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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Apr 19. 2016

비상경보기

빼앗긴 삶과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60개의 비상경고등

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 뿐이다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는 그대들 뿐이다

최소한도로

자유당이 감행한 정도의 불법을

혁명정부가 구육법전서를 떠나서

합법적으로 불법을 해도 될까 말까 한 혁명을

불쌍한 것은 이래저래 그대들 뿐이다

그놈들이 배불리 먹고 있을 때도

고생한 것은 그대들이고

그놈들이 망하고 난 후에도 진짜 곯고 있는 것은 그대들인데

불쌍한 그대들은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다


김수영<육법전서와 혁명>


누군가 저에게 "너는 좌파"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말입니다. 어느 한쪽을 열열히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적도 없고, 정치인 누구누구가 좋다는 말도 한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느날 저에게 좌파라고 했습니다. 저는 놀라서 "좌파? 내가 무슨 좌파입니까? " 언젠가 직장에서 통일기금을 모으는 문제로 회의를 한적이 있습니다. 저는 반대입장에 섰는데요. 그 통일기금이란 것이 어떻게 모여지고 어떤 식으로 관리가 되는지 투명하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직원들로부터 강제 비슷하게 모금한다는 것은 아무리 선의로 설득하려해도 썩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의 생각에는 오너의 말에 따르는 것이 좋지않겠는가 하며 설득해 보려 했지만 다른 분들의 반대도 있고 해서 통일기금문제는 유야무야 되어버렸습니다. 아마도 그일 이후로 그는 제게 좌파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같습니다.


어제 본 김어준총수의 파파이스에 게스트로 김갑수씨가 출연했습니다. 그는 종편 프로그램들 중 하나인 <강적들>에 패널로 출연하는 진보논객입니다. 사실 진보논객이 종편에 나와 봐야 보수진영의 공격만 받을게 뻔한데 그의 용기가 대단합니다. 그렇치만 그는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어차피 그는 구색갖춘 악세사리일 뿐일 것이고, 또 그가 한 많은 발언들은 편집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용기가 대단합니다.  "극좌파인 문제인씨가..... " 이말은 같이 출연하는 보수진영의 패널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문재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노무현대통령의 최측근정도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은 김대중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좌파인 대통령을 10년동안 우리의 대표로 삼았던 국민이 됩니다. 그래서 머 어떻다는 건지. 좌파라는 말이 보수진영에서 나오면 왠지 좋치않은 말처럼 들립니다. 아마도 남북이 대치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우리의 독특한 자유민주주의는  "진보은 좌파, 좌파는 종북"이란 인위적이고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편견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마치 북한을 동조하는 세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정말 여당이 아닌 다른 모든 정당은 좌파종북인 걸까요? 5.18때 저는 김대중대통령이 북에서 내려온 간첩인줄 알았습니다. 간첩이라고 매도하던 분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 합니다.


