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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05. 2022

[Day4] 457 단상 in London

프랑스 결혼식 part2 

2022.07.03

결혼식 다음 날 늦은 아침. 브런치를 먹기 위해 모두 다시 성으로 모였다. 숙취 때문에 얼큰한 국밥이 생각났지만 놀랍게도 프랑스인들이 선택한 숙취해소 방법은 ‘해장술’이었다. 문득 패기에 가득 찼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내 간은 ‘해장술’을 받기엔 너무 많이 늙고 병들었더랬지.  


취기에 급하게 친해졌던 사람들과 맨정신에 한 자리에 앉으니 아주 짧은 어색함이 있었지만 이내 다시 어제의 친근함으로 돌아갔다. 어제부터 하루 종일 조잘거렸지만 각자 다른 문화와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온 우리에겐아직 그만큼의 할 얘기가 더 남아있었으니까.  

아침부터 술로 술을 달래는 상남자의 나라. 


각자 오후 일정에 따라 하나 둘 자리를 뜨고, 한 팀이 빠질 때마다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연락처와 인스타를 공유했다. 이것이 짧은 한국 결혼식보다 프랑스 결혼식이 더 의미있다고 느낀 부분인데, 결혼식이 끝나면 그들은 더 이상 친구의 친구가 아닌 친구가 된다는 점이다. 신랑과 신부는 그들의 자랑스런 친구들도 결혼식에 차려 놓은 셈이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 결혼식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인스타 팔로우가 늘었다! 개이득!)




질척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런던행 비행기 일정 때문에 Laval에서 하루 더 머물러야했던 나는 오후 5시쯤 Laval 동네구경에 나섰다. 걸어서 반나절이면 다 돌아보는 작은 마을인데다 해도 밤 10시나 되어야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라진 않았다. 프랑스인 특유의 기질 때문인지, 아니면 Laval이 시골 마을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걸어다니면 항상 먼저 눈인사를 해주고,혼자 앉아있으면 꼭 다가와 말을 걸어주는 친절함이 있었다. 

심지어 고양이까지도. 


돌이켜보면 오는 길부터 Laval은 늘 친절했다. Laval행 기차가 갑자기 취소되어 안절부절하는 나를 모두가 발벗고 나서 결국 Laval 시내까지 멱살캐리 해주는 화끈함과 친절함이 있는 그런 도시였더랬지. 


결혼식부터 짧았던 동네 구경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Laval과 작별을 고하고 이제 다시 런던의 일상 속으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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