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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Dec 10. 2017

퍼실리테이션인 것,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것

가짜에 속지 않는 방법

퍼실리테이션(북돋움)이 각계에 확산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퍼실리테이션이 잘 사용되고 그리하여 그룹이 보다 일을 잘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조직, 공동체, 나아가 국가의 소통과 효과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퍼실리테이션이 그러한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오해와 성급함 때문에 퍼실리테이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또한 많다. 그렇게 잘못 사용하여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을 퍼실리테이션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착각하여 퍼실리테이션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것


겉모양은 퍼실리테이션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퍼실리테이션이 아닌 것들이 있다.


<모둠으로 앉는 것>

모둠으로 앉아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해서 모두 퍼실리테이션은 아니다. 퍼실리테이이터가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리하여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꺼내고 결과적으로 모두 만족하는 결론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퍼실리테이션을 한 것이 된다.


원탁 또는 모둠으로 앉는 것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잘 꺼내고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는 발전시키는데 물리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배치하는 것이다. 자리를 그렇게 배치하였더라도 참여자들이 자신의 의견의 내고 발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 그 것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점착메모지를 쓰는 것>

퍼실리테이션 회의에서 일반적으로 점착메모지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점착메모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퍼실리테이션인 것은 아니다. 점착메모지를 사용하는 것은 참여자들의 의견을 잘 기록하여 서로 공유하게 되면 서로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점착메모지를 사용하되 볼펜으로 기록하게 되면 글씨가 너무 작아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 어렵게 된다. 회의 때마다 점착메모지를 들고 나와 참여자들이 그 사용을 귀찮아 하거나 지루하게 여겨서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방해가 되고 있다면 이는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정해진 답으로 유도하는 것>

모둠으로 앉아 있고, 점착메모지, 차트, 도트 스티커, 브레인스토밍 등 퍼실리테이션의 도구와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미 정해진 답으로 찾도록 유도하는 것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사업 목표를 찾으라고 하면서 사장님이 미리 생각해둔 사업 목표(예 : 게임산업 진출)로 결론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경우이다. 이는 효과적으로 조작(manipulation)하는 것이지 퍼실리테이션하는 것이 아니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다르다. 조작이 아닌 퍼실리테이션을 권장하는 이유는 퍼실리테이션에서 창의, 열정, 협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것>

모둠으로 앉아 여러가지 문구를 사용하면서 어떤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티칭(teaching)이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중립적인 방법으로 참여자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학습을 돕는 것이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교사에 관하여 장 피아제(Jean Piaget)를 중심으로 한 구성주의 교육철학은 교사에서 학생으로 강의에서 학습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The role of teachers is very important. Instead of giving a lecture the teachers in this theory function as facilitators whose role is to aid the student when it comes to their own understanding. This takes away focus from the teacher and lecture and puts it upon the student and their learning. The resources and lesson plans that must be initiated for this learning theory take a very different approach toward traditional learning as well. Instead of telling, the teacher must begin asking. Instead of answering questions that only align with their curriculum, the facilitator in this case must make it so that the student comes to the conclusions on their own instead of being told.

- 인터넷에서 따옴 http://www.teach-nology.com/currenttrends/constructivism/piaget/


교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이론(구성주의)에서 교사의 기능은 강의를 하는 대신, 학생 스스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퍼실리테이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초첨을 교사와 강의에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학생과 학생들의 학습에 맞추는 것이다. 교육자료와 교수계획도 전통적인 학습과는 다른 이 학습이론에 기초하여 시도되어야 한다. 말(설득)하기 보다 교사는 묻기 시작해야 한다. 커리큘럼과 일치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보다 퍼실리테이터는 학생들이 알아듣는 대신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고 만들어 주어야 한다. (번역: 구기욱)


According to the social constructivist approach, instructors have to adapt to the role of facilitators and not teachers (Bauersfeld, 1995). Whereas a teacher gives a didactic lecture that covers the subject matter, a facilitator helps the learner to get to his or her own understanding of the content. In the former scenario the learner plays a passive role and in the latter scenario the learner plays an active role in the learning process. The emphasis thus turns away from the instructor and the content, and towards the learner (Gamoran, Secada, & Marrett, 1998).  

