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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04. 2022

[Day3] 457 단상 in London

프랑스 결혼식 part1 

2022.07.02 

새벽 1시부터 아주 생난리였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6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넘어가야만 했다. 유럽의 저가항공사를 타고 유럽 내에서 이동하면 히스로 공항이 아니라 시내에서 아주 먼 게트윅 또는 스텐스테드 공항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이지젯(easy jet)도 여지없이 게트윅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적어도 새벽 2시 30분에는 집을 나서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넉넉하게 새벽 12시30분 정도에 있어나 준비하려 했으나...눈을 뜬 시간은 1시 30분! 정말 스프링처럼 침대에서 튕겨나와 후다닥 씻고 와이셔츠를 다리고(프랑스에선 결혼식엔 정장이 필수 드레스코드라고 했다) 여권과 백신접종증명서 등을 챙겨 집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미리 예매해둔 새백 2시44분 런던브릿지 역 출발 기차는 이미 출발해버렸고, 나는 환승지인 블랙프라이어 역을 향해 거의 울면서 달렸다. 


그동안의 러닝의 성과였을까. 다행히 게트윅행 기차가 출발하기 5분 전에 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어찌어찌 게트윅 공항에 늦지않게 도착해 프랑스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는 라발(Laval)이라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인을 커녕 아시아인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히 공항도 없기 때문에 낭트에서 1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넘어왔어야 했는데, 기차에서도 많은 프랑스인들이 도대체 라발에는 왜 가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친구의 결혼식은 라발에서도 차로 30분 떨어진 교외의 어느 귀족의 성(castle)에서 진행되었다. 프랑스 결혼식은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다고 했는데, 솔직히 직접 참석해보기 전에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그렇게 결혼식을 오래할 수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신랑신부가 빌린 어느 귀족의 성. 이들이 유별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런 의미있는 장소를 빌려 하루종일 파티를 하고 노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일반적인 결혼식 행사라고 한다. 


하지만 저 멀리서 클래식카를 타고 장정들의 화려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등장하는 신랑 신부를 본 순간, 앞으로 벌어질 행사가 단순히 세레모니가 아니라 성대한 파티가 될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 보는 줄. 

성 뒤의 정원에서 진행된 1시간의 짧은 결혼식이 끝나고 난 뒤부터는 술, 술, 술, 밥, 밥, 밥, 춤, 춤, 춤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한 친구 덕에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과 섞여 와인을 마시며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술이 지겨워질 즈음이면 음식이 나왔으며, 배가 좀 부르다 싶으면 여지없이 음악이 흘러나와 몸을 흔들어 강제로 소화를 시키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루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광기 어린 결혼파티는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는데, 9개국에서 모인 한껏 취기오른 외국인들이 강남스타일과 아모르 파티에 맞춰 춤을 추는 걸 보고 있으니 얼큰한 국뽕이 차오름을 느낄 수 있다. 비루한 체력의 30대 후반인 나는 새벽 3시에 GG를 치고 셔틀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듣기로는 댄스파티가 새벽 6시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Respect!!!!! 

이렇게 많은 와인과 이렇게 장기간 춤을 춰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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