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기행 #27
7월의 폭염이 아침부터 따갑게 내리는 주일 아침 고령성당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조금 이른 시간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경상북도 고령군의 대가야읍은 조그만 소읍이지만 인구 1만명정도로 지방의 소읍으로는 제법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곳입니다. 아마도 대구 도심과 30~40분정도의 시간거리가 있는 곳이라 위성도시처럼 다양한 연령층이 상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참석한 주일은 연중 13주일로 고령성당에서 4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첫 영성체를 주는 날이었습니다. 머리에 화환을 두르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어린 신자들을 보니 저 역시도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고 부활절에 첫 영성체를 받게된 감회도 새롭게 떠올라 성체성사의 기쁨을 다시 한번 깊게 누리게 되었습니다. 고령성당은 소화유치원을 운영하여 어린 신자들을 교육하는 것으로도 유명했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줄어드는 인구탓에 운영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성당은 1964년 12월 2일 준공한 건축물로 최초의 설계자는 알빈 슈미츠 신부님이십니다. 알빈 슈미츠 신부님은 1904년 독일에서 태어나 교회의 전통 양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건축을 연구하고 설계한 분이며 1958년 김천의 평화성당을 시작으로 한국의 환경과 문화에 어울리는 180여개의 가톨릭 건축물을 설계하신 분이십니다. 교회건물이 최대한 일반인들에게 편하게 다가 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순수한 자연 광선을 통해 성스러움을 표현 한 특징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고령성당 또한 알빈슈미츠 신부님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성당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고령성당은 입구로부터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면 왼쪽으로 성당과 교회부속건물 그리고 오른쪽엔 소화유치원이 있습니다. 모든 건물이 순백색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순결해질 것처럼 환한 밝음으로 신자들을 맞습니다. 종탑밑으로 난 문을 열면 문과 이어진 통로가 먼저 보입니다. 길지 않은 통로를 통해 돌아가면 본당이 있습니다. 본당은 제단과 회중석의 고저차가 없는 사각형의 공간입니다. 높은 천장과 제대 뒷쪽의 제대화 주위로 여러가지 색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두어 자연스럽게 내리는 빛들로 인해 만들어진 정밀한 세공의 아름다움이 보는 이의 눈을 기쁘게 하여 주었습니다. 제대화는 앙드레 부통신부님의 작품으로 알빈신부님과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여기서 신부님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은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제대화는 주님 수난화로 십자가 예수님의 고통과 성모마리아의 슬픔이 올려다 보는 제 마음에 그데로 전해지는 것같아 스스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운영되지 않는 소화유치원 건물에서 원유동교수님의 동판 전시회가 있어서 잠간 들려보았습니다. 원유동교수님은 가톨릭 교인이시며 철학교수로 작품에 철학, 종교 생태학등의 테마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마침 우리가 전시회를 관람할때 계셔서 작품해설까지 해주셨습니다. 동판전시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상당히 관심을 기울여 보았는데 말씀을 나누다 보니 제가 순례한 성당의 본당문을 직접 제작하셨다해서 상당히 반갑기도 했습니다. 작품중에 태양의 노래라는 연작잡품은 대작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7월의 한낮 고령성당에서 참례한 첫 영성체 미사와 덤으로 얻은 동판전시회는 하루를 풍성하게 하는 선물같은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