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지원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다용도 퍼실리테이션
식재료는 요리를 해야 먹기에 좋다.
생각은 식재료이고,
퍼실리테이션은 레서피이며,
퍼실리테이터는 요리사다.
퍼실리테이션의 대상은 좁게 보면 4인* 이상의 집단이고, 넓게 보면 2인의 집단, 더 넓게는 1인을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집단의 인원수가 많아 질 수록 이를 지원하는 방법과 기술의 복잡성과 난이도가 높아진다. 그러므로 특별히 퍼실리테이션은 많은 인원의 집단을 상대하여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다양한 다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정보처리를 돕는 기술을 개인 또는 2~3인이 함께 일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폭넓게 1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까지도 퍼실리테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
퍼실리테이션을 이해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대상 인원이 다양한 점도 있지만, 활용하는 영역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를 몇 가지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회의 지원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리더십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교수법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동기부여 과정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생활 철학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1. 회의 지원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션은 회의가 목적한 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 퍼실리테이션의 가장 전형적인 활용 영역이다.
인간은 일상에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의 반복한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한다. 여럿이 함께 일할 때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희의를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과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정(process)은 기본적으로 원재료 투입, 가공, 완제품 산출의 과정을 거친다. 회의에서는 정보의 표출, 논의(처리), 결정의 과정을 거친다.
회의에서의 원재료는 회의 참여자의 생각이다. 이는 다른 말로 정보자원이라 부를 수 있다. 사람이라는 정보원(source)로부터 생각이 나와 사용 또는 처리 가능한 상태로 바뀌면 정보자원(informational resource)이 된다.
이 것이 가능해지려면 사람이 자신이 가진 생각을 타인에게 제출하는 행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정보가 정보원인 사람의 두뇌로부터 밖으로 나와 처리가능한 정보자원이 된다.
회의는 이 정보자원을 활용하여 논의과정을 거친 후, 현명한 결정, 훌륭한 결정,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informed decision)에 도달하기 위한 일하는 방식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이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는 일련의 개입이 된다.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제0장 퍼실리테이션의 내용))) 편에서 다루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여러가지듯이 회의의 목적물도 여러가지이다.
회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유형별로 나눌 수 있다.
정보공유
창의개발
갈등해결
의사결정
역량강화
이 5가지의 회의 목적은 서로 완전하게 배타적이기 보다는 중복되는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회의의 주된 목적을 명확히 하여 회의를 설계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정보공유 회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어떤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유하고 있는 생각과 정보를 교환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회의를 말한다.
각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을 현명하게 해 가려면 회의를 통해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참고하게 된다. 집단 만이 아니라 개인 역시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조직 내의 다른 사람 또는 조직 외부의 사람과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프로젝트팀의 구성원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창의개발 회의>
세상에 없던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거나 기존의 생각을 정리하여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회의를 말한다.
저마다 가진 다양한 생각들을 한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표출하고 탐색하도록 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지식이 타인의 것을 자극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도록 돕는 것이 퍼실리테이션의 핵심이 된다. 여러 개의 대안에서 최종안을 선택하는 과정에는 갈등해결과 의사결정의 과정을 포함하게 되지만, 주된 목적이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신제품 개발, 신년 업무계획 수립, 전략 개발, 특허 기술 개발, 비전 만들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갈등해결 회의>
사실, 가치관, 이해득실, 방법의 선택에 대하여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를 말한다.
갈등해결 회의는 오해가 생겼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서로의 주장이 대립되는 경우이므로, 회의 도중 감정적으로 달아오르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위험성이 있다. 일단 감정으로 고양된 상황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지속하기 어려우므로 퍼실리테이터는 이러한 상황에 도달하지 않도록 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부당하게 이익을 침해 당하거나, 인격적으로 무시 당했을 때, 회의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분노를 느끼고 격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특히 공정한 진행이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공정한 절차에 대한 합의를 미리 이루어 가는 것이 좋다.
어떤 회의이든 대부분 이견의 조정과 갈등해결의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퍼실리테이션은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들의 집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의사결정 회의>
여러 개의 선택지를 놓고 실행할 최종안을 선택하거나, 하나의 선택을 시행할 지 말 지를 결정하는 회의를 말한다.
조직에서 대부분의 결정을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 리더가 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결정된 사항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협력이 있어야 추진이 가능한 사안의 경우에는 그 협력자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서 자존감을 느끼게 된다. 갈등해결 회의에서의 마지막 단계는 의사결정의 회의의 속성을 지니게 된다.
직원의 선발, 배치 전환, 업무 분장, 전략적 선택, 투자 결정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회의에는 항상 이견이 존재하고 이러한 이견의 대립을 다른 말고 갈등이라 부른다. 의사결정이 합의나 만장일치로 이루어지면 갈등이 해결되지만, 다수결, 소수결, 단독결정으로 이루어지면 갈등이 정지될 뿐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역량강화 회의>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전수하거나 현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하여 한자리에 모여 지식, 스킬, 태도에 대하여 학습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모임은 일반적으로 회의라고 부르지는 않고 교육, 훈련, 교육훈련, 또는 학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역량강화의 방법에서 있어서 퍼실리테이션이 크게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 여기에 포함하였다.
과거에는 교육훈련 과정에 교사나 강사의 독백과 발표가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오늘날에는 과제기반 학습, 문제해결 학습, 액션러닝, 플립러닝, 참여식 학습 등 발견 학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
리더의 훈시도 여기에 해당하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교육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음에 설명하는 교수법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에 해당하는 모임이다.
공장에서는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해 놓고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회의에서는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회의를 개최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이 회의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가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고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분류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준비하려는 회의가 기본적으로 어떤 유형에 속하는 지를 염두에 두고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기본적인 참조가 된다.
* 3인이하의 경우 발언의 공포를 느끼는 수준이 매우 낮고, 발언자 간의 발언 시간의 조정이 용이하여 누군가의 특별한 개입이 없이도 회의가 원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깊에 걸려 있거나, 다루는 문제가 복잡한 경우에는 3인 이하의 경우에도 퍼실리테이션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