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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4. 2022

[Day9] 457 단상 in London

한류를 런던에서 직접 목격한 소감 part1 

2022.07.08 

숙취를 부여잡고 콘서트가 열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왔다. 웸블리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장소인데, 한 때 토트넘(of 손흥민)이 잠시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프레디 머큐리가 85년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서 "에-----오"했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간 많이 리모델링이 되었기 때문에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의 그 모습을 찾아볼 순 없다. 참, 챔스 결승전이 주로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축빠들은 모를 수가 성지 of 성지). 


예전에 정재승 박사가 알쓸신잡에서 "통영에서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한 장면이 나왔는데, 그 계산법에 따르면 여기 서있으면 프레디 머큐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오오오 느껴진다 에-------오


오늘 촬영은 행사가 열릴 박람회 부스를 설치하는 모습과 런던에서의 한국 화장품 수요 현지조사를 나서는 중소기업 화장품 회사 대표님을 팔로우, 그리고 런던 K-pop 커버댄스 동호회를 취재하는 것이었다. 어떤가? 아이템에서 국뽕의 냄새가 솔솔 나지 않는가? 


사실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내가 조연출이던 시절에 요런 "국뽕" 다큐멘터리 해외 촬영을 다녀온 적이 몇 번 있다. 물론 절대 거짓을 연출해서 찍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례자들이 현지에서 매우매우 드문데 그들이 마치 현지 분위기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편집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었다. 음...거짓은 아니지만 다소 과장됐다고 할까. 


하지만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꽤 놀랐다. 한류라는 것의 실체를 접하게 된 느낌이랄까? 정말 소호의 한국 화장품 가게들은 바글바글했고, 한국 음식을 줄 서서 기다려서 먹고 있었다. 중요한 건 화장품이나 먹거리가 런던 평균물가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인데, 그들은 한국 제품이 웃돈을 주고도 흔쾌히 구매할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음식이야 한 두어 번 경험삼에 먹는다고 쳐도, 화장품은 꾸준히 웃돈을 주고 구매하고 있었다. 상남자인 나는 화장품을 전혀 몰라서 구매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그냥 한국것이 다른 제품보다 훨씬 깔끔하니 좋단다. 더 충격적인 것은 벨기에 같은 다른 유럽국가에서 온 여자들도 많았는데, 자기들이 사는 곳에 한국 화장품 가게가 없어서 런던에 온 김에 부러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홀리...


한편 K-pop 댄스 동호회도 몇 년 전에 취재했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였다. 예전에 K-pop 관련 동호인들을 만나보면 약간 마이너한 매니아들 모임같은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진짜 BTS가 대단한 게, 그러한 마이너함을 한순간에 메이저함으로 바꿔놨다. 이건 싸이가 이룬 위상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강남스타일이 일종의 코믹함에서 출발한다면 다이너마이트나 버터는 그냥 틱톡 쌉인싸 음악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예나 지금이나 K-pop 동호회 회원쯤 되면 한국어를 곧잘하기 때문에 이번에 만난 소녀들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은 신기할 일도 아니었지만, 그들이 K-pop을 즐기며 나름 one of 메이저 문화를 향유한다는 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소녀들과 너무나 친해진 나머지 촬영 후 소호의 한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한 줄에 2만 원 하는 삼겹살(한 근이 아니다)을 눈물을 흘리며 섭취하며 나는 영국에서만큼은 한국 문화를 버리기겠노라 다짐했다.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저 한 줄이 2만 원이다. 4줄 모두가 2만 원이라는 오해는 없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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