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부족한 대화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경영진(TMT, Top Management Team)은 얼마나 자유로운 소통을 하고 있을까?
경영진의 심리적 안전감은 얼마나 높을까?
경영진은 회사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얼마나 꺼내어 다루고 있을까?
경영진에게 묻든, HR에 묻든 위에 대한 대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경영진의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브렉시트 10일 전, 한 경영진 팀이 회의실에 모였다. 합의 이탈인가, 무합의 이탈인가. 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재고는 얼마나 확보해야 하나. 아무도 답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 15년간 조직 내에서 수많은 경영진 회의를 관찰하고 때로는 직접 참여하여 퍼실리테이션을 해왔다. 그 성과를 정리한 논문을 내고 싶었지만, 늘 게으름만 피위왔다. 최근 직지심공(https://www.podbbang.com/channels/14900) TMT 시리즈 녹음를 하던 중, 필자가 해오던 TMT 워크숍과 유사한 사례를 소개한 논문을 만나 무척 반가웠다.
Marian Evans 교수의 2021년 "Conversations across the table: shared cognition in top management teams"이 바로 그 논문이다. 이 연구는 단순히 학술적 호기심을 넘어, 제가 현장에서 느꼈던 '여러가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TMT Alignment란 무엇일까?
단순히 경영진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 이상이다. 이는 팀원들이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고, 같은 우선순위를 공유하며, 서로의 전문성을 신뢰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몇 년 전, 제가 퍼실리테이션을 맡았던 한 스타트업의 전략 회의가 기억난다. CEO, CFO, CTO, CMO가 모여 "사업 아이템 선택과 글로벌 진출 전략"을 논의했다. 8시간 동안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회의가 끝나자 평소 다른 임원에 품고 있던 오해와 의문이 해소되고 전략적 선택에 동의과 확신이 생겨났다.
<Shared Mental Model (SMM)이란?>
Evans 교수는 이를 Shared Mental Model (공유된 인지 모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경영진이 다음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 과제에 대한 공통 이해 -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
• 자원과 제약에 대한 인식 - 우리에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가?
• 팀원들의 역할과 강점 - 누가 무엇을 잘하는가?
• 협업 방식 - 우리는 어떻게 함께 일하는가?
<공유된 인지 모델 개념도>
개인의 지식이 팀 상호작용을 통해 공유된 인지 모델로 창발되고, 이것이 팀 성과로 이어진다. 위 인포그래픽이 보여주듯이, SMM은 개인의 전문성이 팀의 집단 지성으로 변환되는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1+1이 2가 아니라 3 또는 10이 되는 이유이다.
그동안 경영학에서는 Upper Echelon Theory (상층부 이론)를 통해 "경영진의 특성이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국제 경험이 많은 CEO가 있으면 해외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인풋(경영진 특성)과 아웃풋(전략적 결과)만 설명할 뿐, 그 사이 과정은 여전히 블랙박스로 남아있었다.
회의실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어떤 대화가 오가는가?
누가 어떤 지식을 기여하는가?
어떻게 합의가 만들어지는가?
Evans 교수는 바로 이 블랙박스를 열어냈다. 그것도 극도의 불확실성 상황인 브렉시트(Brexit) 10일 전 경영진 회의를 실제로 녹음한 것을 분석했다.
<인지지도 (Cognitive Mapping)라는 도구>
연구자는 인지지도(Cognitive Mapping)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KOOFA에 그 동안 '연관도'라는 이름으로 강의하고 적용해도던 도구와 같다. 이 대화에서 나 온 개념들을 하나하나 포스트잇에 적고,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화살표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인지지도 작성 4단계>
인지지도 작성의 4단계: 녹음→개념추출→관계연결→팀공유 이 방법의 놀라운 점은 "누가 언제 무슨 개념을 제안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개인의 생각이 어떻게 팀의 생각으로 진화하는지 볼 수 있게 된다.
Evans 교수가 분석한 경영진 팀은 중소 제조기업이다. 5명의 임원(45-65세, 3 개 국적, 5개 언어 구사)이 브렉시트 10일 전 회의에서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를 정리하고 분석했다.
<놀라운 발견 1: 61개 개념, 103개 연결>
한 번의 회의에서 61개의 개념이 나왔고, 이것들이 103개의 관계로 연결할 수 있었다.
가장 중심적이었던 개념은 다음 세가지였다.
