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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Dec 10. 2017

퍼실리테이션의 전제

퍼실리테이터의 신념과 기술이 일치되어야 좋은 결과를 낸다. 

퍼실리테이션의 전제


인간은 행복이라는 궁극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한다. 퍼실리테이션도 이 목적에 도달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퍼실리테이션이 정말로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배워 사용하게 될 것이다. 만약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 것을 선택할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의 전제는 컴퓨터의 운영체계(OS)와 같다. 따라서 다음에 기술하는 전제들 위에 퍼실리테이션 방법론과 기술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전제에 대하여 의심이 있다면 퍼실리테이션 방법론과 기술은 잘 작동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한다면 그 것은 거짓된 일을 하는 것이거나, 이름만 퍼실리테이션이되 엉뚱한 행위를 하는 것이 된다.




1. 목적하는 인간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생명의 유지라는 최소한의 목적을 지닌다. 그리고 생명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시도하게 된다. 다른 한 편에서는 행복을 추구한다.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을 증진하려는 기본적인 목적성을 지닌다. 이 역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을 취한다고 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다.


생명유지와 행복추구라는 궁극의 목적에 사람들은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어도 ‘서로 행복해집시다’ 라는 점에 합의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봅시다’까지도 합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건강이 중요하다’에 합의할 수도 있다. 


퍼실리테이션의 가장 고도의 목표는 합의에 의한 집단의사결정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정말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퍼실리테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는 중요한 전제가 된다.



2. 긍정하는 인간

긍정 역시 생명과 맞닿아 있다. 생명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생명 유지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긍정적 의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찾으려는 긍정적 의지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수단에 대한 적절한 수단을 찾으려는 긍정적인 의지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를 잘 해보려는, 즉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을 찾으려는 긍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긍정성을 믿는 것은 나 아닌 타인에게 일을 맡기고 의견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리더들은 흔히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 때문에 그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기 보다는. 자신이 결정하고 명령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설득하고 가르치려는 성향을 띤다. 이는 다른 말로 구성원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긍정성을 가진 것처럼 타인도 긍정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 묻고 그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또한 퍼실리테이션의 전제가 된다. 타인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퍼실리테이션이 제대로 도입될 여지가 없다.



3. 자랑하는 인간

사람들은 자신의 위대함을 입증하고 싶어한다. 이는 자랑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람들의 대화를 유심이 살펴보면 결국 자신이 훌륭하다는 점을 열심히 다양한 방법으로 자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다양한 사진들도 자랑의 코드가 담겨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들은 이처럼 기회가 있을 때마나 자랑하고 싶어한다. 상사나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싶은 것은 스스로 자랑하면 타인을 마음 상하게 할 수 있으니 그리하기는 어렵고 칭찬을 받음으로서 스스로의 위대함을 증명받고 싶은 심리일 것이다.


회의를 서로가 자랑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에너지가 올라가고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리더 한 사람이 자신의 위대함을 1시간 내내 역설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 자신의 우수성을 제시할 수 있는 회의를 만들어 간다면 회의는 훨씬 높은 성과를 낼 것이다. 자랑하는 인간은 퍼실리테이션의 좋은 에너지다.



4. 이기적인 인간

이기성 역시 에너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무엇인가 시도한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 행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회의의 전제는 참여자 개개인의 이익을 찾아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참여자 개개인의 이기성은 바로 회의의 장이 성립하는 에너지가 된다.


때로는 타인의 이기성이 자신에게 손해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이기적 주장을 펼치는 타인을 부정적 존재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 것처럼 타인이 그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중요한 것을 그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고, 여기 인간의 이기성은 오히려 협력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장정이 있다.


이기성으로 인하여 파이 나누기에서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회의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파이 나누기의 대립 상황을 어떻게 퍼실리테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퍼실리테이션의 적용편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5. 변덕스런 인간

사람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와 관련된 일에 부정적이 된다. 이를 타인이 바라보면 부정적 인간으로 보이겠지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긍정적이다.


그들은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요소를 발견하면 적극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미 긍정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참여자들이 자신에 돌아갈 이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면 된다. 그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정보와 논리를 찾게 해 준다면 처음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변덕스럽게 찬성하는 사람으로 변할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변덕스럽다는 것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며 그 변함은 긍정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익숙한 몇 가지의 프레임이 갇혀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득실의 판단은 그 몇 가지의 프레임에 비추어 해석하고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그에게 다른 프레임이 주어진다면 그는 손해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득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가 변덕스럽게 보일 것이다.


이 변덕스러움은 서로 반대의 편에 서 있던 사람들이 같은 편에 서 있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변덕스러움이야말로 문제해결과 갈등해결의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퍼실리테이터는 미처 탐색하지 못한 프레임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질문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6. 학습하는 인간

인간은 타고난 학습자다. 갓난아기를 보더라고 그렇고, 우리의 일상을 살펴도 그렇다. 회사의 직원들이 교육받기 싫어하거나 교육 중에 졸거나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은 배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을 것을 교육하니 효과적인 시간의 사용이 아니라고 보고 집중하지 않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용한 것이라고 확인되면 자신의 돈을 들여서라도 수강한다. 학습자라는 증거다. 그리고 일할 때나 물건을 살 때 늘 최선의 선택을 학습한다. 


최선의 효과성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효과적인 학습을 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이 때 퍼실리테이터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정교한 질문과 사고를 진전시킬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한다면 참여자들은 즐겁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의 반복이다. 이 때 생각하는 과정의 핵심은 일이든 학습이든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난다. 자신이 가진 데이타와 정보를 최대한 동원하여 최선의 답을 찾는 점에서 같다. 이 때 일은 답을 문제해결에 적용하는데 치중하지만, 학습은 보다 답을 암기하는 것에 치중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엇일까? 


바로 바라는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찾는 것이다. 이 것이 사고 과정의 핵심이며, 일과 학습의 핵심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찾는 것, 또는 과거와 미래를 찾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퍼실리테이션은 사람들이 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수단 ——-> 목적

원인 ——-> 결과

과거 ——-> 미래 


수단 —-> 목적(수단) —-> 목적(수단) —-> 목적(수단) —-> 목적(수단) —-> 목적


(수단 목적의 연관도 - 부자되는 법)


사람들의 마지막 목적(end state)은 행복, 평화와 같은 것이다. 이 궁극의 목적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치를 보인다.


한편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 추구의 한 수단으로서 조직의 일원으로 몸담게 된다. 협력 딜레마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협업에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기대한다.


그러나 조직에 들어오면 조직의 목적이 자신의 목적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조직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개인의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려 조직의 일원이 되었지만, 이제는 조직 딜레마를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은 바로 이 딜레마를 극복해주는 방법이다. 즉 개인의 목적과 수단의 연속과 조직의 목적과 수단의 연속을 서로 비교하여 최대한 일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으로서 협력과 조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론인 셈이다.


다만 이 전제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입증된 사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관점이나 신념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전제를 받아들일 때 퍼실리테이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신념이 있기 때문에 퍼실리테이션을 선택하든, 퍼실리테이션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신념을 받아들이든 그 둘을 일치시키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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