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런던 관광기
2022.07.01
런던에 도착한지도 벌써 5일이 지났지만 집 근처 빼고는 딱히 돌아다닌 일이 없다. 어차피 앞으로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런던에서 보내게 될 거란 생각에 런던 구경을 서두르지 않게 된 것이다. 굳이 구경을 다니지 않아도 낯설기만한 R studio 공부와 운동, 유튜브 편집, 계좌개설, BRP카드 수령 등 생각보다 할일이 많아 시간이 훅훅 잘 가기도 하고.
오늘 아침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헬스장에서 쇠붙이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 차였다. 데드리프트 세 번째 세트에 들어갈 무렵이었을까, 런던에서 가이드 회사를 운영하는 친한 동생 현우에게 카톡이 왔다. 오늘 오후 자기네 회사 당일투어에 참가해볼테냐고 말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공짜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언젠간 가이드 알바도 꼭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훌륭한 견학이 될 터였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딸들과 같이 온 두 이모님, 중년 부부, 남2여1의 치인트 체대생 친구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사실 '먼저 도착해 있었다'는 표현이 좀 민망한게 내가 엄청 지각했음). 사장인 동생 현우가 직접 인솔한 오늘 코스는 버킹엄 궁전을 시작으로 다우닝 10번가, 웨스트민스터와 빅벤, 버러마켓과 타워브릿지로 이어지는 굉장히 전형적인 루트였다.
사실 예전에 이미 한 번 가봤던 곳들이고 2달 뒤에 와이프가 런던으로 오면 또 가게될 곳이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웬걸! 타지에서 낯선 한국인들끼리 만나서 조잘조잘 동행하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던 것! 게다가 서로 사진도 찍어줄 수 있으니 더더욱 이득이다. 가이드 현우의 노하우가 담긴 포토 스폿들은 덤이다.
나는 투어 내내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어차피 와이프랑 또 와야하니까), 마지막 코스인 타워브릿지 앞에선 결국 나도 사진을 부탁했다. 너무나 좋았던 날씨 때문에 안 찍고는 버틸 수 없었던 것...ㅠㅠ
그렇게 투어가 종료되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서로의 여행과 미래를 응원하는 덕담을 주고받은 뒤 언제 만났냐는 듯 쿨하게 각자 갈 길로 헤어졌다. 너무 쿨해서 좀 당황스러웠는데 이후 단톡방에서 또 한 번 작별인사를 주고받았던 점으로 미루어 우리는 츤데레의 민족이 분명하다.
여튼 오늘 투어로 런던에 있는 동안 꼭 가이드 알바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향수병이 올 때마다 한국 사람들과 조잘거리며 스트레스도 풀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가리 파이터인 나에게 이것만큼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알바도 없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