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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May 17. 2022

이견(갈등)을 해결하는 9단계 개입방법

당신은 어떤 단계의 개입을 주로 사용하시나요?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사는 존재이고, 무리를 지어 살려면 이견의 조율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다양한 조율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이 조율을 잘 이루어내지 못하면 협업의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생각을 가진다. 그 다른 생각은 다툼의 이유가 되기도 도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른 생각을 어떻게 다루어 내느냐?'는 일과 관계 모두에 있어 중요한 문제이다. 같은 생각을 다루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다른 생각을 다루는 것은 훨씬 어렵다. 이 이견을 다루는 것을 갈등해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방법은 여러가지다. 9단계로 갈 수록 좀 더 교양있어 보인다.


더 많이 나눌 수도, 좀 줄여서 나눌 수도 있지만, 다음의 9단계로 나누어 설명해 본다.









<1단계 : 폭력>


상대방의 신체에 위력을 가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물리치는 방법이다. 가장 원시적이며 동물적이다. 신체는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문명이 발달하면서 폭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의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의 폭력(경찰력)으로 제압한다.


'너 같은 놈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해. 퍽~'




<2단계 : 폭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될 만큼 직장 내에서의 폭언은 현존하는 이견의 해결 방법 중 하나이다. 대체로 권력자가 행사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한다.


'니가 뭘 안다고 그래?'

폭언 역시 정신적 고통을 줌으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3단계 : 강요>


논리적, 합리적,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사를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실현하는 방식이다. 특히 정당한 권한 밖의 일(이것 좀 하라는 의견)일 때 강요로 느껴진다.


또한, 회사에서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시행하는 경우 강요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의 의견으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닌 데다가, 그 정책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라니까요.'



<4단계 : 지시>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의 자신의 의견의 실현 요구이다. 조직 내에서 이견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지시를 어기는 경우에는 조직의 규범에 따라 제재가 가해진다.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면 강요가 되지만, 정당한 권한의 범위가 애매하여 권력자에 의하여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부당한 업무지시는 강요에 해당한다.


'토요일까지 보고서를 만들어 주세요.'







위 4개의 단계를 강한 권력(hard power)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의견을 강제력(coercion)이나 댓가(payment)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5단계 : 설교(훈계)>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가르치는 방식이다.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지만, 나이, 신분, 지위, 성공경험 등의 권위를 동원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에 비하여 자신이 지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이 점 때문에 듣는 사람은 열등한 지위에 있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리하여 주도적이거나 인정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불편을 겪는다.


'이건 이런 식으로 하는 거야.'
‘새상을 그런 식으로 살아서는 언돼.’





5단계까지는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이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이다. 자신의 의견과 의지를 실현하고 있지만 상대방의 자발적 의지를 이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다. 폭력과 강요와는 달리, 설교나 훈계를 반복하여 시도할 때 설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설교를 듣는 동안 고통과 불편을 느끼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5단계까지의 개입 역량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의 타고난 능력으로 쉽게 해낼 수 있다.

 
그래서 발휘하는 사람은 쉽지만, 상대방이 힘든 것이 문제이다.


6단계 이후의 개입을 잘 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훈련이 필요하다. 자기인식을 높이면서, 자신의 생각만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성찰, 시도, 피드백을 통해 세련되어 진다.





<6단계 : 설득>


자신의 의견을 합리성(logos), 윤리성(ethos), 동정심(pathos) 등을 동원하여 실현하는 방식이다. 걸인이 구걸하는 것도 설득이고,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것도 설득이다. 요즘 구성원들에게 '읍소'한다는 리더들이 있는데, 리더 자신이 나약하고 딱한 처지에 있음(pathos) 무기로 삼는 것이므로 설득에 해당한다.


자신의 의견이 어떤 연유에서 옳고 해볼만 한 것인지 자초지종을 들어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의견을 돌아볼 여지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상대방은 본인의 온전한 선택이 아니라 '당했다.'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점이 아쉽다. 따라서 요즘은 세일즈 퍼슨도 설득보다는 설명과 대화의 접근방법을 선택한다.


'여기에 사인 한 번만 해주세요.'



<7단계 : 설명>


상대방의 이해에 촛점을 맞춘다.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어떤 의견을 가졌다면, 그것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보유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어떤 근거(정보)를 가지고 지금 주장하는 의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알게 하는 노력이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면 자신이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였거나, 설명하는 방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모드의 개입은 자신과 상대방을 상하관계, 권력관계로 두지 않고, 평등한 동료로 보고 시도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했을 때 속도가 좀 늦어지더라구요.'

 




<8단계 : 대화>


주장과 조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설명하되, 상대방의 의견도 조회하고 어찌하여 그런 의견을 가지게 되었는 지를 알아본다.


누군가 일방의 의견이 우수하거나 더 가치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논리과 증거를 탐색한다.


대화한다고 시도하지만, 자신의 의견에 집중하다 보면 설교나 설득으로 흐르는 위험성이 있다.


'저는 이런 점 때문에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을 가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9단계 : 위임 (신뢰, 존중, 배려, 사랑, 겸손)>


개입의 9단계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맡기는 것에만 개입했을 뿐, 이후는 상대방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둔다. 상대방이 조언을 구하거나 질문을 해오는 경우만 그에 상응하는 의견을 제공한다. 최종 결정은 위임받은 사람의 의견에 따른다.


위임은 상대방의 의견에 기반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신뢰이고, 존중이며, 배려이고, 사랑이며, 겸손이다. 다른 단어이지만,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것(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점에서 같은 개념들이다.  


'알아서 해주시면 됩니다.'


이 말에는 틀린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너그러움과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위험부담의 마음이 함께 담겨있다. 현실세계에서 겉으로는 위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위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이유이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

어렵다.
그래서 귀하다.









수도 없이 들어본 바와 같이, 이견은 틀린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이다.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이견에 강하게 맞서는 것은 타인의 의견이 실은 틀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말로는 다른 것이라고 하면서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인식을 마음 속에 깔고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아닌 것이다.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그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속마음 때문이다. 이 점을 자각할 때 비로소 소통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 때 이견은 강한 힘(hard power)이 아닌 부드러운 힘(soft power)으로 조율된다.


오늘날 조직의 대지각변동은 바로 이 부드러운 힘으로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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