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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Jun 09. 2017

수평적 조직문화의 숨은 두려움

민주주의가 4차산업을 이끈다.

조직문화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의 권위적 문화로는 다가오는 4차산업의 파고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직감을 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유수의 기업들이 조직문화의 개선을 위한 시도들을 매일같이 언론을 통하여 쏟아내고 있다. 일과 가정 양립, 칼퇴, 수평적 조직문화, 직급 파괴, 별명 부르기, 젊은 조직 등을 외치며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쏟아내는 기업의 시도들에 대하여 정작 그 회사에 다니는 구성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그런다고 변하나요? 바뀐게 하나도 없어요."

자조섞인 말에는 구성원의 과장이나 왜곡도 있겠지만,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들이 정작 직원들이 원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점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조직문화의 변화란 무엇일까?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조직이 공정하게 작동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압축된다. 사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를 말하는 것이다.


경제적 지적 수준이 높아진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욕구는 이제 배고픔을 극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정한 평가와 대우를 받고,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키려는 것이 필수적인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직장 문화에서 이러한 것을 주장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갇기는 어렵다. 눈앞의 과업과 실적을 내야하는 압박에 내몰려 있는 것이 하루하루의 현실이다.


기업으로서는 당연이 실적과 성과를 내야하는데, 구성원들은 주인의식이 없어 내일처럼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 리더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한편 구성원들은 부품처럼 취급되고 인격적 존재로서 존중받고 있지 못하여 조직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양쪽 다 맞는 말이 평행선처럼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양쪽의 주장이 모두 '수평적 조직'이라는 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더 또는 기업의 편에서, 주인처럼 자신의 일을 척척한다면 위에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으니 수평적 조직이다. 구성원의 편에서, 부품이 아닌 인격적 주체가 되겠다는 것도 바로 수평적 조직의 일원 되고 싶다는 뜻이다. 서로 같은 수평적 조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이 실제로 실현되고 있지는 못하다. 왜 그럴까?


지혜를 모은 과정은 회의 형태를 띤다. 리더는 회의를 잘 주재하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개의 핵심요소가 있다. 하나는 결정권이고, 둘째는 리더의 두려움이다.


구성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기 일처럼 척척 하려면 그에게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와 제도 속에서 결정권은 조직의 상층부에 집중되어 있다. 즉 결정권은 주지않고 주인의식만 자기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수평적 조직의 핵심이 결정권을 구성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수평적이라거나, 리더인 자신이 볼 때 과거보다 더 관대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것이 수평적이라는 것으로 착각한다.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결국 상층에서 결정하고 만다면 이는 수평적 조직이 아닌 것이다.


자꾸 결정하게 되는 리더에게도 이유가 있다. 구성원들은 리더 자신에 비하여 역량도 부족하고, 열정도 부족하고, 주인의식도 부족해 보인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권한을 주고 일을 맡겼다가는 그릇칠 것 같은 두려움이 크다. 그러므로 늘 보고받고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라는 높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숨은 두려움에서 생겨난 리더의 감독자로서의 책임의식은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가로맊는, 즉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로맊는 원천이 된다.


하지만 그 두려움으로 인하여 구성원에게 결정권을 부여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결코 자발적으로 일하는 구성원을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외부에 수평적 조직문화를 실현하겠다고 외치는 것과는 달이 여전히 내부에서 수직적인 문화의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고,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여기며, 세상에 도움되는 일에 내재적 동기를 느끼며 일한다고 한다.


수직적인 감시 감독 체계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선도하는 조직을 경영할 수 없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 할 때 창의, 열정, 협력이 이루어지고, 기업은 높은 성과를, 개인은 웰빙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게 되려면 우선 리더가 결정권을 구성원에게 내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중립적 리더십과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하다.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선진국이 우리와 다른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더 민주적인 것이다. 선진기업도 마찬가지다. 21세기의 한국 리더, 민주주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기업 민주주의를 실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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