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드 Jul 27. 2016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이 본 한국의 현대사

한국의 현대사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특별한 용기를 가져야 할지도 모르는 대단히 힘든 일 중에 하나다. 특히 이승만으로 시작되어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60년 남짓한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숨막힐 듯 불의하며, 고통스럽도록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읽는 동안 깊은 심호흡이 필요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 아픈 시대를 살았던 유시민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체험한 정치 경제 문화흥분없이 꽤나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정치인 신분일 때의 그 독설적 논조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들이 눈에 보인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은 결코 획일적이어서는 않된다. 다양한 사관이 제시되어야 하며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반 대중들의 자유롭고도 다양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시민의 역사관 역시  객관적으로 옳은 것 만은 아니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대중들에게 한가지 역사관만을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은 누가봐도 명백한 역사적 사실권력을 잡은 집단음흉함이 사실을 왜곡시키고  그들이 적당하게 포장하고 버무린 그들만의 역사를 그들의 생각대로 교육하는것은 너무나 반민주적이며 전체주의적 사관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인식이 있어야만 미래에 대한 옳바른 선택의 힘도 길러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고 획일적 사관으로 국민들을 교육하려고 하는 시대적 오류를 범하려 하고 있다. 이 또한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 너무나 우려스럽다. 책 제목 "나의 한국현대사"처럼 대한민국 한사람 한사람 마다 자기만의 한국사가 용인되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이다.


다 읽고 난 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과거의 사건들에 대하여 기성세대의 잘못이 너무나 어리석어 보여도, 이즈음의 젊은 청년독자들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하여 열정적으로 저항하기 보다는 이미 지나간 일들에 대한 포기와 현실정치에 대한 무력감으로 인해 관심과 참여의식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고루한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렴풋한 체험의 사실이기도 하겠지만, 조금쯤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겐 이럴 수가 할 만큼, 잘못알고 있었던 엄청난 역사적 사실들이 책 곳곳에 있다. 정의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사건들 앞에서 늙고 젊음이 없는 것이다. 예컨데 수많은 간첩조작사건들이 그렇다. 무수한 유명인사들, 이 나라의 많은 젊은 엘리트들이 간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남영동 그 낡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상상할 수없는 고문과 폭력으로 거짓자백을 하고 불구가 되거나 죽어갔다. 단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기나라의 국민을 털끝만큼의 고민도 없이 죽이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도데체 얼마나 될까?


통합포털에 나의 한국현대사라는 검색어를 넣자 수많은 리뷰들이 담긴 블러그들이 보인다. 거의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에 속하는 블러거들이다. 유시민의 작가적 유명세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그들이 어두운 한국현대사를 접했을 때의 기분은 어떨까? 나의 아들은 현재 군 복무중이다. 가끔 책을 사서 보내주곤 하는데 그저께는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냈다. 소설책이 좋다는 아들의 응석어린 투정에 난 따분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을 넓혀보라고 강권했다. 아들에게서 어쩌면 그 옛날 주변인이었던 나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씁슬한 일이다. 그렇다고 강요할 순 없지만.


유시민이 59년생이니까 그는 나 보다 8살이 많다. 67년생과 59년생은 시대적으로 볼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86년도엔 6월항쟁이 있긴 했지만 6.29 선언을 끝으로 일반 시민, 대중들의 시위문화가 많이 줄어 들던 시기다. 반대로 노동운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유시민이 대학생활을 하던 그때는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있었던 시기이다. 5.18이 있었고 수많은 시위가 일어나던 때이다.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교 앞에서는 하루도 최루탄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유시민의 청년시절은 이처럼 시대적 저항정신으로 무장한 항쟁의 중심에 있었던 시기이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하여 고민하고, 투쟁하며, 실천하는 지성인들이 살았던 시기이다. 이에 반해 난 6월항쟁을 끝으로 시위라는 것은 단 한번도 참여해본일이 없는 평범한 학생 시민으로 살았다. 나의 20대는 막연하게 반항하는 진보성향의 일반적 청년이었다. 저항의식도 없고 그저 현실에만 안주해 살아가는 청년세대. 그렇게 살아왔던 난 자연스레 보수성향의 중년으로 나이가 들어갔고, 시대적 사안에 대하여는 그 어떤 고민도 하지 않는 무심한 시민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그러한 시기에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0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이 죽었다. 한강다리가 끊어지고, 대구 지하철화재 참사가 있었다. 그리고 쌍용차, 밀양송전탑, 용산탑, 천안함, 세월호, 그리고 아직도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유우성간첩조작 사건까지. 하나같이 국가 권력이 방조 또는 그 비리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주변인이었다. 고민하기 싫었고 언론이 내뱉은 말들을 의심조차 없이 수긍하고 살았다.


유시민은 아직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경제발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국민의 수준에는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능력도 포함된다"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대통령을 얻기 위해 너무나 많은 세월과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 책은 지난 55년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빠짐없는 기록이 아니라 내가 그 시대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 55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실 중에서 어떤 것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는가? 2014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고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상활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실들이다. 이것이 내가 역사의 사실을 선택한 기준이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부정적 미래가 예상되는 현재를 살고 있다면 반드시 왜그렇게 될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야한다. 일반 대중이 "왜"라는 질문이 많아지면 국가권력도 일방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들에 "왜"라고 해버리면 다음엔 그렇게 못하는 것이다. 요즘 사드문제로 인한 성주군민들의 사드저지 투쟁이 그렇다. 국가는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결정을 내리면 될 줄알았다. 그런데 시골무지렁이라고 생각했던 성주군민들이 적극적으로 정부에 대하여 "왜"라고 물었던 것이다. 미래에 대하여 희망을 갖고 싶다면 과거의 결과인 현재를 바꾸어야 한다. 예측가능한 위험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묻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기억속에서 과거를 잊지 않아야 한다. 세월호가 물속에 가라앉은지 2년이 넘었다. 이미 역사가 되어 아득한 기억저편으로 세월호는 잊혀지고 있다. 그러나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때문이다. 그 옛날 우리는 삼풍백화점을 잊었기 때문에 서해훼리호 사건을 격었고 또다시 세월호를 겪어야 했다. 세월호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또다시 내 가족을 똑같은 방식으로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타인의 생명과 건강과 복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결한 행위다. 그런데 전태일을 분신하게 한 것은 어떤 이념이 아니라 어리고 약한 이웃에 대한 연민이었다"


감정의 연대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바로 내 자신일 수도 있다는 자각. 왜냐하면 나 또한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에 그 고통을 잊으면 언젠가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힘들어 하는 이웃을 위해 함께 기억하고 고민하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그것 중의 하나가 역사를 읽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人間의 길을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