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퍼실리테이터와의 협력 - Co-Facilitation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팀이 할 수 있고, 팀이 할 수 없는 일은 더 큰 조직이 할 수 있다.
인류가 눈부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협업을 할 줄 알았기 때문이고,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 발달된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리는 여전히 그 언어를 통하여 집단의 커다란 목적을 도모한다.
사람의 수, 즉 집단의 크기는 여러가지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이 많다고 저절로 일이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작동되도록 조직화하고 언어를 통한 소통을 이루어 내야 성과를 만든다.
인원이 많아지면 기본적으로 자원이 많아지는 것이어서 유리하지만, 일반적으로 8인이 넘는 인원의 회의는 팀을 나누는 것이 협업의 효율을 높인다. 그리고 그 팀의 수가 3개를 넘으면 팀마다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를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팀의 수가 10개를 넘으면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를 지원하는 리베로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중간 진행자를 필요로 한다.
토론회가 시작되면 토론을 실제로 진행하는 것은 전체 그룹이 아니라 테이블이므로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이 토론회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메인 퍼실리테이터는 이를 충분히 고려하여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를 교육해야 하는 책임을 지내게 된다.
바람직한 메인과 테이블의 역할 분담은 어떤 것이며,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었는 지를 여기서 기술해 본다.
1. 목적의 확인
메인 퍼실리테이터는 이벤트 전체의 성공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물론 주최측에서도 행사의 성패에 관하여 책임을 지겠지만, 메인 퍼실리테이터 역시 중대한 책임을 지닌다.
행사의 겉모양과 큰 사고 없이 행사가 진행되면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워크숍의 실질적인 결과를 내야하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고객과의 인터뷰가 중요하다. 행사를 통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백히 하고, 그 것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것인지를 예측하여 주어진 시간과 원하는 목적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한다. 지나치게 큰 목적을 잡아 무리해서도 않되고, 목적이 너무 작아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1편에 소개한 바와 같이 이번에 잡은 목적은 '바람직한 학교자치의 모델' 찾기였다.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고 이는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을 고려하여 잡아야 하는 것이었다.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이 충분하거나 시간이 풍복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학교자치라는 과제를 풀어가는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여 다소 도전적인 목적을 삼고 시작하였다.
2. 선발
이번 교육부 토론회는 170여명의 현장교원이 참가하기로 예정되었고, 테이블당 8명 정도의 인원으로 나누어 20개의 테이블로 토론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테이블 퍼실리테이터 20명을 배치하기로 하였다.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의 선발에는 역량과 강사료 두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아직 국내에 충분히 숙련된 퍼실리테이터가 많지 않으며, 숙련된 퍼실리테이터에게 의뢰한다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의 지급 규정상 그에 합당한 충분한 강사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쿠퍼 패밀리(쿠팸, 쿠 퍼실리테이션 이니셔티브 교육과정 이수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모집하였고, 중앙부처의 전국적 행사이고, 정책에 반영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퍼실리테이션 자격 소지자와 경험이 있는 퍼실리테이터를 중심으로 선발하였다.
3. 교육
메인 퍼실리테이터와 고객 간에 주고 받은 협의 내용을 테이블 퍼실리테이터 충분히 알면 최선이겠지만, 시간의 제약 상 이를 상세히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에게 행사의 취지와 프로세스의 설계 내용, 각 세션 마다의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이 역할과 진행 스킬에 대하여 보완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고객과 주고받은 자료 중 대외 공개가 가능한 것은 최대한 공유하였다. 그리고 행사 개최 3시간 전에 만나서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과 약식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현장의 상황을 미리 경험하도록 하였다.
1. 메인의 대리자
워크숍이 시작되면 테이블의 상황은 테이블 퍼실리테이터에게 맡겨진다. 우선 전체 진행의 흐름에 맞추어 가기 위하여 메인 퍼실리테이터의 요청을 주의 깊에 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큐가 테이블에게 넘어오면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는 10여초 동안 참여자의 반응을 관찰하고, 만약 참여자들이 제대로 움직이는 않는 것 같은 경우 메인 퍼실리테이터의 요청 사항을 재 전달하여 참여자의 행동을 유도한다.
2. 테이블 토론의 진행
참여자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토론과 논의를 이어가도록 일반적인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발언의 공포의 제거, 골고른 참여의 유도, 기록을 통하여 논의를 돕기, 논의를 통하여 세션마다 요구되는 결과에도달하도록 지원하기 등이 주된 할 일이 된다.
3. 시간 조절
워크숍이 시작되면 테이블 퍼실리테이터가 토론의 진행에 몰입하게 되고 전체 흐름이나 다른 테이블의 진행에 대하여 무감각해지는 현상이 생겨난다. 따라서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는 진행 도중 전체의 진행 흐름을 관찰하는 여유를 가져야 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메인 퍼실리테이터 또는 중간 진행자가 수시로 테이블의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개입하여야 한다.
4. 기록 유지
일반적으로 워크숍이 끝난 후 보고서와 같은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중간, 그리고 하나의 세션이 완료되거나 하나의 기록물이 완성될 때마다 사진을 찍어두어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참여자들이 토론에 몰입하도록 돕고, 그 결과 참여자들이 바람직한 논의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논의를 방해하지 않고 도움을 유지하면서 논의 과정이 잘 기록된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퍼실리테이터의 양성>
아직 제대로 된 퍼실리테이션의 경험이 많이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훌륭한 퍼실리테이터가 많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테이블 퍼실리테이션은 실제로 퍼실리테이션을 수행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퍼실리테이터로 성장해가는 훈령의 장이기도 한다. 이는 마치 의사가 되어가는 인턴, 레지던트의 과정과 흡사하다.
훈련의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고객 또는 참여자의 워크숍에 손상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 점을 지키기가 어려워서 워크숍 전체를 실패로 몰고 갈 수도 있고, 테이블의 부족한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고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프로세스를 표준화하여 참여자가 참여의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워크숍의 상황은 예정된 시나리오 대로 변수없이 진행될 수 없다. 참여자의 개성이 천차만별이고, 논의되는 내용의 폭을 미리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위험을 대비하여 발언의 범위를 제약하면 형식적으로 흐르는 죽은 토론이 되고 만다.
아직 유능한 퍼실리테이터가 충분히 많지 않고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테이블 퍼실리테이션의 역할은 일과 훈련의 병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객, 참여자, 퍼실리테이터의 희생이 아니라, 서로 승-승-승 하는 마음가짐으로 그 절묘한 경계를 지켜가야 한다.
관련보도 : http://www.edu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020
관련 Ebook (관련기사 50쪽) : http://ebook.edunews.co.kr/edunews2017_12/JBook.htm
포스팅 순서입니다.
1. 고객과의 협력
3. 프로세스의 설계
4. 행정과 준비물
5. 두려움의 악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