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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Feb 07. 2022

한답과 정답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정답은 없다. 한답이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지만 생명은 각자에게 나뉘어져 있다. 생명은 개별적이며 동시에 의존적이다. 의견은 각자의 생명을 매달고 있지만, 무리 속에서 지지받고 받아들여질 때 실현된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개인은 그 상황에 맞는 의견을 생성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상황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한다.  



복잡성은 어떤 상황이나 상태의 질서가 잘 보이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인간은 생명체로서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생명에 유리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날씨가 추워질지, 호랑이가 나올지, 먹을 것이 어디에 있는지, 미세먼지가 많을지 아닐지 끊임없이 알아내야 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의미한다.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미래를 내다 본다. 인간은 미래를 직접 만날 수 없으므로 법칙 또는 질서, 즉 인과관계를 파악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한다. 그리고 이 파악된 인과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미래를 선택한다. 이는 자신의 생명에 유리한 의견의 생성으로 이어진다. 즉 미래를 지배하려는 것이다.


활을 쏘아(원인) 사슴을 맞추면(결과/원인) 사슴을 잡을 수 있다(결과). 사슴을 잡으면(결과/원인) 먹을 수 있고(결과/원인), 그러게 되면 자신의 생명이 연장된다(결과).


이와 같이 인과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고, 이를 알아가는 것이 지식의 습득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인간은 자신에게 유리한 개입이라는 행동을 취한다. 그 개입의 직전에 일어나는 것이 결정이다.




사슴을 사냥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활을 집어 든다. 활이 맨손이나 칼보다 사슴 사냥에 이롭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사냥을 나가지 전에 활을 집어드는 결정을 한다. 물론 이 결정은 총을 알기 전까지 진리에 기반을 둔 결정이다. 


이처럼 지식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현재의 순간만을 살고 있는 인간에게 현재 어떤 원인을 제공해야 내가 바라는 결과를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지를 알게 해줌으로서 미래를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식은 미래의 지배력이다. 그리고 이런 지식의 학습은 미래의 지배력을 획득하려는 시도이다. 



복잡성은 이러한 미래의 지배력을 약화시킨다. 하나의 원인이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내는 현상을 복잡성이라고 부른다. 


VUCA 세상에서 사람들은 미래 예측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보유한 지식만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빈도가 높아진다. 즉, 정답을 찾기 어려운 세상에 살게 되었다.


정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결정없이 행동할 수 없고, 행동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제는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답을 찾아가야 한다.




집단에서의 결정은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의 결정이다. VUCA 세상에서 생명을 걸고 살아가는 개인의 결정도 정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면, 집단의 정답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집단의 결정은 개인의 결정에 비하여 한편으로는 복잡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옳은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름을 도움되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의 결정이든, 무리의 결정이든 한답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VUCA 세상에서 정답이 없는 경우도 많으며, 정답이 있어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세상을 빠르게 바뀌고 있으므로 일정한 기한 내에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시간이 지난 후에 내린 결정이 쓸모없게 되기도 한다.


그럴듯한 한답을 찾는 일에 집중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리의 추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답을 만드는 것은 진리의 추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진리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구성원들이 생명 유지 본능에서 발현되는 구성원의 의견은 진리 추구를 포기하지 않는 훌륭한 자원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하여 만들어내는 결론은 가장 진리에 가까운 그럴듯함이 된다. 그 것이 한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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