우리 사회는 정확하게 양분되어있습니다. 보수와 진보(좌파), 금수저와 흙수저, 자본가와 노동자 등 이러다보니 선과 악처럼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이분법의 잣대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좌파가 되어버렸습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니었는데 아니 굳이 얘길 하자면 보수성향이 더 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익성향의 생각에 반한다는 이유로 좌파가 되어버렸으니 이 사회는 또 한번 아이러니합니다. 그래서 전 그럴바엔 이참에 좌파가 되어버리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50년이나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다른 쪽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돌아보면 보수로 살았던 시간에 그리 좋았던 것도 없어보입니다. 근데 당황스러운 것은 좌파로 살아가려 맘은 있었는데  좌파가 도무지 무었인지 잘모른다는 것입니다. 언론엔 늘 우익성향의 보도만 주구장창오고 종편 역시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은 종북으로 몰아세우니 좌파를 공부할래도 할 수가 습니다. 아는 것이 철저하게 자유롭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생각을  지배하고 그 생각의 자유마져도 디테일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무시당한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만들어둔 것만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 짜맞혀진 프레임에 따라 생각하도록 만들어둔 견고한 장치들. 저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법이다. 사람에 대해서만 그럴까?" 무었을 사랑하여야하는가 절박한 물음입니다. 바로 나 자신과 내아들, 딸들의 미래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나와 아들, 딸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무었을 하여야 할까? 심각한 위기에 처한 나와 내가 속하여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알아가는 것. 그래서 저는 강신주교수의  비상경보기를 좌파입문서로 선택했습니다. 이미 읽었던 "철학이 필요한 시간" 으로 생각의 물꼬를 열었다면 "비상경보기"는 실전인 셈입니다. 저자는 5개의 커다란 위험을 대분류로 나누고  60개의 세분화된 위험을 비상경보기 삼아 독자에게 말합니다. 대한민국에 켜진 60개의 비상경보등. 사실 60개는 훨씬 넘겠지만  좌파되기 초보인 저에게는 60개는 참으로 버거운 숫자입니다. 읽는 내내 헉헉거리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중 하나였습니다. 어쩌면 아는 것이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상황논리나 자기 보존의 욕망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 대문에 그렇게 행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이, 어쩌면 더 못난 사람들이 어차피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새롭게 통합된 냉소주의는 자신이 희생자이고 희생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이해심을 보인다"  - <냉소적 이성비판> 슬로터다이크 


냉소주의가 무서운 이유는 무관심이란 잿빛 아우라를 사회도처에 독가스처럼 유포시키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거기인 정치인들의 놀음에 대단할 것은 없겠지만 내 생각을 얹여놓기 싫었고, 그런 무가치한 것 때문에 사랑하는 동료들과 친구들과 논쟁하기가 싫었던 것입니다. 그런 냉소주의가 투표장으로 가는 나의 걸음을 막았고,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정치란 것을 내 삶과 별개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정치란 현실의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치는 곧 현실입니다. 비록 나의 현실은 곤고하고 피폐한 삶을 살고있지만 내 아들과 딸들, 손자와 손녀들이 살아갈 이 땅이 보다 행복하고 이상적인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의 표현이며, 바라는 것의 구체적인 행위입니다.


이제서야 압니다. 파파이스를 통해 정청래도 알고 김어준도 알고, 박주민도 알고, 손예원도 압니다. 그리고 문재인도 알고 노무현도 알게되었습니다. 알게 된다는 것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냥 있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알고자해야 알아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듣고, 보는 언론을 통해서는 사람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저 정치인만 보는 것입니다. 관심이 깊어질 수록 아는 것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국민들이 많이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알고자 노력할 때만 알게됩니다.


불쌍한 것은 이래저래 그대들 뿐이다

그놈들이 배불리 먹고 있을 때도

고생한 것은 그대들이고

그놈들이 망하고 난 후에도 진짜 곯고 있는 것은 그대들인데

불쌍한 그대들은 천국이 온다고 바라고 있다


6.29 이후에도 여전히 그들은 여당이고 대통령이었고, 유신의 독재가 끝난지 한참이 흐른 지금에도 그들은 여전히 여당이고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들이 배를 불려 행복하기 위해 고생한 것도 우리이고, 그들이 망한다해도 정말 힘들고 어려운 건 우리입니다. 그래서 더욱 김수영시인의 시가 가슴에 와닿고 슬퍼지는 이유입니다.

무기력한 우리는 그저 그게 우리 탓인줄만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렇게 들었으며,  그렇게 들은데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착한 것인지 아니면 바보인지 서글퍼져서 이데로는 않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파든 좌파든, 보수이든 진보든 진정 우리 다음에 올 세대들에게 물려줄 진정한 행복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 줘야 하는지 공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알고, 그리고 말하고, 행동하고, 소망하는 우리가 되길 바래봅니다.


 "국민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당사자 뿐만아니라 애꿋은 국민들도 대략 난감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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