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월의 여름풍경(수정)

by 이상역

휴가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계곡이나 바닷가를 찾아가서 쉬고 오는 것이다.


올해는 딸네와 사돈네 그리고 우리 부부, 이렇게 7명이 양평 단월의 펜션으로 1박 2일간 쉬러 갔다. 딸네가 휴가에 필요한 준비물은 자기들이 준비할 테니 우리는 간단한 준비물만 챙겨 오란다.

단월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그자 몸과 마음이 맑아지고 시원해졌다.


딸네와 휴양림에 갔다 온 적은 있으나 사돈네와는 첫나들이다. 서울을 벗어나려는데 차들이 길게 늘어서서 가는 길을 막는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다 하남에서 빠져나가 팔당댐으로 가는데 더디기만 하다.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많이 놀러 가나 보다.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345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한 시간 삼십여 분만에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펜션은 세시 이후 입실이 가능해서 가는 길에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사위가 식당에 도착해서 시냇가 옆 바깥 테이블에 점심을 차려 놓았다. 손주는 사돈이 데리고 냇가에 들어가서 물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잠시 후 손주와 사돈과 사위가 냇가에서 나왔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때문인지 날씨가 덥지는 않다. 나무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음식맛도 좋고 바깥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하다.


식사 후 시냇물에 들어가서 무릎까지 담그자 머릿속까지 시원해졌다. 물이 차서 발을 담그고 한참을 서 있었다. 계곡을 올려다보니 바람이 불어 가고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시냇물이 졸졸거리며 흘러가는 소리와 바람 소리와 나무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귓전에 들려온다. 발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손주가 재롱을 피우니 손주의 몸짓과 말에 따라 가족 모두가 웃음꽃을 피운다. 손주가 말을 제법 하는데 어른이 하는 말 대부분을 따라 하며 연신 재잘거린다.


딸네도 살아가기 어려운데 사돈네와 우리까지 데리고 여름휴가를 함께 하자고 해서 고맙다. 사돈네와 우리가 손주를 봐준 것은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딸네는 손주를 봐줘서 고맙다며 양가 어른을 펜션에 모시고 싶다고 해서 따라나선 길이다.


단월의 산음계곡 펜션에 들어서자 새로운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식당에서 펜션을 찾아가는데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위가 펜션 키를 받아 들고 문을 열자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 같다.


펜션 1층은 아이가 노는 실내 수영장과 요리에 필요한 기구와 고기를 구워 먹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2층은 트램펄린과 놀이방 그리고 옷과 피아노 등 아이가 갖고 놀 수 있게 꾸며졌다.


그리고 펜션 밖에는 각 세대에서 수영과 물놀이를 하수영장이 설치되어 있다. 그야말로 아이가 놀 수 있는 천국이 따로 없다.


사위와 손주가 실내와 밖에 있는 수영장에서 노는 동안 우리는 1층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이어 수영을 마친 손주는 2층에 올라가서 트램펄린에서 방방 뛰어놀다가 놀이방에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놀이에 푹 빠졌다.


손주는 오후에 낮잠을 한번 자야 하는데 노는 것에 빠져 1층과 2층을 오고 가며 신나게 논다. 손주의 낮잠 자는 시간이 지나서 어깨띠를 두르고 손주를 안고 재우러 밖으로 나갔다. 손주를 데리고 나와 계곡의 펜션을 돌아다니며 자장가를 불러주자 잠이 들었다.


손주를 재우고 나머지 가족은 바비큐 식탁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맥주잔을 기울였다. 딸네와 사돈네와 우리가 밖에 나와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처음이다. 모처럼 한 곳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데 잠을 깬 손주를 안고 아내가 내려왔다.


나는 자라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신세계를 손주는 두 살에 체험하니 격세지감이다. 단월의 산음 계곡에는 수많은 펜션이 들어찼다. 펜션 바로 밑에는 농가가 있고, 농가 위에는 펜션이 즐비하다. 농가와 펜션은 먹고사는 구조가 다르다.


저녁이 깊어가자 손주의 놀이도 잦아들었다. 손주를 안고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보이질 않는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대신 펜션 벽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딸네가 우리와 손주를 위해 펜션을 빌린 것도 신경이 쓰였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펜션에 와서 놀다 가는 것과 해수욕장에서 놀다 가는 것에 차이가 있을까. 손주가 잘 놀아서 좋지만, 낯선 펜션을 이리저리 서성이는 나는 어딘가 허전하고 어설프게만 다가왔다.


그리고 온갖 시설을 갖춘 펜션을 지으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펜션을 짓는 것은 이해하지만 농가와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에 짓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름휴가의 마지막은 서각의 장인이 만든 작품도 구경하고 산나물 전골과 능이백숙이 끓는 곳에서 품위 있는 식사를 했다.


펜션을 퇴실하려고 키를 반납하고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밑에서 올려다볼 때와 식당에 도착해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식당에 들어서자 식당을 가꾸고 꾸민 주인 부부의 열정과 노력이 남달라 보였다. 바깥주인은 서각의 장인이고 안 주인은 각종 차와 담근 술의 장인이다. 식당이 아니라 예술품을 구경하고 식사하러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하는 중간에 안 주인이 분홍색 막걸리와 식혜를 내와서 마셨는데 고향의 맛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식당 주인 부부의 손맛과 인심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바깥주인은 서각 분야의 예술인이고, 안 주인은 술과 차와 음식을 사랑하는 같다. 마치 식당이 아니라 고향에 가서 고향집에서 어머니에게 밥 한 끼 먹고 나온 기분이다.


딸네가 펜션 주변의 식당을 알아보고 시간대별로 예약해서 우리가 움직이고 음식을 먹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울에서 양평 단월을 찾아와서 보낸 하룻밤이 꿈결처럼 지나갔다.


손주와는 또 다른 추억을 쌓았고, 사돈네와는 추억을 새롭게 하나 만들어 두고두고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비록 여름휴가를 해수욕장이 아닌 계곡의 펜션에서 보냈지만 인생의 추억이 되었다.


여름휴가는 쉬러 가는 것인데 손주를 데리고 와서 쉬는 것보다 손주 돌보느냐 고생만 한 것 같다. 그냥 쉬는 것보다 몸 고생한 추억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고 한다. 손주의 얼굴을 보기도 힘든 시대에 손주와 1박 2일간 얼굴을 맞대고 보냈으니 나중에 이야기할 추억이 생겨서 기쁘다.


올여름은 큰 딸네와 양평 단월에서 보냈는데 내년 여름에는 결혼하는 막내 딸네와 어디서 보내게 될까 궁금증을 일게 하는 무더운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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