불가능할것만 같은 자택 격리가
어느새 일주일째를 맞아간다.
외식 불가,
모임 불가,
학교 불가,
플레이 데이트 불가,
외출 불가,
여행 불가..
이렇게 과연 살수가 있을까?
언제까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상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엄마!! 튤립이다!!"
라고 아이가 가르치는 곳을 바라보니
튤립 몽우리가 있었다.
올해의 첫 튤립이다.
봄이 왔구나.
개나리도 피고
수선화도 점점 가득 언덕을 메워가고
성질이 급한 벚꽃들도
나무가지를 덮어가기 시작한다.
이런 재난 상태에서
사망자수와 확진자 수는 늘어만 가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밤이 되면 잠이 오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돈을 벌 궁리를 하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 브랜드들은
여전히 내게 작업 의뢰를 한다.
아이는 집에 갇혀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고
봄은 오고 꽃은 피어나며
인생은 계속 된다.
SNS 에 올려 자랑할 사진 한장 없는
이런 일상들을 남겨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점이나 여행사진들을 채워놓은
사진첩보다도
진짜 기록을 필요로 할 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