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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01. 2022

[Day1] 457 단상 in London

37살 백수의 런던 석사 생존일기 

비정기적으로 쓰는 "도망친 곳의 낙원" 매거진은 너무 공을 들이려다 보니 자꾸 글쓰기를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와 별개로 런던에서의 매일 매일을 짧은 글로 남겨볼까 한다. 오늘 7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 매일 일기를 쓰면 꼭 457개의 글이 나오게 되겠지.  방학숙제처럼 밀린 일기를 몰아쓰는 날이 있더라도, 아니면 너무 일상적이라 단 한 줄을 쓰더라도 꼭 457개의 글이 나오게끔 해볼테다!  




2022.07.01 이전까지. 

지난 6월 27일에 런던에 도착한 뒤 3일을 정신없이 보냈다. 

어처구니 없겠지만 그 와중에 가장 서둘러 한 일은 동네 헬스장을 서칭한 것. 최근 몸에 아가아가한 귀여운 근육들이 붙기 시작하면서 부쩍 쇠질에 재미를 붙인 까닭이다. 찾아보니 집앞에 꽤 큰 헬스장이 있었는데 마침 일일 체험권도 제공하고 있어서 런던에 도착한 다음날 전격 방문했다. 둘러보니 수영장에 복싱장, 스쿼시장까지 갖춘 초호화 헬스장이었는데 가격도 학생기준 월 80파운드 (한화로 한 12만 원) 정도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해서 더욱 솔깃했다. 


요즘 유럽에서 한국인 대접이 좋다고 해서 일부러 ROKA 티셔츠(Republic Of Korea Army 티셔츠)를 입고 이것저것 귀엽게 쇠질을 하고 있자니 왠 몸 좋은 백인 형님이 살갑게 말도 걸어준다. 한국에서 왔느냐, 쇠질은 얼마나 했느냐, 오늘은 어느 부위 조지는 날이냐 등등...사실 이런 오지랖은 한국 헬스장에서도 종종 있던 일이긴 했지만 개인주의가 강할 거라 생각했던 유럽에서 헬창의 동포애를 받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해 좀 신기했다. 

요 친구임. 내 고프로를 발견하고 초딩마냥 좋아하던 그.

뭐,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이 헬스장의 PT 강사였고 그 오지랖도 영업의 일종이었겠지만 그래도 타지에서 말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냥 좋았던 하루였다. 너무 비싸지 않으면 녀석에게 두 어차례 PT도 받아볼 생각이다. 


참,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가슴 벅차게 좋았던 것. 그 역시 운동과 관련된 것인데, 지난 3월 회사를 관둔 이후로 망가진 몸을 복구하기 위해 늘 홍제천을 달리며 러닝에 취미를 붙이고 있었더랬다. 당연히 런던에 와서도 러닝을 이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런...런던 집 앞의 러닝코스가 너무 환상적이다. 런던브릿지와 타워브릿지를 잇는 템즈강 러닝, 이런 호사가 또 어딧을까. 이것만으로도 런던에 온 이유는 충분했다. 

흔한 집 앞의 러닝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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