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하는 이유

by 이상역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번쯤 내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글을 쓰지 않고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굳이 쓰려고 할까.


글을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라도 돋는 것인가. 머릿속에 잠재된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생각을 표현해서 정리하고 다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기다리고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추슬려 본다. 누가 내 글을 좋아한다거나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왜 채무를 진 사람처럼 글로 대신하여 무모하게 갚으려고 하는 것일까.


노트북 화면을 면벽처럼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본다. 글이 가는 방향과 주제가 무엇인지 하는 것은 정하지 않은 채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손가락이 생각의 강물을 따라갈 뿐이다.


글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글을 쓴다고 먹는 것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잘 썼다고 누가 칭찬하거나 출판하자고 연락을 해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토록 글을 쓰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유를 알면 부지런히 글을 쓰는 여행을 떠나겠지만 이유를 모르니 텅 빈 화면만 애면글면 바라보게 된다.


글은 말보다 논리적인 체계를 갖추었다. 말은 한번 밖으로 뱉어내면 수정할 수 없지만 글은 생각에 생각을 거쳐 다듬고 하다 보면 논리와 체계를 갖추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보다 글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글로 표현하면 읽기 편하고 보기 좋아 글을 쓰는 것일까.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에 대한 논리와 체계보다 글을 써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먼저란 생각이 든다.


사람에 따라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글을 쓰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이 무엇이냐에 따라 말을 하든 글을 쓴다.


글을 쓸 때 글이 가는 방향도 잘 모르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글이 허공에서 춤을 춘다. 무슨 글인지 남은 모르는데 자기만 신이 나서 글을 끄적인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몰라서 혼자 신나게 쓰고 있는지 모른다. 남들은 내 마음을 알고 있는데 나만 홀로 착각에 빠져 신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이 많을 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런데 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되지 않는다. 글은 눈으로 보고 다른 눈으로 흘릴 수 없으니 읽을 수밖에 없다.


글이 가야 할 길은 쓰는 사람의 마음이다. 글은 오롯이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의존한다. 비록 글이 잘못된 길을 가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길을 가더라도 끝까지 지켜봐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만나는 면벽이지만 그 벽을 돌파해야 새로운 길이 열리고 글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내 마음속에서 글을 쓰기 싫다고 아무리 외쳐도 손이 자판기에 올라가 두드리면 외면할 수가 없다.


글이 가야 할 진정한 방향성은 알지 못했지만 엉성한 글이나마 하나 건졌다. 아마도 이런 기분과 느낌 때문에 자판기 위에 손이 올라가고 존재의 집을 짓는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글이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마무리하지만 내일은 글을 쓰기 전에 분명하게 가야 할 길과 주제를 정하고 글이라는 광야로 여행이나 떠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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