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끈

by 이상역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다. 관계는 학교나 고향이나 직장 등 다양한 원인과 동기로 맺어진다. 그리고 어떤 인연이 오래가고 유지되는가는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직장에서 맺은 인연의 끈은 자신이 맡은 업무가 끝나면 관계도 대부분 끝이 난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업무를 어떻게 처리하고 상대방과 일하느냐에 따라 인연의 끈이 이어지기도 한다.


직장을 물러나고 사회에 나와 생활하다 보니 직장에 근무하던 시절 맺은 인연은 대부분 끊어졌다. 그러나 몇 사람과는 관계를 이어가며 직장에 다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끔 연락도 하고 식사도 한다.


어제는 모처럼 강남에서 직장에 다니던 시절 같이 만나서 일했던 사람을 만났다.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보다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 존중이다.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입장에서 서로 존중해 주고 사람이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직장에 근무하던 시절 업무를 처리할 때도 갑과 을이 아닌 대등한 입장을 견지하며 관계를 유지했다.


전철을 타다 전철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가자 바로 사무실이 보였다.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지난 몇 년간 연구원에서 같이 근무했던 P를 만나서 그간 소식과 협회 근황 등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J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직장에 다닐 때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과 관련한 업무를 많이 처리했다. 물론 법인 외에 건축이나 공제나 공공측량과 관련한 문제도 많았다.


사무실에서 J와 법과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직장에 근무하던 시절 만났던 이야기 그리고 최근 협회 근황 등에 대하여 세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었다.


직장을 물러났어도 현직에 근무하던 시절 맡았던 협회 소식이나 근황은 늘 궁금증의 대상이다. 직장을 떠났음에도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은 약간의 미련이 남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도나 시스템이나 기술 등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제도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금년 연말에 해설집이 나오는데 그 책에 대한 강의를 이어가고 싶었다.


J는 금년 강의 일정은 잡혀 있어 내년 초부터 강의를 맡아 할 수 있게 추진해 보겠단다. 강의를 위한 만남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절의 추억과 기억에 젖어 말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어떤 계산이 들어가는 것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나야 기분이 좋다. 계산적인 만남에는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불편한 자리가 되지만 마음을 비운 가벼운 만남에는 따스한 정이 스며든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람의 인연은 무엇으로 이어질까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이끌어 가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고 이어가는 비결일까.


사람은 무엇보다 내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내 입장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잘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왜 내게 소홀할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반대로 상대방이 나를 잘 평가해 주고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잊지 않고 기억해 주면 내 입장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 그런 인연은 직장을 떠나도 오래도록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


사람과 맺은 인연은 끊기는 쉽다. 하지만 인연의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먼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과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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