1. "Deal/no deal stock" (합의/무합의 재고) - 32.74점
2. "Stock costs" (재고 비용) - 30.06점
3. "Delayed raw material" (원자재 지연) - 29.56점
Reachability Matrix (도달 가능성 행렬법) 방법
1단계 연결 (직접 연결): 1.0점 A → B (바로 연결)
2단계 연결 (한 단계 거쳐서): 0.5점 A → B → C (B를 거쳐 C에 도달)
3단계 연결 (두 단계 거쳐서): 0.33점 A → B → C → D (B, C를 거쳐 D에 도달)
'Deal/no deal stock'이란 개념이 32.74점이라는 것은:
- 1단계 연결: 약 10개 개념과 직접 연결 → 10점
- 2단계 연결: 약 30개 개념에 2단계로 도달 → 15점 (30 × 0.5)
- 3단계 연결: 약 23개 개념에 3단계로 도달 → 7.74점 (23 × 0.33)
흥미로운 점은 2위인 "재고 비용"이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다른 개념들과의 연결이 매우 많았다 . 즉,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 있던 '숨은 고민'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인지지도의 힘이다.
말로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개념들 간의 연결 구조를 보면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와 비슷하다.
<놀라운 발견 2: 공유된 지식의 창발>
연구자가 "3명 이상이 언급한 개념"을 추적했더니, 9개의 공유 개념이 나왔다. 그 중 하나인 "재고 부족"은 5명 전원이 언급했다. 이것이 바로 Shared Mental Model이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 모두가 같 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 SMM이다.
인지지도를 활용한 실제 워크샵 - 포스트잇과 화이트보드로 생각을 시각화하고 있다. 위 사진은 필자가 진행한 워크샵의 모습이다. 참가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고, 벽에 붙여가며 공유된 인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 우리 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하는 순간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놀라운 발견 3: 구체적 결정>
이 팀은 회의 끝에 명확한 결정을 내렸다:
최종 결정
• 예비 판매 재고 확보
• 금액: £11,000 (약 1,800만 원)
• 기간: 1개월분
• 시작: 3월 5-8일
주목할 점은 구체적 숫자이다. "검토하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같은 모호한 결론이 아니라, 정확한 금액과 날짜가 나온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연구는 다음의 네 가지 도메인 지식이 기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팀이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전문성의 조합이었습니다.
1) 국제 경험
"스위스 프랑이 한때 20% 떨어진 적이 있었죠. 그때 우리 업계는 가 격을 단계적으로 올렸고, 고객들도 결국 받아들였어요."
TMT3은 과거 환율 위기 경험을 현재 상황에 적용했다. 이것이 경험 기반 지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2) 물류/운영 전문성
"WTO 규정에 따르면 표준 검사를 해야 합니다. Euro 1 폼을 작성 해야 하고, 모든 선적마다 서류 작업이 필요해요."
TMT5는 통관 절차의 실무적 디테일을 알고 있었다. 이런 지식이 없었다면? "국경이 막히면 어떡하지?" 수준에서 멈췄을 것이다.
복잡한 비즈니스 이슈도 인지지도로 정리하면 핵심이 보인다 (던킨도너츠 사례) 위 사진 역시 필자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작성한 인지지도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렇게 시각화하면 어떤 개념이 중심이고, 어떤 관계가 중요한지 한눈에 들어온다.
3) 고객 관계 통찰
"영국 사람들은 가격 인상에 익숙해요. 지난 18개월 동안 업계 전체 가 가격을 올렸으니까요."
TMT3은 고객 심리를 읽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시장 데이터와 경험에 기반 한 통찰인 것이다.
4) 재무 지식
TMT4: "비용이 £10,000 정도?"
TMT1: "아니요, £11,000입니다."
10% 차이를 정확하게 잡아낸 것. 이것이 CFO의 역할이다.
이 네 가지 전문성이 대화를 통해 융합되면서, 61개 개념이 나올 수 있었다. 만약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모였다면? 아마 10개도 안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3단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회의 전>
• 참석자의 전문성이 다양한가?
• 국제/산업/기능별 전문성이 포함되어 있나?
• 장기 근속자와 신입의 균형은?
•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나?
<회의 중>
• 모든 사람이 최소 1회 이상 발언하는가?
• "~라면 어떻게 되나?" 질문이 나오는가?
• 구체적 숫자, 날짜, 사실이 교환되는가?
• 불확실성을 솔직히 인정하는가?
• 추상적 논의가 구체적 계획으로 이어지는가?
<회의 후>
• 누가 무슨 개념을 제안했는지 기록되었나?
• 결정이 어떤 대화 흐름에서 나왔는지 아는가?
• 다음 단계와 책임자가 명확한가?
• 학습한 내용을 문서화했는가?
<참고문헌>
Evans, M. (2021). Conversations across the table: shared cognition in top management teams. Team Performance Manage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27(5/6), 332-352.
사내 퍼실리테이터가 있다면 위 내용을 참고하여 TMT Alignment 워크숍을 진행해 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만약 아직 TMT를 이끌 만한 퍼실리테이터가 없다면, 다음 사이트에 문의해보길 권한다. 상담은 무료이다.
https://koofa.kr/inqueries/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