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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Feb 11. 2022

불완전한 언어의 퍼실리테이션

언어를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워크숍을 의뢰 받거나 진행하면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방향성’이다.


‘우리 회사는 방향성이 없어요.’

‘제 리더는 방향을 정해 주지 않아요.’



조직개발을 위하여 수십명 규모의 스타트업 구성원 한 명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기대사항을 듣고, 업무상의 불편함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이었다. 


여러가지 대화 도중에 그는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창업 당시부터 비전으로 명확히 세워두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대표는 비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으며 잘 보이는 곳에 게시도 해두고 있었으므로 이 회사의 비전에 대한 내재화 수준은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전이 없다는 말은 어떤 의미신가요?’

‘제가 언제 쯤에 얼마나 연봉을 받게 될 지 알 수 없어요. 대표가 뭔가 제시해주는 것이 없습니다.’


이 분의 발언의 워딩 그대로를 보면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어요.’이다. 하지만 그가 이 말에 담으려 했던 의미는 ‘내 미래의 연봉 또는 발전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요.’였다. 일반적인 ‘비전’의 개념과는 조금 달라보이지만, 그가 생각하는 회사에서의 비전은 자신의 ‘바람직한 눈에 선한 미래 모습’이었다. 이 ‘바람직한 눈에 선한 미래 모습’은 비전의 정확한 의미이다.



회사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이 정렬되어 있지 않은 전형적인 예이다. 회사의 조직개발 담당자 또는 리더는 회사가 비전을 달성할 경우 그것이 각각의 구성원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개인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선에 언어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그가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수를 다루는 수학의 세계에서는 ‘=‘가 존재한다. ‘1’이라는 개념을 정말로 ‘1’이라고 완전하게 인식하고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의 세계에서 말로 소통하는 상황에서의 ‘=‘은 존재하기 매우 어렵다.


부인이 생각하는 ‘사랑’과 남편이 생각하는 ‘사랑’은 등호가 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부자’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부자’의 개념도 다르다. 


우리는 흔히 ‘일찍 갈께.’라고 소통하지만, ‘일찍’을 인식하는 서로의 시간을 저마다 다르다. 소통한 것 같지만, 실은 소통이 되지 않은 것이다.





‘방향성’이라는 개념의 사용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떤 회사도 모든 것을 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하지 않는다면 방향성이 있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하여 모든 것을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한다’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식품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 때,  구성원들이 느끼는 ‘방향성’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신재품을 개발하지 않는다.’

‘대규모 투자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경재사 대비 내 급여가 낮은 편이고, 조만간 올려줄 기미가 없다.’

'김치에 대한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의 정책이 자주 바뀐다.’



매우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듣는 사람의 생각에만 의존하여 ‘방향성’의 의미를 단정해서는 소통(정보처리)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 


'선생님은 어떤 방향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세요?'

질문을 통해 좀 더 확인하는 것이 퍼실리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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