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만으로는 부족하다.
2026년에 즈음하여, 조직개발의 화두는 '공정성(Justice)'에서 '정당성(Legitimacy)'으로 이동하고 있다.
많은 조직이 공정한 평가, 공정한 보상, 공정한 승진을 외쳐왔다. HR 부서는 산술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객관적 지표를 개발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한다.
"절차는 공정했는데 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규정대로 했는데 왜 반발이 생길까?"
여기에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새롭게 던지게 되었다.
공정하기만 하면 충분한가?
답은 '아니다'이다. 조직의 결정과 제도가 진정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넘어선 정당성(Legitimacy)이 필요하다.
Suchman(1995)은 정당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실체(주체)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구성된 규범, 가치, 신념, 정의의 체계 안에서 바람직하고, 적절하고, 타당하다는 일반화된 인식 또는 가정"
"Legitimacy is a generalized perception or assumption that the actions of an entity are desirable, proper, or appropriate within some socially constructed system of norms, values, beliefs, and definitions."
쉽게 말하면, 정당성은 "이게 맞아", "이게 적절해"라고 사람들이 느끼고 인정하는 것이다.
공정성이 '절차와 결과의 수학적 균형'이라면, 정당성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적절성과 수용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공정성: "성과급을 1:1.5:2 비율로 나눴습니다. 공정합니다."
정당성: "왜 그 비율인가요? 우리 조직의 가치와 부합하나요? 이 방식이 우리가 추구하는 협력문화와 맞나요?"
공정성은 확인할 수 있지만, 정당성은 설명되고, 납득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Academy of Management Annals에 실린 Suddaby, Bitektine, Haack(2017)의 논문 "Legitimacy"는 정당성 연구를 집대성한 기념비적 논문이다.
이 논문은 정당성을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한다.
정당성을 조직이 소유하고 축적할 수 있는 무형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다.
조직은 외부 환경의 기대와 규범에 적합(Fit)할 때 정당성을 획득한다. 마치 사회적 인증 마크를 받는 것과 같다.
ISO 인증을 받으면 품질 정당성을 얻는다.
ESG 경영을 하면 사회적 정당성을 얻는다.
상을 받으면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이 관점에서 정당성은 동형화(Isomorphism)를 통해 강화된다. 다른 조직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면 "우리도 제대로 하는 조직"으로 인정받는다.
<HROD의 실무 적용>
인사제도가 노동법, 사회적 기대, 업계 표준과 얼마나 정렬되어 있는가?
우리 조직의 제도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가?
정당성을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정당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 설득, 협상, 서사 구축을 통해 정당성이 형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능동성(Agency)이다. 리더와 변화 주도자는 수사적 전략(Rhetoric)을 사용하여 정당성을 확보한다.
"왜 이 변화가 필요한가?"를 설득한다.
조직의 역사와 가치에 연결하여 서사를 만든다.
외부의 성공 사례를 이론화하여 내부에 적용한다.
<HROD 실무 적용>
새로운 HR 제도를 도입할 때 단순히 공지하는가, 아니면 '왜'를 설명하고 대화하는가?
변화 관리 과정에서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있는가?
정당성을 개별 평가자들의 판단과 인지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다. "정당성은 보는 이의 눈에 달려 있다(In the eye of the beholder)." 개인이 "이게 적절해(Propriety)"라고 판단하고, 그 판단이 집단적으로 공유되면 타당성(Validity)이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미시적 인지 과정이다.
개인은 어떤 기준으로 적절성을 판단하는가?
개인의 판단이 어떻게 집단의 합의로 전환되는가?
누가 평가자인가? (상사? 동료? 고객? 사회?)
<HROD 실무 적용>
구성원 개개인이 조직의 정책을 어떻게 지각하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개인 차원의 수용성과 집단 차원의 수용성 간의 간극을 이해하는가?
정당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 가지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자.
Property 관점: 이 제도가 노동법, 업계 표준, 사회적 규범과 맞는가? (법적·제도적 정당성)
Process 관점: 구성원들에게 왜 이 제도가 필요한지 설득했는가? 조직의 가치와 연결하여 서사를 만들었는가? (소통과 설득)
Perception 관점: 구성원 개개인이 이 제도를 적절하다고 느끼는가? 집단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인지적 수용성)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될 때 진정한 정당성이 확보된다.
특히 AI와 알고리즘에 의한 의사결정이 늘어나는 지금, 정당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AI가 승진 후보를 추천했습니다."
"알고리즘이 성과급을 산정했습니다."
이때 구성원들의 반응은?
"공정하긴 한데… 뭔가 찜찜해."
"왜 이렇게 결정됐는지 모르겠어."
"우리 조직의 가치와 맞는 건가?"
AI 시대에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 정당성의 핵심이 된다.
단순히 "AI가 결정했습니다"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가?"
"우리 조직의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결정이 왜 적절한가?"
를 설명하고 대화하는 리더의 역량이 조직 수용도를 좌우한다.
Ellis et al.(2025)의 최신 연구는 중간관리자가 정당성 문제의 최전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중간관리자는 이중 딜레마에 직면한다.
내부: 경영진과 기존 조직으로부터 정당성을 얻어야 함 (자원, 승인, 지원)
외부: 파트너, 고객, 시장으로부터 정당성을 얻어야 함 (협력, 신뢰, 혁신)
혁신을 추진하는 중간관리자는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외부에는 "우리는 혁신적입니다"라고 말한다 (참신함 강조).
내부에는 "이것은 우리 전략과 맞습니다"라고 말한다 (정렬 강조).
서로 다른 메시지를 각각의 청중에게 맞춰 전달하여 임시 정당성(Provisional Legitimacy)을 확보한다.
혁신이 커지면, 이제는 내부와 외부의 기대를 통합해야 한다.
외부의 가치를 내부의 수익 목표와 연결한다.
기존의 신뢰 관계를 활용하여 기술적 가치를 입증한다.
일관된 메시지로 지속적 정당성(Enduring Legitimacy)을 구축한다.
HROD의 과제: 중간관리자가 정당성 긴장을 견디며 혁신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 제공
자율성과 자원 보장
실험을 위한 시간과 공간 확보
학습 과정으로 인정
2026년, 조직개발자(ODer)의 역할은 정당성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도를 설계하고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조직의 결정과 제도가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다.
<구체적 실천.
- 정당성 진단: 조직의 제도와 결정이 세 가지 관점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 숙의 구조 설계: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평가자들의 기대를 정렬시키는 대화의 장을 만든다.
- 서사 구축: 변화의 의미를 조직의 역사, 가치, 비전과 연결하여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든다.
- 설명 가능성 강화: AI와 알고리즘 의사결정에 맥락을 부여하고 이해를 돕는다.
- 정당성 모니터링: 정기적으로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측정하고 피드백한다.
정당성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회의, 보고, 의사결정 과정 그 자체에 깃들어 있다.
의견이 어떻게 다뤄지는가?
누구의 말이 경청되는가?
결정이 어떻게 설명되는가?
불일치가 어떻게 관리되는가?
회의 구조를 바꾸면 정당성이 바뀐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 조직문화가 바뀐다.
퍼실리테이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핵심 도구가 된다.
모든 의견을 가시화한다 (Property: 절차적 정당성)
대화와 숙의를 촉진한다 (Process: 참여적 정당성)
합의를 도출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Perception: 인지적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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