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마비 사이, ADHD로 살아간다는 것

by 글력

ADHD지만, 나는 하나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무언가가 명확하게 주어지면 끝까지 해낸다. 해야 할 일이 구조화되어 있을 때, 오히려 집중력은 또렷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즉흥성’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불쑥 끼어들 때, 머리가 하얗게 멈춘다. 해야 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사고가 정지된 듯 마비된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시작점이 보이지 않는 느낌에 가깝다.


요즘은 사흘 내내 콘서타를 복용했음에도 잠이 쏟아졌다.

어쩌면 나는 요즘 ‘잠자기’에 가장 잘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약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몸과 마음의 리듬이 엇갈리면, 의지로만은 버티기 어렵다.


블로그도 꾸준히 해보려 한다.

하지만 어질어질하다. 쉽게 질리는 성향 때문이다. 흥미가 빠르게 타오르는 만큼, 빠르게 식어버린다. 벌써부터 그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한때 열정적으로 붙잡았던 패션 분야는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나는 또 포기한 걸까?

아니면 방향을 조정한 걸까?


요즘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세상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왜 나는 이럴까’라는 자책 대신, ‘그렇다면 어떻게 설계할까’라는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도.


ADHD는 나를 산만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강한 몰입의 순간도 준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리듬이다.

즉흥적인 상황에서 마비되지 않도록 작은 안전장치를 만들고, 쉽게 질리는 성향을 인정하되 완전히 끊어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이어가는 것. 아마 그게 나의 과제일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도망치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루는 연습.


집중과 마비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나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