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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Aug 16. 2018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자유인의 표상 그리스인 조르바

자유함이란 삶의 모든 책임을 내려놓는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엔 그것은 자유다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대장! 대장은 자유롭지 않수다. 대장이 매여 있는 줄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조금 더 길기는 하지만 그뿐이오. 대장, 대장은 조금 긴 끈을 갖고 있어 왔다 갔다 하면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 끈을 잘라내지는 못했수다. 만약 그 끈을 잘라내지 못하면……”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끈에 묶인채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인식을 못할 뿐 그 끈은 언제고 스스로의 자유를 얽어 맵니다.


언젠가 희랍인 조르바라는 책의 제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왠일인지 제목에서부터 끌림이 되지 못했습니다. 저자 역시 생소해서 눈으로 책등만 스치고 지나간 책이었을 겁니다(아마도 제목이 원제 그대로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이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얼마전 인권운동가 박찬운 교수의 "경계인을 넘어서"란 책을 읽으면서 조르바라는 인물에 대해 저는 알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받게되었습니다. 박찬운 교수는 조르바를 자유인의 표상이라고 말합니다. 자유로움의 인간적 정의라고나 할까요. 진정한 자유함이란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인 개인이 죽으면 그 개인에게 속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처럼 삶이란 그 어떤 것도 자유를 갈망하는 독립된 인간을 묶어 둘 수 없는 것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나 자신(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다른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요. 그러나 내가 조르바만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요. 나머지는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내어요. 나머지야 모두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것이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조르바는 세상의 중심입니다. 조르바는 자기를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참 매력적입니다. 유물론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내가 보고 듣는 세계만이 존재의 유일한 세계라는 생각은 인생이라는 여정에 살아야하는 깊은 의미를 갖게하는 것은 아닐까요. 인생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어쩌면 짧디 짧은 시간에 보통의 사람들은 나 이외의 것들로 인하여 제한되고 협소한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그것이 가족이었든 재물이 되었든 국가가 되었든 그 무엇이되었든 나를 옥죄고 한순간이라도 자유의지로 내딛는 발을 멈칫거리게 하는 것들로 인해 내 삶을 침해당했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결정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결정의 결과는 본인이 감당해야할 몫이겠지만 비록 그 결정이 감당할 수 없는 실패가 되었다하더라도 그 결정의 순간에 대한 환희의 기억은 실패한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잃은 뒤에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 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적(하느님 혹은 악마)이 우리를 쳐부수려고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부서지지 않았다. 외부적으로 참패했으면서도 속으로는 정복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인간은 더할 나위 없는 긍지와 환희를 느끼는 법이다. 외부적인 파멸은 지고의 행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2018년의 여름은 그 어느해보다 뜨거운 여름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처럼 세계는 연일 기온의 최고치를 새로운 기록으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 저는 세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세권의 책은 박찬운 교수의 "경계인을 넘어서" 마루야마겐지의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스인 조르바" 였습니다. 세권의 책은 제게 하나같이 독립되고 자유함의 인간으로 살아갈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무미하고 건조한 세상과 일상적이고 일률적인 삶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말들은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제게 앞으로 남은 삶에 대한 멋지고 새로운 계획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같았습니다. 심장에 갇혀있던 피가 다시 발끝까지 돌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생각의 세포 하나하나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죽었던 생명이 소생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쿵쾅거리며 요동치는 다시 살아난 심장이 느껴졌습니다.


읽어 보시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같습니다. 조르바는 그런 사람입니다. 첫페이지를 넘기고 얼마되지 않는 순간부터 읽는 사람은 조르바를 만나 그의 뜨거운 삶의 열정과 가장 자유로운 인간의 모습에 매료될 것입니다. 다음의 글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묘비명입니다. 과연 자유함이란 무엇인지 알게 하는 가장 짧은 글이면서 가장 강력한 문장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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