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 철학 세미나 14회 모두 발언

by 구기욱

여러분 반갑습니다.

KOOFA 대표 구기욱입니다.

오늘(2026.2.13(화))은 쿠퍼 철학 세미나 14회의 첫 시간을 여는 날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쿠퍼숲까지 멀리 찾아와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KOOFA가 하는 일을 철학자의 말을 붙여 가져온다면 조직계몽(organization enlightment)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칸트의 말을 빌리면, 계몽이란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직계몽은 '조직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우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사유의 용기'를 북돋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KOOFA는 기업과 조직 현장에서 회의와 워크숍을 설계하고, 집단의사결정을 돕는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퍼실리테이션이 집단의사결정을 돕는 일이고, 집단의사결정이란 바로 정치학의 대상이 아니겠느냐. 그러므로 정치학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 강조해 온 바 있습니다.


아쉽게도 현실 회의는 썩 맘에 드는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의 과정과 결과에 아쉬움이 많다는 의미죠.


의사결정은 곧 권력의 문제이며, 권력의 문제는 결국 ‘지식’과 ‘말’의 문제로 수렴됩니다.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누구의 어떤 말에 권위를 부여되는지,
누가 말할 자격을 얻고 누가 침묵하게 되는지,
회의의 성패는 이런 것에 좌우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번 철학 세미나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늘 “어쨌든 결정해야 하는 현실”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완전한 정보도 없고,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조직은 결정을 미룰 수 없습니다.

이때 우리는 쉽게 두 가지 함정에 빠집니다. 바로 불일치를 지우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독재와 다수결의 함정입니다.



저는 박구용 교수님의 최근 유튜브 한 영상에서, 이탈리아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파시즘의 핵심이 “의견의 불일치를 감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았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이 자리를 찾아주신 여러분들도 바로 이 '의견의 불일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일치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회의는 설득과 훈계로 변하기 쉽습니다.
토론은 심판으로 바뀌고, 의사결정은 “누가 이기느냐”의 게임으로 퇴행하기 쉽습니다.

저는 불일치를 감내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철학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취지를 가장 깊고도 단단하게 안내해 주실 분이 오늘의 연사이신 박구용 교수님입니다.

박구용 교수님은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Universität Würzburg) 에서 그 어렵다는 철학 박사학위 취득하였으며, 전남대학교 교수이시며, 철학을 기반으로 하되 정치학과 사회학의 언어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의 권력과 제도, 시민의 삶을 함께 사유해 오신 분입니다.



저서: 『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2025),『자유의 폭력』(2024), 『우리 안의 타자』, 『부정의 역사철학』,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아토포스 광주』 등

공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5·18 그리고 역사』, 『다시 민주주의다』 등

역서: 『도구적 이성 비판』(막스 호르크하이머), 『정신 철학』(헤겔, 공역)



교수님은 무엇보다도 공공철학 실천가이십니다.

2013년에 광주시민자유대학 설립을 이끌며, 철학이 대학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의 삶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실천을 꾸준히 이어 오셨습니다.


박구용 교수님은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해 오셨습니다.
겸공, 매불쇼, 월말 김어준, TBS 최장군 프로그램, 오마이뉴스, 딴지방송국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이미 많은 분들이 교수님의 목소리를 접해 오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콘텐츠’를 단지 소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유의 훈련을 함께 하려는 자리입니다. 이론과 실무가 만나는 지점, 즉 철학과 이론이 현장에 닿는 순간을 함께 경험해 보려는 자리입니다.

이번 세미나의 큰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알고, 어떻게 결정하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한 단어로 정리하면 Emancipation, 해방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까.

지금 우리는 공론장을 가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공론장이 많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정보는 더 많아졌지만, 함께 생각하는 능력은 약해졌습니다. 의견은 더 빠르게 확산되지만, 근거를 함께 세우는 과정은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러니 조직의 회의도 점점 ‘결정의 형식’만 남고, ‘의사형성의 과정’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이를 개선할 실마리를 정치철학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이번 14회 세미나는 총 3회로 진행됩니다. 회차별 2시간, 총 6시간입니다.


첫째, 1회차 01.13(화)의 주제는 ‘지식(앎)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인식의 주체는 누구인지, 무지의 자각은 어떻게 지식이 되는지, 지식과 권력은 어떤 관계인지 함께 다룹니다.


둘째, 2회차 01.20(화)주제는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입니다.
철학이 왜 ‘시대’를 말하기 시작했는지, 시대정신은 존재하는지, 기술공화국·자본주의·민주주의의 미래를 함께 묻습니다.


셋째, 3회차 02.03(화)의 주제는 Subject · Intersubjectivity · Postsubjectivity입니다.
역사는 진화하는지, 대전환과 반복의 패러다임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여기’ 한국의 위치는 어디인지 함께 점검합니다.


쿠퍼 철학 세미나는 1회 하버마스–루만 논쟁에서 시작해, 니체, 주요 실존 철학자 시리즈, 철학여행, 헤겔 『정신현상학』, 공존의 철학, 모순과 역설, 복잡계, 장자, 공정, 현상학, 미학과 창조성까지 이어 왔습니다.


오늘 박구용 교수님과 함께 하는 14회는 그 흐름 위에서, 지식·시대·주체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출발하는 자리입니다.


그럼 이제 박구용 교수님을 모시겠습니다.

오늘 첫 회차의 큰 제목은 ‘지식(앎)이란 무엇인가?’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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