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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4. 2022

[Day7] 457 단상 in London

런던에서 계좌트기 (feat. 계좌살 살 녹는다) 

2022.07.06 

몬조 카드(이따 뭔지 설명)가 도착한 기념으로 계좌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영국에서 장기간 생활하기 위해 가장 서둘러 해야할 일이 바로 은행계좌를 트는 일이다. 그게 왜 시급한 일인지는 런던에 하루만 있어보면 알 수 있다. 런던은 현금거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체크카드를 리더기에 띡- 찍는 것이 현지인의 계산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작은 가게는 현금을 받지 않기도 하고, 현금 계산줄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줄이 길다. 셀프 계산대에서 1초만에 계산하고 나가는 런더너들을 멍하니 10명 정도 구경하면 그제야 내가 계산할 차례가 온다. 

집 앞 테스코. 한적한 키오스크에서 여유롭게 계산하는 현지인(좌)를 멍하니 바라보고 우리는 현금줄(우)에 서야했다..기분 좀 그럼.

대중교통도 마찬가지. 현지인들이 폰이나 스마트워치로 간단하게 입장할 때, 관광객들은 "UK-티머니"인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하고, 충전하고, 얼마 남았는지 모르게 전전긍긍 타다가 또 충전하고 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게다가 오이스터 카드는 구매할 때 자신이 어떤 Zone에서 움직일지 미리 선택을 해야하는데 (보통 Zone1에서 Zone3 사이를 움직임), 불가피하게 히스로 공항 같은 먼 외곽으로 나가야하면 오이스터 카드를 다시 구매하거나 일회용 표를 구매해야 한다. 영국 계좌로 연결된 후불결제 카드는 당연히 그딴 짓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것만해도 빨리 계좌를 터야만 할 것 같은데 한 가지 더 빡치는 개인적인 경험을 보태자면, 저놈의 영국 계좌가 없어서 헬스장도 할인을 받지 못했다. 매월 등록이 자동 갱신되는 프로모션을 신청하면 20%나 할인받을 수 있지만 오직 영국 계좌로만 신청할 수 있었던 것. 덕분에 같은 운동을 5만원이나 더 주고 하는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홀리 *!! 


이제 대충 계좌의 중요성을 느꼈겠지만, 안타깝게도 영국에서 계좌를 만드넌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만 해도 한국에서야 신원 확실한 30대 직장인이었지만, 여기서의 나는 그저 과거를 알 수 없는(+영어가 서툰) 매우 의심스런 똥양인일 뿐이다. 학교가 스폰서 레터를 써준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계좌가 개설되기까지 1달 이상이 소요되고 그마저도 빠꾸를 먹을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 


이런 불쌍한 유학생들에게 은총같은 은행사가 "UK-카카오뱅크" 몬조(Monzo)이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우 간단하게 가입신청이 가능하고 심사도 금방이다. 계좌승인 후 약 5일 안에 배송되는 실물카드만 등록하면 위에 썼던 모든 불편함에서 한 번에 해방될 수 있다. 

요 카드만 앱으로 등록하면 당신도 대영제국 계좌 소지자


거기에 "K-앱등이"라면 한 가지 더 반가운 소식. 영국은 애플페이가 된다. (안 되는 한국이 이상한 거지만). 전설처럼만 들었던 애플페이를 실제 사용해본 소감은? 감동 그 자체다. 특히 나처럼 애플워치까지 있는 사람은 말 그대로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휴대폰은 꺼낼것도 없이 시계 하나로 런던 어느 가게, 어느 버스, 어느 지하철에서도 다 결제가 가능하다. 세상에 돈 쓰는 게 이렇게 쉽구나 싶다. 


그 몬조 카드가 오늘 내게 왔고, 나는 여기저기 애플워치로 결제를 하며 감탄 또 감탄했다. 덕분에 생긴 한 가지 단점은, 정말 통장에서 돈이 녹는다. 줄 서기 귀찮아서 가길 망설였던 테스코, 현금밖에 없어서 지나쳤던 스타벅스, 오이스터가 간당간당해 걸어다녔던 장소들에 생각없이 돈을 쓰고야 마는 것. 


가진 돈으로 1년 3개월을 버티려면 정신줄 똑바로 잡아야겠다. 진짜 큰일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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