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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Apr 13. 2016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우리는 순진무구함과 폭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 휴머니즘과 폭력

(메를로 퐁티)


책이란 언제나 자기자신을 볼 수있는 거울인가봅니다. 얼마전 우연하게 강신주라는 철학자를 처음 알게되어 읽을 만한 그의 책을 고르던 중 제 마음을 끌던 책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한장한장 읽어가다가 메를로 퐁티의 글을 보고는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유한자인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것을 파괴하여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돌아보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무엇인가 살아있었던 것을 먹고 있으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누구에겐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있다고 일성합니다.


그 순간 직장동료인 한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늘 쾌활하게 웃고 떠들며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말을 잃어가고 사람들로 부터 소외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주쳐도 인사도 하지 않으며 눈길을 외면하고 맙니다. 오히려 어떤면에서는 그가 모든 사람을 밀어내는 것처럼보입니다. 모두와 담을 쌓고 혼자만의 고립된 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가 왜 그러는지 짐작은 할 수 있어도 확신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적대시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무시하기까지 한다고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그렇게까지된 데에는 여러가지 일이 복합적인 정황이 얽히고 꼬여 있었겠지만 어쩌면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를 대할 때마다 자유롭지 못함을 느낍니다. 내가 건네는 인사를 무시하는 그를 어느 순간부터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를 무관심으로 대합니다. 마주치는 것도 어색해서 일부러 가는 길을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나는 직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늘 마음 언저리에서 그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마음은 묵직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를 외면하고 무관심하면, 그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에 대한 알 수 없는 상념만이 남아 나를 더 괴롭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관계성에 대한 책을 읽으면 그와의 좁혀지지 않는 마음의 거리감이 생각나고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고 싶었지만 마주치면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나는 나의 자존심에 위해가 되는 그의 행동에 대하여 무관심이라는 폭력을 끊임없이 휘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 폭력이 오히려 내 자신의 자유를 옳아매고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그의 그런 행동을 비난하며 깊숙하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지요. 그는 분명 고통에 빠져 있습니다. "고통에 빠진 타인을 보았을 때 그와 비슷하게 고통을 느낀다면 그 사람은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타인이 고통스러울 때도 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타인은 죽은 사람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내가 그에게 무언의 폭력을 휘두르고 그의 고통에 대하여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 못할 때, 그 타인은 죽은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참 많은 곳에서 무한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듯합니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또 직장에서도 말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타자에 대한 폭력으로서 존재한다"는 메를로 퐁티의 탄식이 작가와 마찬가지로 제게도 묘한 공명을 일으킵니다. 퐁티는 다만 최소한의 폭력을 행사하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측은지심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타인의 고통에 대하여 공감을 가져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 또한 언제든 그러한 폭력에 노출되어있고 그래서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이 할 수도 있는 것아닐까요. 이점에서 작가는 한가지를 제시합니다. 바로 소통이라는 것이지요. 소통을 위해 공자는 논어에서 "인이란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이라 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길어질 때면 꼭 타자를 무시하는 듯한 말이 섞일때가 있습니다. 역린이란 말이 있습니다. 용의 목에 있는 거꾸로된 비늘입니다.(205p) 용은 이 역린을 자극받는 순간 고개를 돌려 타고있는 사람을 물어죽일 수 있습니다. 역린은 아픔이고 고통입니다. 이 고통을 자극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역린을 건드릴때 조화로운 관계가 갈등의 관계가 되고 서로 등을 돌려버리게 되는 것같습니다. 작가는 여기에서 상대방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타자에 대한 감수성 그러한 무의식적인 정서를 갇는 것이 무었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제는 같이 일하는 간호사부친의  갑작스런 부고소식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리 많치않은 나이에 작고하신 아버님을 애도하는 그녀의 얼굴은 상할 데로 상해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그녀에게 닥쳐진, 죽음이란 영원한 이별앞에서 많이 혼란스럽고 슬픈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고통을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고통을 온전히 나누지는 못했습니다만 나는 내가 가진 모든 마음으로 애도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뜻하지 않게도 처음에 말한 그 직장동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많이 취한듯해 보였습니다. 전화받는 나를 확인하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 다그쳐 말했지만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전화기를 들고만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는 무슨일인지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가 내게 무슨일로 전화를 한건지는 알 수없지만 다만 그가 겪고있는 고통을 내일은 같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퐁티가 말한 것처럼 폭력은 본성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의 폭력만으로 그를 대할 수 있는 겸손함이 제게 있기를 바래봅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또 잠 못이루는 밤이 될 것같습니다. 내일은 선거날인데 출근을 합니다. 미리 사전투표를 했기에 투표할 시간은 필요없지만 옳바른 선택의 하루가 되어 잘못된 정치에 일침을 가하는 가히 혁명적인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폭력은 국가로 부터도 오는 것입니다. 폭력없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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