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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Jun 17. 2017

갈등을 관리만 할 것인가?

퍼실리테이션이 실현하는 협력적 갈등해결


삶을 살다보면 이런 저런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서로 사랑하여 죽고 못살겠다던 연인도 결혼하면 갈등의 함정에 빠져드는 일이 흔하다.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 회사가 더 좋아지는 일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지만, 개인 간, 부서 간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오히려 일상이다.

 

갈등이 도처에 있다보니 갈등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방법을 찾아나서지만 신통치 않다.


유명한 토마스-킬만(Thomas-Kilmann)의 갈등해결 모형은 회피(avoiding), 수용(accomodating), 경쟁(competing), 타협(compromising), 협업(collaborating)의 다섯가지 해결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앞의 네가지는 현실세계에 자주 등장하지만, 마지막 협업은 개념적으로는 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를 현실세계에서 실현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X축은 타인에 대한 협조적으로 타인의 욕구를 고려하는 정도를 나타내고, Y축은 자신에 초점을 두고 자신의 욕구를 고려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1. 회피는 서로 충돌하기 않으므로써 스트레스를 줄일 수는 있지만, 욕구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므로 갈등을 해결한 것이 아니다.(패-패)

2. 수용은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거나 실현하지 않고 타인의 욕구를 받아들인 것이므로 최선의 선택이기 보다는 패배한 결말을 만든 것이다.(패-승)

3. 경쟁은 서로 자신의 욕구를 관철하려는 상황이므로 제3자에 의하여 결론이 내려지고 결국 한 쪽은 패배를 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승-패, 패-승)

4. 타협은 서로의 욕구와 주장을 적절히 철회하여 중간 정도의 수준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다.(반승-반패)

5. 협업은 서로의 주장과 욕구를 모두 실현하는 것이므로 가장 바람직하지만 실현해 내기는 어렵다.(승-승)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전까지 인간을 하늘을 날지 못했다. 좀 더 엄격히 말하여 날기는 했지만, 아주 짧은 시간만 날 수 있었다.



인간이 하늘을 날지 못할 때 사람들은 날개가 없어서, 체중이 많이 나가서, 팔의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인간의 한계를 탓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날으는 기술이 없어서라거나, 날개해주는 장비가 없어서라고 생각한 사람은 매우 적었다.


협업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협업도 어렵다. 사람은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인간에게 날개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협업은 어렵다. 게다가 양 당사자의 갈등해결이 아니라 다자간의 갈등인 경우 이를 해결하여 협업을 이루어내는 일은 더욱 어렵다.


<갈등의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그리하여 그 갈등을 다루는 일은 하는 사람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관리만 해가는 전략을 선택한다. 학계와 전문가들도 관리가 최선인 것으로 권장하고, 비밀, 물밑 협상과 시간의 흐름으로 갈등이 완화되어 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비행기를 만드는 기술이 인간에게 날개가 없어도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도왔듯이, 퍼실리테이션은 인간의 이기심을 버리지 않고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행기가 현존하는 것처럼 협업을 이루어내는 갈등해결의 방법이 현존한다.


협업을 실제로 이루어내는 상세한 과정은 비행기를 제작하는 과정처럼 정교하고 복잡하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익히는 것은 5년 이상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마치 한 회사가 비행기를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을 축적해 가는 과정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상세한 내용을 이 한정된 지면을 통해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말로만 전달되기 어려운 무수한 암묵지들이 있다. 상당한 암묵지을 형식지를 바꾸어낸 책들이 있지만, 그 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물론 책을 통하여 상당 부분의 지식을 흡수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참관과 실습의 과정을 통해 기술을 익혀 가야만 한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철학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은 자연이나 물건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하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갈등해결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협업을 이룰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고 당사자의 걱정, 주저, 이해관계가 모두 정당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철학적 성찰이 없이 기술만으로 갈등해결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그 동안 퍼실리테이션을 학습하고 실행하면서 갈등해결의 일반적인 원리와 원칙을 정리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여러차례의 갈등해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퍼실리테이션의 철학과 전제들이 잘 작동하게 됨을 체험하였으며, 실제 갈등해결을 해내면서 얻게 된 성찰의 결과를 정리하여 학회지에 기고하기도 했다.

  

편의상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 갈등해결을 위하여 진행하는 회의를 '상생회의'라고 지칭하고, 중립적 효과적인 회의 진행자인 퍼실리테이터의 진행과 다수결이 아닌 합의에 의하여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을 '협력적 갈등해결'이라고 이름지었다.



향후 다른 방법으로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겠지만,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곳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대전제, 원칙, 회의진행 방법을 요약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협력적 갈등해결의 대전제

모든 아이디어는 동등하게 귀중하다.

사람은 늘 효과성을 추구한다.

인간은 이기성과 협력성을 동시에 지닌다.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모든 옵션이 제시되었다면 사람들은 그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협력적 갈등해결의 원칙

참여 개방의 원칙 - 당해 사안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모든 논의를 개방한다.

대화의 원칙 - 갈등은 상생회의에서의 대화로 해결한다. 물리적 폭력적 수단을 행사하지 않는다.

중립 진행의 원칙 - 상생회의의 진행자는 중립을 지키고, 질문으로 전제를 탐색하며, 논의 내용을 잘 기록한다.

단일 채널의 원칙 - 하나의 생생회의 이외의 별도의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다.

합의의 원칙 - 갈등해결의 최종안은 다수결이 아닌 합의에 의하여 결정한다.

완결성의 원칙 - 상생회의의 종료는 모든 갈등 이슈가 다루어지고 최종 합의되었음을 뜻한다.



상생회의 진행의 방법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퍼실리테이터)가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진행자에 대하여 참여자들로부터 사전 인정을 받는다.

진행자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 해임하고 다른 중립자를 선임한다.

회의에서의 발언은 즉석에서 확인이 가능하도록 충실하게 기록한다.

소그룹 퍼실리테이터를 배치하여 테이블 토크와 기록 유지를 보조한다.


소그룹 배치로 토론의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장소에서 회의를 진행한다.

토론 그룹의 인원이 20명을 초과하는 경우 효율성을 위하여 참관 그룹을 구분하여 운영할 수 있다.

상생회의 참여자(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자)는 논의 사항을 소속집단에 가능한 한 빠짐없이 전달한다. 필요한 경우 유인물을 제작하여 활용한다.

오해를 방지하거나 풀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자 전원이 참여하는 총회를 개최한다.

회의 참여자의 정신과 육체의 활동을 증진하고 유지하는 장식과 다과를 준비한다.


<이 원칙과 방법은 상인과 노점상 간의 심각한 갈등, 공장 증설에 따른 회사와 주민 간의 심각한 갈등 해결에 실제로 적용하여 결과를 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된 것이다.>



<참고문헌>

퍼실리테이션과 협상의 협력적 분쟁해결 -갈등과 분쟁해결의 사례를 중심으로
구기욱 ( Koo Gie Wook ) , 박하윤 ( Park Ha Yoon )
한국협상학회,<협상연구> 19권2호 (2016), pp.77-97

http://kiss.kstudy.com/journal/thesis_name.asp?tname=kiss2002&key=349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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