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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Nov 30. 2017

리더십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2. 리더십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변혁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진성 리더십, 임파워링 리더십, 참여적 리더십은 오늘날 바람직한 리더십의 모습으로 널리 연구되었다. 퍼실리테이션은 이러한 리더십이 발휘되는데 필요한 필수 역량이다. 


리더는 조직이 바라는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리더(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영향력 행사가 조직의 목적 달성에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심지어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자리와 형식은 리더이지만, 내용과 실질은 리더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이다.


조직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때, 많은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태도와 능력에 대하여 의심하고 태도와 능력의 향상을 재촉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 때 재촉하는 방식은 질책과 훈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질책과 훈계의 방법은 리더가 기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사기를 저하시켜 악순환 고리를 만드는 위험성이 있다.




리더라기 보다는 목표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들도 매우 많다. 위에서 내려온 목표를 구성원에게 배분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면서 구성원을 움직이는 경우이다. 이와 같이 당근과 채찍을 이용하는 방식은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내는 지 의심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역량이 매우 낮거나 보통 수준의 사람을 상대할 경우라면 모를까 높은 학력과 경험과 식견을 가지 사람에게 동의하기 어려운 목표를 정해놓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방식은 오히려 커 큰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리더십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은 리더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퍼실리테이션을 담아내는 것을 말한다. 구성원의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여, 리더가 모든 결정을 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퍼실리테이션은 회의 지원으로서의 기능 만이 아니라, 리더십을 돕는 주요 역량으로서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개인적 사고>

리더는 효과적인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혼자 사색을 하거나, 보고서 또는 책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 등을 하면서 개인적인 정보처리를 시도한다.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을 하다보면 이 스스로의 사고 과정을 촉진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 그 사고과정까지를 퍼실리테이션의 범주에 넣지는 않지만, 퍼실리테이션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스킬과 도구는 틀림없이 사고과정을 돕게 된다. 


그러나 리더 스스로의 성찰과 학습은 내심의 결정을 강화하고 의사결정로서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서 조직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리더의 성찰이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내가 직접 결정을 해보겠다는 성찰보다는 구성원들이 결정하고 일 하는 과정으로 퍼실리테이션으로 어떻게 도울 지를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과의 대화>

리더가 타인과 만나는 시간은 리더로서 바람직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된다. 리더들이 범하는 잦은 실수는 듣는 사람이 되기 보다는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지만, 리더가 그들의 말문을 막는 역량을 잘 발휘했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상대방이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리더가 말을 많이 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숙고하여 얻어낸 결과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항상 조직을 생각하고 성과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리더의 사색은 전방위적이고 깊이가 있다. 그러므로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으면 쉽사리 아쉬움이 생기고 이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결정한 사항을 통보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은 구성원이 사고하거나 일할 동기를 빼앗을 수 있다. 


자신의 우수한 결론을 구성원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를 잘 실천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 리더가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른 방식이 화를 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회의 주재>

대부분의 회의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이러한 전통 왜 만들어졌는 지에 대하여는 이 책에서 자세히 추적하지 않겠지만, 오늘날에도 이 전통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조직의 소통문제는 상당 부분이 리더의 회의 주재 역량에 관한 문제이다.


권력자인 리더가 주도하는 회의의 구도는 회의에서 리더가 가장 발언을 많이 하게 되는 현상으로 번진다. 그리고 회의의 본질이 회의에 참석한 구성원의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기보다는, 구성원들이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잘 보이는 자리, 그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자리, 잘못 말하여 미운 털이 박히기 보다는 조용히 있다가 중간이나 가는 자리로 변질되게 만든다. 


구성원의 정보자원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채 회의가 마무리된다. 한 번의 정보 활용이 부족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무력감을 느낀 구성원들은 회의장 밖에서도 분위기를 이어 간다. 업무 추진에 있어 자발성이 줄어들고 주인의식이 사라져 간다.


이런 현상을 감지한 리더는 다음 회의에서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고 일하는 것에 대하여 질책하게 되고 이는 또 다시 주인의식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리더가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퍼실리테이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 된다.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훈련받고, 퍼실리테이션의 도구와 스킬을 잘 적용하는 경우에 그렇게 된다. 구성원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 조성하려고 시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편하게 말하게 된 것을 말함 - 하고, 필요한 도구와 스킬 적용하여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회의 주재는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주요하고 강력한 개입 방법이다. 


퍼실리테이션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효과적인 회의 주재 방식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리더가 이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하면 가장 바람직하다.




<회의 참여>

리더가 회의를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하여 효과적으로 주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퍼실리테이터는 의사결정을 하지 말아야 하는 역할인데, 리더는 여전히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상충되는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해 내려면 적어도 5년 정도의 수련기간을 필요로 한다.


스스로 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는 중립적인 진행이 어렵다면 리더가 참여자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가 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회의 참여자의 일원으로 앉아 있는 것은 리더의 영향력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효과높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때에서 리더의 지위를 다 아는 다른 참여자들에게 위엄과 위력을 보여주면서 참여하게 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동등한 일인의 참여자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퍼실리테이터를 지원하면서 다른 구성원들이 의견을 잘 개진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리더 자신이 보유한 중요한 정보도 함께 제시하여 귀중한 정보가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 때 여전히 리더의 신분에 의하여 리더의 의견으로 휩쓸리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 점을 특히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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