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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Feb 10. 2023

의전을 없애면 조직문화가 달라진다.

조직문화는 어떤 것이 옳은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공통된 믿음(shared beliefs)이며 기억이다.


'윗사람이 자동차를 탈 때 문을 열어드리는 것이 옳다.'

'높은 사람이 회의장에 가장 늦게 들어오는 것이 옳다.'

(‘그리 하지 않으면 내가 불이익을 당할수도 있으니 그리 하는 것이 내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옳다.’)


이 믿음에 기반하여 구성원들은 문을 열어드리고, "사장님, 이제 회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하고 연락한다. 구성원들은 이 광경을 보고 기억한다.


'저 분은 네가 정중하게 모셔야 하는 사람이지, 나와 활발한 소통을 할 상대는 아니야.'라는 믿음을 강화한다. 이 믿음이 조직 구성원에게 골고루 퍼져 기억되고 있다면 그것이 문화이다.




그렇다면,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그 믿음과 기억을 바꾸어가는 것이 된다. 다른 믿음이 생겨나게 하는 사건이 없다면 구성원의 기억은 달라지지 않는다.


믿음을 바꿀 만한 사건을 가장 쉽게 경험하도록 하는 방법은 바로 이 의전을 없애는 일이다. 호칭을 바꾸는 것보다 의전을 없애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윗사람을 모셔야 한다는 의전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소통을 촉진하는 행사를 하면서 소통보다 의전에 더 신경 쓰는 경우를 본다.


'이번에 타운홀 미팅을 하는데, 직원들이 말을 안할까봐 걱정입니다. 사장님도 참석하시거든요.'

'발언자를 미리 지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사장님 앞에서 구성원들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사장님이 구성원들로 하여금 말하기 싫게 하는 탁월한 역량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장님에 구성원들이 말하고 싶게 만드는 역량을 기를 일이다. 사장 앞에서 말하지 않은 어색한 상황을 시나리오를 짜서 모면하는 의전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의전이 소통을 희생시키고, 아직은 수직이 굳건히 살아있다는 기억을 문화로 남기게 된다. 진짜로 소통을 활발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후, 정말 찐 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의전부터 줄여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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