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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Dec 04. 2017

대규모 토론회(원탁회의) 성공하기 1

퍼실리테이터의 진정한 도전

참여의 욕구가 커지면서 참여를 위한 시도도 다양하고 잦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시도 중의 하나가 100인 내지 500인 정도의 대규모 토론회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욕구를 실현하면서 보기에도 좋은 전시적 효과까지 있어서 여기저기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시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많은 비용을 들이는 행사이므로 더욱 효과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교육부 주최 대규모 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퍼실리테이터의 관점에 정리해 두고자 한다. 누군가 비슷한 토론회를 개최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관련보도 : http://news.ebs.co.kr/ebsnews/allView/10795076/H



부총리까지 참석한 토론회를 각본을 짜지 않고 토론회답게 개방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주최측의 입장에서 매우 위험하다. 혹시 모를 '볼멘 소리, 지나친 요구, 혹시 모르는 소란, 고성, 답변하기 골란한 질문' 등이 걱정되고 주최하는 담당공무원으로서는 이를 감당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상황들이다. 


따라서 그 위험을 줄이려다 보면, 겉모양은 토론회이되 속으로는 정해진 각본으로 진행되는 연극이 되어 버리는 결과를 만들고 만다. 연극에 참여한 사람은 참여가 아니라 연극에 동원된 도구였다는 느낌을 안고 돌아가는 일이 생겨난다. 그리고 토론회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슴에 품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누군가 모험을 해야 하고, 그 모험이 실패했을 때 지게 되는 책임도 막중하다. 누군가 선의와 개선의 의지가 있어도 쉽게 이루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토론회는 그 고비를 잘 넘겼다. 성공이라는 큰 소리가 나지 않았고 알아차린 사람도 거의 없지만, 그 위험을 감당한 것은 작은 혁명과도 같은 시도였다. (위험을 감당한다는 신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여러 각도에서 정리할 수 있겠으나, 아래의 순서대로 토론회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고객과의 협력

2. 테이블 퍼실리테이터

3. 프로세스의 설계

4. 행정과 준비물

5. 두려움의 악순환





1. 고객과의 협력


많은 인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복잡하고 급변하는 환경의 변화에 자발적으로 적응해야 하고, 높아진 지적 능력과 참여의 욕구를 실현하는 방법이 이와 같은 참여적 토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기운과 압력들이 토론회의 개최를 연상하게 되고, 고객은 퍼실리테이터를 찾아 그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객과 퍼실리테이터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퍼실리테이터가 고객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워크숍(토론회)의 목적을 확인하는 것이다.


성공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토론회의 성공을 말하려면 우선 토론회의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 고객과의 만남은 바로 이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된다. 그러므로 고객과의 만남에서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토론회 성공의 첫 출발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고객은 토론회의 목적을 잘 알지 못한다. 크게 다음 세 가지의 이유가 작동한다.


<누구의 목적인가?>

우선 이 토론회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부총리?

    담당 서기관?

    참여 교원?

    국민 전체?


모두 다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 이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최선인 행사를 만들어야 성공적인 토론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경우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을 고객으로 여기게 된다. 이는 워크숍이 어긋나는 시초가 된다.


누구의 목적인가?라는 질문은 곧 누가 고객인가? 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전화를 걸어오고 직접 준비를 해가는 당사자가 담당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 만을 고객으로 판단해서는 워크숍을 망칠 수 있다. 


만약, 담당관 자신을 위한 목적은 강한데, 참여자 또는 상관의 목적에는 위배되는 시도를 한다면 그런 워크숍은 거절하는 것이 낫다. 예를 들면, 워크숍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담당자 스스로가 궁금하여 이 기회를 통해 진행과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목적에 집중한 참여자를 비롯한 나머지 관계자들을 도구 삼게 되는 결과를 만들고 만다. 


그러나 처음에 이런 의도로 요청해오는 담당자 역시 속마음에는 관련된 모든 사람의 성공을 희망할 것이므로 그 것이 무엇인지 퍼실리테이터와 함께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 만남부터 행사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이처럼 행사의 목적을 명확히 해가는 것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목적과 기대효과>


이 행사의 제목을 보면 '학교자치의 실현을 위한 현장교원 토론회'라고 되어 있다. 

이 때 이 토론회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학교자치의 실현'도 목적으로 보이고, '현장교원 토론회'도 목적으로 보인다. 둘 다 맞다. 그러나 이 토론회의 정확한 목적은 이 제목에 나타나 있지 않다. 



이날 개최한 토론회의 정확한 목적은 '바람직한 학교자치 모델의 초안 도출'이다. 3시간 동안 학교 현장의 지혜를 담아 학교자치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지를 확인하고 토론하여 바람직한 모델의 초안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 초안은 교육부와 연구자의 추가적인 노력이 보태져 정책의 형태로 반영될 것이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토론회라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 도출의 기대효과는 학교자치의 실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단과 목적의 위계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현장교원 토론회 -> 바람직한 학교자치 모델의 초안 도출 -> (추가 연구) -> (정책 반영) -> 학교자치의 실현

      (수단)                             (워크숍의 목적)                                                       (상위목적 또는 기대효과)


부수적인 효과로서 '참여 교원의 학교자치에 대한 이해 증진'이 되었겠지만, 이를 주된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만약 이 목적이 주된 것이라면 이 행사는 워크숍이라기 보다는 교육훈련의 범주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시간과 목적의 교환>

목적을 확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워크숍의 진행 시간이다.


목적이 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작으면 적게 걸린다. 고객은 대체로 적은 시간에 큰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잘못 응대하면 과소한 시간에 과대한 목적을 감당하게 되어 워크숍이 형식적으로 흐르거나 목적한 바를 실현하지 못하고, 결국 고객과 참여자는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모르는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고객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목적을 확인하고, 그 실현을 위해 서로 협력적으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적에 비하여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잡으면 고객의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되고, 지나치게 적게 잡으면 목적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


이번 사례에서 '바람직한 학교자치의 모델'을 도출하는 것은 그 표현으로만 보면 과도한 것이었다. 제대로된 모델을 만들려면 수개월의 연구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목적을 표시할 때 '초안'이라는 말을 생략하였다. 주의를 끄는 말이고, 그 표현으로 인하여 오히려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실제 논의에 대한 집중을 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이번 토론회의 개최를 준비하면서 3차례의 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이미 확인한 사항에 대한 재확인도 필요하고, 보고와 결재가 진행되면서, 그리고 다른 변수의 발생으로 인하여 생기는 변화를 현장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자들도 담당 공무원도 만족스러워 했다. 

(토론회 이후 1시간의 좌담회에 참석하셨던 부총리와 교육감들로부터는 직접 소감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초안은 보고서로의 정리과정을 거쳐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리고 교육부는 워크숍에서 나온 목소리를 정책의 내용에 담아내게 될 것이다. 



관련보도 : http://www.edu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020


아래 순서는 다음 포스팅에 연재합니다.


2. 테이블 퍼실리테이터

3. 프로세스의 설계

4. 행정과 준비물

5. 두려움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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