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32
군산은 근대문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물자를 가져가는 수탈의 본거지였기 때문에 일본식 가옥과 당시 세워진 건축물들을 도시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군산의 근대역사박물관은 그 시절 생업을 찾아 군산으로 모여든 노동자들의 지난한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두노동자로 살아가던 고단한 삶에 가톨릭 신앙은 지친삶을 위로해주고 나아가 삶의 희망을 가져다 주는 구심점이 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이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초기만해도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던 신자들에게 성당의 존재는 절실한 소망같은 것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군산지역에는 1915년경에 몇몇 신자들의 헌신으로 처음 공소를 마련하게 되었고 1929년에 본당설립을 추진하여 비로소 1931년 군산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건물은 1955년에 지어진 건물로 사고로 허물어진 목조건물의 터에 세워진 건물입니다. 장항제련소에서 제련하고 남은 찌거기로 개발한 내화벽돌을 사용하였는데 지금의 성당은 벽돌 마감외부에 인조석을 덧대어 벽돌의 흔적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규모가 상당히 큰 성당으로 군산지역 최초의 성당이기도 하고 군산지역 성당들의 모성당으로서의 위용이 느껴졌습니다.
성당 앞에 마주서면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첨탑아래로 석조건물로 보이는 고딕양식의 성당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당입구 왼편엔 두팔벌려 맞아주시는 예수성심상과 오른편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상이 있습니다. 성당내부로 들어가는 곳에 세워진 두개의 성상이 성당을 더욱 거룩하게 합니다. 성당내부는 긴 장방형의 형태로 원래는 기둥이 있었던 곳이지만 기둥을 헐고 보수하였다고 합니다. 기둥이 없는 성당은 시야를 가리지않아 시원스럽기도 하고 들어서자마자 제대의 십자고상이 한눈에 들어와 보여 공간을 더욱 성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성당입구 한켠에는 근대유물 전시관이 마련이 되어 있어 군산지역과 둔율동성당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있었습니다. 특히 1784년 이땅의 가톨릭의 시작과 현재의 둔율동 성당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약사는 군산지역뿐 아니라 이 땅의 가톨릭 역사를 한장에 요약 정리한 것이어서 이 땅에 주신 하느님의 은혜를 한번 더 되새기게 하였습니다. 또한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도 모시고 있고 그 당시 신자들의 유물들도 많이 전시하고 있어서 초창기 그들의 헌신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군산의 아픈 역사의 흔적들을 돌아보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신앙도 마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 수많은 박해를 견대낸 카톨릭역사이기에 현재의 신앙생활이 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줄어드는 신자수, 편하고 안일한 신앙생활 하지만 신앙의 후손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성스럽고 헌신적인 발자욱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