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공지능과 4차 산업, 초고속 시장 변화 등 21세기에 불어닥친 조직의 환경은 더 이상 과거 성공의 패러다임으로는 생존마저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최근 대기업, 중소기업, 공조직, 사조직 할 것 없이 많은 조직들이 앞다투어 조직문화의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방안의 내용에는 대부분 수평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해당 조직이나 기업을 다니는 직원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면 속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물론 시동을 건지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변화에는 소홀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에 대하여 관련 내용을 좀 정리해 본다.
<구글 검색에 나타난 수평적 조직문화의 이미지들>
최근 유행이 되어버린 '4차 산업'이라는 말을 화두로 많은 조직들이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대응책 중의 하나로서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수평적이어야 창의적이 되고, 창의적이어야 4차 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음)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과연 본질적인 변화(수평)를 시도하고 있는가?
심지어 본질적으로 변화하려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아래 내용은 신문기사와 평소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정하여 구성한 것이므로 실제는 이와 다를 수 있을 것이지만, 보다 실감 나게 작성하기 위하여 정부의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내용을 인용하였다.
출처 (연합뉴스)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7/17/0200000000AKR20170717172200017.HTML
이 기사는 7.17일 자로 보도된 내용이다. 새 정부와 새 장관의 의욕적인 출발을 보여주는 좋은 시도라고 보인다. 그러나, 이 기사의 내용에서도 예견되는 전망은 미지수이다.
출처 (미래창조과학부) : http://msip.go.kr/SYNAP/skin/doc.html?fn=e833a3dbbc8aef54e2671811f0d25853&rs=/SYNAP/sn3hcv/result/201707/
민간기업 출신의 장관이며, 높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새 정부의 의욕 있고 진정성 있는 시도이지만 그것만으로 조직문화를 바꾸어가는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조직문화를 바꾸어내는 데 있어 민간기업 역시 미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기업 출신의 장관이라는 점만으로 조직문화를 훌륭하게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잘 못된 것일 수 있다. 그 징후는 이미 미래부의 보도자료와 사진에도 나타나 있다.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인지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1. 간담회
위 기사에서 사진과 함께 주니어보드와 간담회를 개최하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우선 사진에 나타난 표정이나 분위기는 간담회의 모습과 다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간담회'의 뜻을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간담회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정답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지위가 높은 사람만 일방적으로 말하고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간담회가 얼마나 간담회 본래의 뜻에 가까웠을 지도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당장 예산을 들여 회의실을 뜯어고치기가 어려웠겠지만, 우선 간부회의실의 책상 배치부터 문제가 된다. 주니어보드의 인원이 15명이면 장관까지 포함하면 16명이 된다. 1인당 3분씩 발언해도 48분이 지나간다. 4분씩 발언하면, 1시간이 넘는다. 만약 장관께서 15분 정도 발언시간을 쓰고 나면, 나머지 참석자는 1인당 2분 정도 발언하는데 그친다.
게다가 참가자 중 한 두 명이 발언을 길게 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의 참가자는 말 한마디도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소통이 일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민간기업에서 조차 사장이 방문하는 경우 발언자를 미리 정해 놓거나, 심지어 발언 내용까지 미리 짜서 대응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리더가 대화를 편하고 다정하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과 인식하고 있더라도 그렇게 이끌 줄 아는 역량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다.
2.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토론을 통해'
보도자료를 보면,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토론이 4차 산업을 이끄는 주무부처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당장 속단할 수는 없지만,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토론이 이루어지려면 모임을 그렇게 이끌 줄 아는 퍼실리테이터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전문적으로 퍼실리테이션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회의에서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토론이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간혹 타고난 역량을 갖춘 사람이 조직 안에 있다고 한다면 그로 하여금 회의 진행을 이끌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구호만 있을 뿐 실질적인 토론이 일어나지 못한다.
이때 '자유로운 의견 제시와 토론'을 정말로 원하고 있는 지를 반문해 보아야 한다. 정말로 원하고 있다면 겉도는 회의를 그대로 두고 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무도 제대로 진행되는 회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회의가 개선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커다란 숨은 이유도 있다.
3. 정책기획관 주재 업무혁신 TF
보도자료에 따르면, 또한 업무혁신 TF를 가동하고 이를 주재하는 것은 정책기획관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책기획관이 혁신, 조직문화 또는 조직개발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순환보직에 의하여 그 자리에 가게 되었고, 그 자리의 업무가 업무혁신이어서 TF를 주재하게 된 것이라면 실패의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책기획관이 이 모든 혁신 업무를 다 주관하는 것은 아니고 적절한 위임과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도모하겠지만, 조직개발에 관한 기본 사항 등을 놓치고 출발할 경우 그 노력은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4. 주문, 강조, 당부
장관 또는 리더의 발언이나 행동이 주문, 강조, 당부라는 것은 조직문화가 수직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평적일 때의 발언은 수렴, 반영, 실행이 된다. 수평적이라는 것은 의사결정의 권한이 조직 내에 넓게 퍼져 있는 것을 말한다.
이때 리더가 하는 중요한 일은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여, 실행하는 것이 된다. 리더가 주문하면 직원들은 그 주문을 받아 실행하느라 창의성을 발휘할 겨를이 없다.
리더로서 조직 운영의 방향을 정하고 일정 부분 그에 관한 강조와 당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렴, 반영, 실행이라는 발언보다 주문, 강조, 당부, 심지어 질책, 책망 등의 발언이 많아지면, 구성원들은 리더의 입만 쳐다보고 조직은 순식 간에 수직으로 돌아서게 된다.
마침 기사화된 미래창조과학부를 예로 삼아 기술하였지만, 이 같은 사정은 민간기업인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리더들이 수평적이지 않은 태도와 행동을 보이면서 본인 스스로 매우 수평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세 가지 조건>
첫째, 수평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며, 둘째, 수평적인 것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런 다음 조직이 정말로 수평적인 것을 원한다면, 셋째, 그렇게 될 수 있는 진짜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흔히 앞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세번째를 찾아다니는 우를 범하고 만다. 세 가지가 일치되어야 수평적 조직문화의 달성이 가능해진다.
구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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