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못 먹고 잘 살기
2022.07.04
영국으로 넘어온지 어느새 일주일. 그새 계좌도 만들고 헬스장도 다니고 결혼식도 참여하며 나름 바쁘고 알찬 시간을 보냈지만 의외로 먹는 것에는 소홀했더랬다. 맨날 테스코에 파는 3파운드짜리 샌드위치를 먹거나 그마저도 거르기 일쑤였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던 시절의 홀애비 루틴이 자연스레 발동된 게지.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하늘이 내게 동거인 현우를 보내줬다.
현우는 대학을 영국에서 나오고 이후에도 런던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half 브리티쉬맨이다. 그는 프랑스산 와인에 절어있는 내 몸을 해독하기 위해 친히 한인마켓에 가서 비비고 김치와 한국 쌀을, 그리고 영국 마트에서 삼겹살을 사와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김치찌개였지만 런던에서 그 냄새를 맡았을 때의 감동이란...
영국은 장바구니 물가가 굉장히 합리적이다. 삼겹살이 100g에 천원 내외, 우유 1.5리터에 천 오백 원, 과일도 웬만하면 2파운드에서 왔다갔다 하니까 한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외식비, 교통비, 렌트비, 인건비, 학비 등등 모든 것이 비싼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의외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유학생들은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한다고 한다. 나가서 사먹는 것이랑 가격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2달 뒤 아내가 합류하기 전에 현우를 통해 유학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리를 좀 배워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