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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ul 13. 2018

녹색터널


바람이 불면 한적하던 거리가 일어나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람은 달리는 속도에 따라 재잘거리는 수다가 되기도 하고 

귓전을 간지르는 소근거림이 되기도 합니다. 

빽빽한 녹색의 수다들이 만든 작은 틈사이로 손바닥만큼의 하늘이 보입니다.

그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찬란한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거리고

기분 좋은 나른함과 함께 나무들이 뱉어내는 온갖 소리들을 기분 좋게 합니다. 

바람은 묻고 있었고, 잠자고 있던 나무들은 깨어나

먼데서 온 바람들과 함께 시원의 대답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것은 오랜 침묵을 깨우는 반가운 잎들의 환영인사였습니다.     


잎과 잎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은 눈을 감습니다. 

비좁은 틈을 뚫고 들어오는 나른한 반짝거림이 감은 눈꺼풀위로 별처럼 쏟아지고 

눈꺼풀은 이내 따스하고 붉은 투명이 됩니다. 

이곳은 생명을 잉태한 엄마의 자궁입니다. 

온몸을 파고드는 붉고 따스한 온기가 자장가처럼 귓가에 소곤대고 

엄마의 토닥임처럼 평온을 몰고 옵니다. 

사르륵 녹색이 비벼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먼 산에서 파도처럼 달려오는 반가운 새소리. 

어느 날 바람이 만들어준 선물같은 풍경.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영혼은 다른 세계로 날아가고

주위의 모든 것이 흔적 없이 사라져 혼자 남는 곳 

이곳에 초록의 빛들과 눈감은 막위의 붉음이 내 몸의 크기만큼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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