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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8. 2022

[Day14] 457 단상 in London

드디어 학교 방문 

2022.07.14 

학교로부터 메일이 왔다. 곧 프리세셔널(본학기 전 언어 보강 과정)이 시작되니 학교에 와서 직접 등록을 하고 학생증을 받아가라고. 생각해보니 런던에 온 이후 학교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예전에 런던에 방문했을 때 이미 한 번 가봤기 때문에 학기 전에 일부러 가서 볼 이유가 딱히 없었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우리학교(벌써 우리학교..ㅎㅎㅎ)는 그 명성에 비해서 너무 캠퍼스가 작다. 사실 캠퍼스라고 부를만한 그런 사이즈 자체가 아니다. 그냥 학원건물 같은 느낌이 강하다. 

런던 정경대 Old Building. 저런 건물 몇 개가 모여있는 것이 캠퍼스의 전부다. 1000세대 아파트 단지보다도 작다.


그래도 학교가 돈이 생기는 족족 인근 건물들을 매입한다. 마치 저그가 조금씩 콜로니를 넓혀나가는 것처럼 캠퍼스를 확장하고 있는 셈. 실제로 작년까진 은행건물이었는데 올해는 이 학교 건물이 있단다. (웃긴 게 돈이 조금 모자라서 2/3 밖에 못 샀단다..나머지 1/3은 아직 은행 건물). 런던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을 감안하면 이상한 얘기도 아니다. 게다가 이 학교는 그런 런던의 한복판, 서울로 치면 용산 정도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메일에서 지시한대로 랭귀지 센터를 찾아 무사히 등록을 마치고 학생증과 귀여운 웰컴키트를 받아왔다.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6주에 700만 원 하는 등록금을 생각하니 급 안 귀여워졌다). 본 학기 시작 전 단기 학생증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고 학교 곳곳에 출입도 할 수 있는 당당한 대학(원)생이 되었다. 15년 만이다. 감개무량. 

도대체 춥파춥스는 왜 주는 걸까? 입에서 단내 날 때까지 굴리겠다는 뜻일까.


학생증과 웰컴키트를 챙겨 돌아오는 길에 학교를 둘러보니 마침 졸업식이 한창이었다. 사실 아직 졸업 시즌은 아니지만 지난 코로나 락다운 기간에 졸업식을 하지 못했던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이 오늘 열린 모양이었다. 기뻐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내가 마음이 두근거렸다. 난 대학 졸업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졸업 전에 취업을 했고, 졸업식날 나는 한창 일을 하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참석하려고 했는데 무려 스튜디오 녹화날이었더랬다). 사실 나로서도 아쉬운 일이지만 등골 빠지게 일해서 번 돈 다 내 교육에 때려박아오신 우리 부모님의 Child care 졸업식이기도 한 날인데, 부모님 머리에 학사모를 못 씌워드린 것이 못내 맘에 걸렸다. 


내년 대학원 졸업식엔 세계 최고의 명문대 앞에서 당당히 부모님 머리에 석사모를 씌워드리리라. 

졸업할 수...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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