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4. 2022

[Day8] 457 단상 in London

런던에서의 꿀알바 

2022.07.07 

런던에선 내일부터 이틀 간 (9일, 10일) 꽤 큰 K-pop 콘서트가 열린다. 유럽 전역이 한국 대중문화에 꽤 관심이 많은 상태라 예전에도 영국 등지에서 많은 K-pop 콘서트들이 열렸지만 이번 행사는 조금 특이했다. K-pop과 한국 중소기업 박람회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열어서 참가하는 한국 기업들이 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여러 주관사 중에 MBC가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내가 학기 시작 전 런던에 조금 일찍 들어온 큰 이유 중 하나다. 재직시절 날 어여삐 여기신 한 대선배로부터 매우 꿀같은 촬영 알바 제의를 받았던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워크퍼밋이 있기 때문에 런던에서도 정식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지만, 영어가 서툰 동양인 아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그닥 많지가 않다. 당연히 시급도 뻔하고. 하지만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는 순간 나의 시급은 수직으로 상승한다. 영상을 찍는 일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방송용으로 필요한 컷을 담는 것은 약간 다른 문제다. 


물론 나를 쓰는 건 사용자 입장에서도 나쁜 딜이 아니다. 항공료가 폭등한 이 시국에 한국에서 카메라감독이나 PD를 공수하면 왕복 항공료만 300만 원에 육박한다. 체제비는 아직 더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내 인건비는 그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행사는 모레부터지만 촬영은 전전날, 그러니까 오늘 현지에 도착한 기업인들을 취재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동료들을, 그것도 멀리 런던에서 만나니 감회가 너무 새로웠다. 넘어온지 이제 고작 열흘이 지났지만 그동안 사람이 좀 그리웠나보다. 


이른 저녁께 촬영을 마치고 타워브릿지 바로 옆 식당에서 꽤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포트와인에 취해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여하튼 응원한다는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응원하고 있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 중요한 건 아니었고, 그냥 오랜만에 같이 떠들 수 있어서 그저 좋았다. 

식사는 역시 상사 돈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킹정..!!

아, 숙취 때문에 내일 촬영이 빡셀 것이란 사실만 빼고. 

작가의 이전글 [Day7] 457 단상 in Lond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