- Wikipedia: Contstructivism (philasophy of education)


사회적 구성주의의 접근방법에 따르면, 강사는 교사로서가 아닌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교사는 과목에 맞는 교훈적인 강의를 제공하는 반면, 퍼실리테이터는 학생 스스로 학습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과거의 시나리오는 학습자가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데 반해 새로운 시나리오에서의 학습자는 학습과정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므로 강조점이 강사와 교육내용에서 학습자로 옮겨가게 된다. (번역: 구기욱)




<게임이나 오락을 진행하는 것>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은 즐거움을 가미하여 일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이 때 목적은 여전히 일에 있다. 창의적이고 격의없는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자유분방하고 즐거운 환경과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퍼실리테이터는 워크숍의 앞 부분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진행한다. 이로 인하여 퍼실리테이터가 레크레이션 강사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과정의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 과정을 오락이 목적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특히 뒤에 이어지는 일 또는 과제가 형식적이고 실제로 가치 없는 것으로 이어진다면 이 아이스브레이킹 과정만 귀중하게 여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하여 진행한 게임이나 스팟 등이 본래 목적한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이는 퍼실리테이션 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오락 자체를 목적으로 둔 것이라면 역시 오락이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인 것


겉으로는 퍼실리테이션 같아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퍼실리테이션인 것도 많다. 실제로 일을 촉진했다면 그 방식에 상관없이 퍼실리테이션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효과적인 기법이므로 배울 가치가 있다.


<살짝 도와준 것>

평소와 똑 같은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한 두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고 나머지 참여자는 별로 말을 꺼내지 않는 상황이 감지되어 참여자 중 한 사람이 '김 과장님도 한 말씀 보태 주시죠.' 하고 권유하였더니 그가 말문을 열었가. 그리고 그로 인하여 회의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졌다면, 그 권유가 퍼실리테이션이다.


점착메모지를 사용하거나 누가 앞에서 두드러지게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회의의 효과성을 촉진한 것이 된 것이다.


참여자 한 사람이 발언을 하고 있는 도중 다른 사람에 의해 말이 끊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그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그 말을 계속하도록 상기시켜 주고 그 끊겼던 사람이 만족스럽게 발언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면 그는 훌륭한 퍼실리테이션을 한 것이다.


<기다리는 것>

진행자가 참여자에게 어떤 작업(예 : 그림을 그리는 일)을 요청하였을 때, 참여자들이 바로 착수하지 않고 주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진행자가 착수하지 못하는 참여자에 대하여 자꾸 설명을 보태기 보다는 그냥 기다렸더니 참여자들이 잠시 후부터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진행자는 기다림을 통하여 퍼실리테이션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 자꾸 설명을 했다면 오히려 착수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으며, 자발적으로 착수하기 보다는 요청에 못이겨서 착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그린 결과물이 온전히 참여자 자신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 같지만 기다리는 것은 촉진의 훌륭한 방법이다.


<말한 대로 적어주는 것>

참여자가 말한 것 중에서 중요한 것과 바람직한 것으로 골라 적는다면 그는 퍼실리테이션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중립을 지키는 것도 아니며, 그 결과 참여자들의 의욕를 꺾게 되기 때문이다.


참여자의 발언을 가급적 가감없이 적어주는 것만으로 훌륭한 퍼실리테이션이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나는 도체대 이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 사업을 당장 그만 두면 좋겠다.'라는 발언을 들었을 때, 이를 바로 받아적어 둔 것 만으로도 회의가 잘 진행되고 갈등이 해결된 사례가 있다.


어골도(fishbone diagram)이니, 의사결정표(decision grid)니 하는 특별한 도구를 사용해야만 퍼실리테이션인 것이 아니다. 발언자를 존중하고 그의 말에 귀기울여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퍼실리테이션이다.


 



<질문하는 것>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어떤 결과가 생겨날까요?'


퍼실리테이션에는 필연적으로 질문이 따른다. 답이 참여자에게 있고 그로부터 스스로 찾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퍼실리테이터라고 직접 나서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군가 다른 참여자에게 질문을 던져 사고를 확장하고 또는 결론에 다다르도록 도왔다면 퍼실리테이션을 한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요란하게 점착메모지를 붙이는 행위, 복잡한 기법을 동원하는 행위, 소그룹에 모여 대화하는 행위 등 어떤 특정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모임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쉽게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의 집합이다. 때로는 그냥 기다리는 것으로, 때로는 그저 질문을 하나 던지는 것으로 효과를 낸다. 아무리 복잡하고 다양한 도구를 동원하였다 하더라도 본래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의 도구와 기법에만 집착하지 말고,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귀중하다'는 근본 철학과 중립을 지키려는 퍼실리테이터(북돋우미)의 태도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pQcfMBBI_0cPg1V4oHWx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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