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 이렇게 읽기(29)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 한 잔(盞)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꾼들을 따러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 백석, 「주막」 전문(『백석시전집』, 1987)
이시영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시란 그 창작과정에서 (무)의도적인 생략 내지 (얌전한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어떤 비약, 작품 바깥으로의 과감한 도약을 감행하려는 시인의 창조적이고 저돌적인 무모성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 작품 3연에 나오는 주막집 ‘아들아이’와 ‘나’ 가운데 누가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아이일까? 이시영은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로 읽어야 한다며 백석은 의도적으로 쉼표를 생략함으로써 의미상의 도약을 꾀하고 시적 재미를 창출했다고 보았다.
즉 주막집 아들아이를 묘사하는 세 가지 수식(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사이에 들어가야 할 쉼표를 빼 버림으로써 ‘겹침 수사’의 맛을 제대로 구사했다는 생각이다. 문법적으로 필요한 문장부호를 뺀 자리에 시적 도약의 즐거움이 생성되었다.
짝새가 발뿌리에서 닐은 논드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어먹었다
게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그웠다
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 백석, 「하답(夏畓)」 전문(『백석시전집』, 1987)
산업화되기 이전 농촌 아이들의 여름 놀이와 일상 풍경이 생동감 있는 민화처럼 표현된 이 작품 또한 시적 도약의 불연속이 시를 시답게 하는 창조적 연속이라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이 작품의 각 연을 불연속적 서사로 볼 수 있다. 세 가지 에피소드가 각 연에 배치되어 연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단일 서사로 보기에는 시공간적 거리가 너무 넓어 보인다.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는 사건과 게가 아니라 뱀을 잡은 사건, 또 여름 햇볕에 몸을 말리는 사건은 ‘여름’이라는 한 계절 안에 펼쳐질 수 있는 것이지 하나의 서사로 선후 관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이 짧은 시는 "그야말로 각 연이 독립된 비연속의 (연속적) 서사이지 친절하게 풀어쓴 ‘산문’이 아닌 것이다.” 만일 단일 서사로 해석하게 될 경우, “아무리 아이들이라 해도 소중한 벼가 자라고 있는 무논 안에 들어가 장난치며 놀 수 없”는 사실을 왜곡하게 되고, 또 “무논 안에 게구멍은 없으며, 게는 주로 논둑이나 이웃한 개울에 구멍을 파고 숨어 사는” 생태를 부정하게 되고, 마침내 “무논의 어느 자리에도 징검다리는 놓일 수 없으며 징검다리 내지 돌다리는 개울을 가로지르는 곳에 놓이는” 농경 사회의 순리를 거스르게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